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김하늘이 새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유쾌한 사기꾼 ‘영주’ 역을 맡아 절정의 코믹연기를 과시했다.
청순 벗고 코믹 변신, “제 코믹연기는 천부적인 거예요∼”
코믹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전국관객 483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배우’ 반열에 올라선 청춘스타 김하늘(26)이 꼭 1년만에 이전보다 더 ‘망가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얼마 전 개봉한 멜로영화 ‘빙우’가 영하의 눈발에서 고생한 보람없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해 의기소침할 만도 한데, 2월20일 개봉하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감독 배형준, 제작 영화사시선)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아무래도 흥행보다 배우로서 ‘좋은’ 영화에 출연해 ‘칭찬’ 받을 만한 연기를 펼쳤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듯하다.
개봉에 앞서 지난 9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첫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하늘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욕심이 생겨 마음껏 연기를 해보자고 작정한 작품이었다”면서 “기존의 코미디 영화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완성작에 대해 흡족해했다.
신예 배형준 감독의 데뷔작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끝없는 욕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로 관객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최근 코미디영화와 달리, 자연스럽고 따뜻한 웃음으로 호감을 자아내게 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수려한 미모와 화려한 말발을 소유한 사기꾼이 요조숙녀로 변신, 순진한 시골청년 가족들에게 약혼자로 오해받아 온 가족의 사랑을 흠뻑 받으면서 조금씩 변화한다는 내용.
극중 김하늘은 완벽한 모범수로 이중연기를 펼쳐 가석방된 사기꾼 ‘영주’ 역을 맡아 거짓말과 변신을 거듭하며 상상을 초월한 사건들을 일으킨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청순가련’ 표정 등 혀를 내두르게 하는 화려한 사기 기술에 “거짓말은 천부적인 거야∼”라고 강조한다.
얼떨결에 ‘사고’치고 여자를 버린 파렴치한으로 등장한 김하늘의 상대역은 ‘위풍당당 그녀’ ‘1%의 어떤 것’에 출연한 ‘꽃미남’ 배우 강동원. 어리버리한 시골 약사 ‘최희철’로 분해 능청스런 내숭녀 김하늘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망가지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후반부 이들이 조금씩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에선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동감’과 드라마 ‘피아노’ ‘로망스’ 등을 통해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각광받아온 김하늘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한 차례 코믹변신에 성공한 이후 이번 영화로 한층 물오른 코믹연기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제 코미디영화에는 원이 없을 만큼 해볼 만한 것 다해봤다”며 더 이상의 코믹연기는 당분간 사양할 생각.
김하늘은 지난 1월 초 크랭크인한 공포영화 ‘령’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올 여름 ‘호러 퀸’으로 또 한 번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