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한가인, 하지원, 공효진(왼쪽 위부터)
“얼굴만 번지르르한 ‘유리 인형’은 가라”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 미인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 ‘긴 생머리, 하얀 얼굴, 커다란 눈과 갸름한 얼굴’을 미인으로 인정하는 남성들과 달리, 개성과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신세대 여성들은 정형화된 미인의 기준을 탈피한 새로운 미인상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여성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더욱 아름다운 그녀, 신세대 미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타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지성파 미인 김태희·한가인 ‘지성과 미모의 상징’
SBS 드라마스페셜 ‘천국의 계단’에서 매력적인 악녀 연기로 안방팬들을 사로잡은 김태희(24).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인 그녀는 차분하고 지성적인 이미지로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으로서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태희는 CF모델로 활동하던중 지난해 SBS 시트콤 ‘레츠고’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 ‘천국의 계단’에 이어 현재 ‘흥부네 박 터졌네’에서도 주연급으로 출연중이다. 심은하·이요원의 뒤를 이어 한국화장품 ‘칼리’ 전속모델로 활동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인정받았지만,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 지적이고 깨끗한 이미지.
‘서울대 얼짱’으로 교내 남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던 김태희는 연예계 데뷔 후 연기활동으로 2년간 학업을 중단했다가 이번 학기부터 4학년에 복학, 또 한 번 교내를 뒤흔들고 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으로 일주일에 이틀은 꼬박 학교수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볍지 않은 언행과 단정한 몸가짐으로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 ‘지성과 미모의 상징’이 된 김태희는 방송·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스타성을 인정받아 올해 최대 기대주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지난 1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신세대 여배우 한가인(22)도 ‘지성파 미인’에 속한다. 쓰여진 대본만 또박또박 읽을 줄 아는 여느 또래스타들과 달리 똑 부러지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데다, 그 논리정연함이 듣는 이로 하여금 ‘제법’이란 소리까지 내지르게 만든다. 여고 재학시절 KBS ‘9시 뉴스’에 나와 고교평준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한가인을 보고 숱한 기획사에서 캐스팅 제의가 쏟아졌다는 것은 데뷔 전 유명한 일화.
청순함과 몽환적인 매력으로 사이버 세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한가인은 지난 20일(토) 첫 방송을 시작한 K2TV 주말극 ‘애정의 조건’에서 ‘은파’ 역으로 출연해 안방극장 성인층을 겨냥한 깊이 있는 내면연기에 도전한다. 사랑했던 남자와 동거를 하고 아이까지 낳지만 결국 미혼모로 홀로 서기를 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이다.
이를 위해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냈고,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다가서기 위해 의상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한창 꽃망울을 터트릴 나이에 예쁘고 화려한 배역으로 미모를 뽐내고 싶을 만도 한데, 기구하고 굴곡 많은 여성의 삶을 연기하겠다고 나섰으니 배우로서의 욕심과 고집도 여간이 아니다.
올 봄 경희대 호텔관광학부 2학년에 복학한 그녀는 연기 못지 않게 학업에도 열성적이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대충 학점만 받겠다는 생각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지난 2년간 아예 학교를 휴학하고 연기에만 몰두했을 정도. 전공을 살려 대학원 진학과 유학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실력 있는 연기자와 더불어 대학강단에 서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다.
노력파 미인 하지원·공효진 “보면 볼수록 친근감”
MBC 인기사극 ‘다모’에 이어 SBS ‘발리에서 생긴 일’로 안방극장 최고의 빅스타로 자리매김한 하지원(25)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력파’ 여배우다. ‘다모 폐인’과 ‘발리 러버’가 아니더라도 신세대 여성 가운데 요즘 전성기를 구가 중인 하지원을 두고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지난 1999년 KBS ‘학교Ⅱ’의 일진회 짱 ‘장세진’ 역으로 데뷔한 후 영화 ‘진실게임’으로 주목받은 하지원은 데뷔 초부터 ‘눈빛이 살아 있는 배우’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이후 ‘동감’ ‘가위’ ‘색즉시공’ 등을 통해 스크린 흥행스타로 자리잡았고 최근 들어 두 편의 드라마가 연속 히트하면서 안방극장까지 장악했다.
겉으로 보면 일사천리로 스타의 길을 걸은 것 같지만 여기에는 지독한 연습과 노력으로 인한 눈물겨운 몸부림이 뒤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하지원은 ‘강렬한 눈빛’ 이외에 딱히 여배우로서 눈에 띌 만한 ‘미인과’가 아닌 평범한 외모를 지녔다. 이 때문에 또래들보다 일찍 연기로 승부를 걸었고, 데뷔 5년 만에 어떤 역할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웃으며 일어나는’ 악바리 근성이 연기자로서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평범하던 얼굴마저 보면 볼수록 예뻐 보이는 ‘개성파 미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신세대 스타 공효진(24)도 젊은 여성층이 지지하는 대표적인 노력파 미인이다. 1백73cm, 46kg의 늘씬한 몸매와 어떤 옷이든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개성 있는 스타일은 신세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적 기준.
데뷔 당시의 공효진을 기억하자면 깡마른 몸매에 선머슴 같은 외모가 로맨스물의 여주인공 외모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에 개의치 않고 보이시한 외모를 십분 발휘해 개성파 연기자로 자리잡은 공효진은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스런 매력을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MBC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 이어 ‘눈사람’, KBS ‘상두야 학교 가자’ 등에서 가슴저린 멜로연기를 펼친 공효진을 보고 수많은 여성 팬들이 ‘너무 예쁘다’고 탄성을 내질렀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