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2004년 작. 감독: 김응수. 주연: 수아, 이동규, 안내상. 남편, 남편의 애인, 남편의 애인을 빼앗고 싶었던 아내의 ‘기이한 불륜’을 담은 로망 포르노.
중심가 카페의 단골 인테리어로 한쪽 벽면을 장식하던 영화 포스터, 최근엔 웬만한 가정집에서도 한 개씩은 걸어둘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 중흥기를 맞으면서 포스터 속 배경도 외국영화 일색에서 한국영화로 급선회, 일부 포스터는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영화 한 편을 함축시켜 놓은 듯한 강렬한 비주얼의 영화 포스터는 그래선지 ‘한 컷의 영화’로서 또 하나의 작품을 연출한다. 이 가운데 도발적이고 에로틱한 포즈의 ‘누드’ 포스터는 강렬한 흡입력을 발휘, 예술과 외설의 교묘한 경계선을 타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포스터 소재로 배우들의 ‘누드’가 각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영화의 등급심의 못지 않게 포스터 심의 과정도 까다롭긴 마찬가지.
김응수 감독의 멜로영화 ‘욕망’은 알몸의 남자를 사이에 두고 한 쌍의 남녀가 기묘한 포즈로 엇갈려 있는 포스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포스터만 봐도 ‘한 남자를 동시에 성적으로 탐닉한 부부의 이야기’라는 충격적인 영화 내용이 한눈에 드러난다. 그러나 당초 제작사 명필름이 공개한 포스터는 알몸의 남자배우 상반신이 좀더 드러난 상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과다한 노출로 인한 선정성’을 문제삼아 심의불가 판정을 내리자 노출 수위를 조정한 현재의 포스터로 재심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개봉된 에로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에로비디오를 연출한 봉만대 감독의 사실적인 섹스연출과 배우들의 과감한 알몸연기가 알려지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덕분에 포스터 심의 과정에서 ‘거르고 걸러져’ 오히려 밋밋한 포스터로 관객들을 실망(?)시킨 케이스. 생크림 위에서 포옹하는 남녀의 누드, 여자 엉덩이와 남자 성기 모양의 아이콘, ‘먹어본 사람만이 이 맛을 안다’는 선정적인 카피 등 여러 장의 포스터가 모두 심의에 걸려 결국 주연배우 김서형의 매끈한 허벅지와 다리가 도드라진 포스터만이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베를린 감독상 수상작으로 세간의 화제가 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도 파격적인 누드 포스터로 시선을 끌었다. 원조교제를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코이프(수녀들이 쓰는 두건) 만을 쓴 채 상반신을 노출한 여배우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이 소녀에게 돌을 던지라’는 공격적인 카피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논란을 불러모았다. 촬영 당시 실제 여고생의 몸으로 원조 교제하는 여고생을 연기했던 주연배우 곽지민은 노출이 심한 포스터 컨셉트를 보고 촬영을 꺼렸으나, ‘올드보이’의 포스터 작업을 한 이전호 작가와 영화의 작품성을 믿고 촬영을 진행,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사실 김기덕 감독은 누드 포스터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거울을 보고 앉아 있는 전라 여성의 뒷모습을 담은 영화 ‘나쁜 남자’(2001년 작), 외국영화 ‘베티블루 37°2’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블루톤 배경에 여배우의 누드를 전면에 실은 서정 주연의 ‘섬’ 역시 누드 포스터로 강한 인상을 담긴 김 감독의 작품.
특히 ‘나쁜 남자’의 경우 당시 3차 심의를 걸친 끝에 수정안이 통과됐을 정도로 수위조절에 진통을 겪었다. 여인 뒷모습에서 엉덩이 부분과 자극적인 카피(‘나의 애인 창녀 만들기’)가 문제가 된 것. 결국 최종 포스터는 엉덩이 부분에 제호가 들어가고, 카피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를 만났다’로 변경됐다.
문소리 주연의 문제적 화제작 ‘바람난 가족’도 지난해 개봉 당시 파격적인 포스터로 입소문을 더했다. 특히 중요 부위를 제목으로 가리고 의자에 앉은 문소리 단독 누드 컷은 칸영화제 마켓에서 해외용으로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 워낙 도발적인 비주얼이라 국내용 포스터로 공개되는 것을 문소리가 꺼려해 제작사측이 어렵사리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가수 김지현의 스크린 데뷔작 ‘썸머 타임’과 올 초 누드를 공개한 영화배우 이지현의 데뷔작 ‘미인’ 역시 파격적인 누드 포스터로 주목을 끌었다.
‘누드’로 표현한 영화 포스터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에로틱한 메시지를 고급스럽게 전달하면서도 관객들의 야릇한 상상을 북돋워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배가시킨다. 백마디 대사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더욱 강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포스터, 포스터 속의 누드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유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