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6일 천안시 철탑공원에서 대전지검 천안지청 입구까지 오체투지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온 몸을 던지며 사회적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온갖 부당노동탄압을 일삼고 임금 31억9000만원을 떼먹은 유성기업 경영진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온갖 불법 노동탄압을 일삼고 임금 31억9000만원까지 떼먹은 유성기업 경영진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 이 대로는 더 이상 불안해서 못 견딜 것 같다. 스스로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를 죽일 것 같은 충동이 수시로 생긴다.”
2011년 노조파괴 전문 용역을 동원해 쇠파이프, 죽창, 철조망 등으로 유혈 폭력사태를 불러일으켜 국민적으로 공분을 샀던 유성기업 사측이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채 5년째 재판이 계류 중이다. 노동자들은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며 거리로 나왔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6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온 몸을 부비며 사회적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노조탄압 5년째 계속…검찰·법원 부당노동에 저항한 노동자만 처벌
금속조조는 지난 6일 대전지검 천안지원 정문에서 ‘노조파괴 과정에서 임금 31억9000만원을 떼먹은 유성기업 추가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전지검 천안지원 정문 앞에서는 유성기업 조합원들이 지난 5년간 유성기업의 노동탄압 현장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내걸고 수 개월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빛바랜 인쇄물이 오랜 고통의 시간을 말해 주고 있다 .
“가해자 분명히 존재하고, 피해자는 고통 받고 있는데, 어째서 사측에는 처벌받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가. 어째서 검찰은 가해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저항했던 노동자들만 표적삼아 처벌하는가.”
지난 6일 오후2시 금속조조는 ‘노조파괴 과정에서 임금 31억9000만원을 떼먹은 유성기업 추가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파괴 부당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떼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체불된 임금만 31억9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유성기업이 지난 2011년 실시한 직장폐쇄의 일부 기간이 적법하지 않다며, 직장폐쇄기간 임금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는 노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바로 항소했지만 지난달 15일 항소심 재판부인 고등법원도 1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그런데 유독 유성기업 사용주의 노조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판은 노조파괴가 벌어진지 만4년을 넘어 5년째로 접어든 최근까지 1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날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는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만 부리다 불기소 처분을 남발했다”며 “노조가 항고에 이어 법원 재정신청 절차까지 밟게 한 주된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검찰은 사측이 욕설이나 사소한 시비로 금속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고소고발하면 징역형을 구형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반해 지난해 유성기업의 임금체불 1심판결이 있었음에도 근로기준법 위반행위의 일부만 기소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대전고법은 노조의 재정신청 일부를 받아들여 검찰의 잘못을 잡았다.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에 따라 검찰은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를 피고인석에 앉혔으나 그게 전부다.
사측처벌 ‘0명’ vs 금속노조 ‘구속 19명’ ‘벌금 1억원’ ‘치료비 1억5000만원’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폭력사태 이후 노동자들은 심각한 분노와 우울증으로 불면과 심리적 외상장애를 앓고 있다.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사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법 앞에서도 심각한 불평등과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저항하다 구속당한 노동자는 19명에 이른다. 또 최근까지 투쟁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낸 벌금은 1억원이다. 특히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과 경찰에 의해 부상당한 노동자들의 치료비는 모두 1억5000만원에 이른다고 금속노조는 밝혔다.
반대로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30억원 넘게 임금을 체불한 유성기업 대표와 사측 관리자들은 지금까지 구속 한 명 없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않았다.
노조법에서는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체불 사용자에게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했다.
정원영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은 “솜방망이 처벌법도 문제지만 사용자에게 징역형을 구형하거나 선고하는 검찰과 법원이 거의 없는게 더 큰 문제”라며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임금체불을 인정한 만큼 지금이라도 빨리 검찰은 범죄사실을 추가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법원은 신속한 병합심리를 통해 노조파괴 목적으로 31억9000만원을 체불한 유시영 대표이사를 반드시 구속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비 걸고, 맞고, 쓰러져라”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전 지회장은 유성기업 사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생활 침해와 녹취 등 개인사찰을 하는 것은 물론 행동대를 조직해 노조원들을 지능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폭로했다.
“어떤 동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이나 유성기업 관리직에 대한 살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괴로워한다. 또 다른 동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가족들에게 조차 감정조절이 안 돼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전 지회장의 말이다. 홍 전 지회장에 따르면 지금 유성기업 사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생활 침해와 녹취 등 개인사찰을 하는 것은 물론 행동대를 조직해 노조원들을 지능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폭로했다.
‘시비 걸고, 맞고, 쓰러져라’는 행동지침에 따라 사측 직원이 몸으로 부딪히며 시비를 걸어와 폭력을 유발하고, 또 다른 사측 직원이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녹취와 채증으로 고발하는 방식이다.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때리면 맞거나 무조건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측 직원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금속노조원들은 사측으로 부터 최소한의 인권마저 짓밟히다 보니 자존감이 무너지고, 신경이 예민해 지고, 분노와 자괴감으로 정신이 황폐화 되고 있다.
홍종인 전 지회장은 “유성기업 사측은 아산경찰서에 조합원에 대해 300여 건의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그때마다 조합원은 경찰서와 법원에 출두하기 위해 임금삭감을 감수하고 조퇴해야 한다. 유성기업 사태는 1600일을 넘기며 조합원들의 심리건강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적 외상 심각...수시로 찾아오는 충동 '자살' '살해'
김모(38)씨는 작업현장에서 지속되는 노사갈등, 노노갈등으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심신이 매우 지쳐있었다. 소화불량, 가슴답답함, 불안감, 피해의식, 불면과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적대감으로 부부와 가족갈등까지 겪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모(45)씨는 기업노조의 현장장악과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승합차로 밀어버린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에서 관리자를 만나면 극심한 정서조절 장애를 보이며, 구토로 이어지고 하루 한 두 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박모(42)씨는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을 여러번 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과 직장폐쇄 후 불안, 분노, 긴장감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화를 내거나 매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자책감에 자녀들에게 사과를 하지만 가족간의 유대감이나 신뢰가 불안과 공포로 돌변하기도 해 괴로워 한다.
김모(44)씨는 직장폐쇄 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부인과 별거 중이지만 현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가정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가 쓰러지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직장폐쇄 이후 음주와 흡연량이 늘고, 주변사람과 멀어지면서 정서적인 고립감이 심각하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유성기업은 경영진이 인사관리 과정에서 학대와 괴롭힘을 정책으로 활용하는 가학적 노무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자의 몸과 삶을 훼손하고, 기본적인 노사관계를 파괴하는 가학적인 노무관리를 법으로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입구에는 유성기업의 유혈폭력사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전시돼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