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뭐 하나 못하는 것 없이 척척 해내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33)가 급기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가요계의 ‘원조 섹시퀸’답게 2001년 ‘다가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8집 앨범 ‘셀프 컨트롤’을 발표, 지난해 이효리가 휩쓸고 간 가요계를 일렉트로니카(전자음악)로 새롭게 무장한 엄정화풍으로 재정렬하기 바쁘다. 게다가 3월12일이면 자신이 주연을 맡은 독특한 제목의 코믹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감독 강석범, 제작 제니스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있어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에 이어 흥행 연타가 기대된다.
엄정화를 직접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녀를 딱 두 마디로 정리한다. “섹시하다”와 “나이답지 않게(?) 귀엽다”는 것. 댄스가요계에선 원로급에 속하는 그녀가 여전히 매력적인 자태와 고혹적인 음색으로 새 앨범 타이틀곡 ‘이터니티’(Eternity)를 부를 때면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옴은 물론이다.
엄정화는 불황 속 음반시장에 ‘탈출구’ 역할을 자처한 만큼 오랫동안 공들여 음반을 만든데다, ‘변신의 귀재’답게 강렬한 무대매너로 시각적 만족도를 높여주겠다는 각오. 특히 방송위주의 활동을 자제하고 팬사인회와 쇼케이스 등 직접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가수로서 기세등등한 카리스마에 흠칫 놀라 있자면, 이내 영화 ‘…홍반장’에선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내숭 연기’로 사랑스럽고 친근한 매력을 과시한다.
사실 전작에서 보여준 도발적인 캐릭터와 엄정화 본연의 ‘섹시함’ 때문인지,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은 ‘엄정화가 얼마나 야하게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화끈한 베드신이나 노출신을 기대한 관객들이 있다면 아쉬움을 들이삼켜야 할 것 같다.
영화 ‘…홍반장’에서 엄정화는 결벽증에 완벽주의인 비호감 치과의사 윤혜진 역을 맡아 극중 변두리에 치과를 개업하면서 만나게 된, 동네 반장 홍두식(김주혁)과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나간다. 가만 보면 일당잡부지만, 수십 종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동네 대소사를 도맡아 할 만큼 ‘만능맨’인 그의 활약에 어느새 콧대 높은 사고뭉치 노처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난 2월24일 영화 첫 시사회장에서 만난 엄정화는 “똑똑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허점도 많고, 깐깐한 면이 있는 반면 참다운 사랑을 찾을 줄 아는 딱 요즘시대 평범한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정화누나는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라는 상대배우 김주혁의 칭찬처럼 본인 스스로도 그런 점에서 ‘혜진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한다. “단순하고 실수 많은 게 좀 닮긴 했어요. 사랑스럽다는 점도 그렇고… 호호.”
나이가 나이니만큼 결혼에 대한 질문은 지금도 수도 없이 받는다. 딱히 안할 생각은 아니지만 급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 “홍반장처럼 못하는 게 없는 척척맨이 나타난다면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그야말로 현실적이다.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거 아니에요∼.”
가수로서 배우로서 봄바람과 함께 불어닥칠 ‘엄정화 돌풍’에 벌써부터 연예계가 들썩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