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 굳은 ‘다모’의 여전사 하지원(25)이 천방지축 ‘엽기고딩’으로 변신했다. 지난 16일 개봉된 하이틴 코믹물 ‘내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 공동제작 포이보스·제이웰엔터테인먼트)에서 공부에는 도통 관심 없는 엉뚱한 여고생 ‘하영’ 역을 맡은 것.
동명의 인터넷 히트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TV드라마 ‘다모’를 통해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하지원과 ‘살인미소’라는 별명으로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까지 입지를 넓힌 청춘스타 김재원이 커플로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외모, 재력, 두뇌 모든 것을 갖췄으나 오로지 ‘싸가지’만 없는 명문대생 형준이 고가의 외제승용차를 흠집낸 하영에게 ‘수리비가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며 노비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요 내용이다. ‘싹수없다’는 뜻의 ‘싸가지’를 과감하게 제목으로 삼은 만큼 신세대 취향의 엽기발랄한 캐릭터와 이들이 펼치는 유치한 사랑싸움이 기성세대 눈엔 ‘영 싸가지 없게’ 보일 수도 있는 노릇.
그러나 연기력과 스타성을 골고루 갖춘 ‘하지원’이라는 검증된 여배우를 극 중심에 떡 앉혀놓고 보니 마냥 유치하다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 극중 하지원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눈알 모으기, 아파트 복도에서 세일러문 구호 외치기 등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깜찍한 액션(?) 연기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난 5일 첫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극장에서 만난 하지원은 “지금 아니면 언제 교복 입고 여고생 역할 해보겠냐”면서 “앞으로는 나이에 맞게 깊이 있고 성숙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캐릭터에 만족스러워 했다. 극중 ‘오빠’이자 ‘주인님’으로 호칭한 김재원은 실제 하지원보다 2살 아래.
하지원은 “코미디라고 해서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하거나 오버하지는 않았다”면서 “팔자걸음이나 찡그리는 표정 등은 평소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하지원의 여고시절(수원 영신여고 졸)은 어땠을까? “극중 하영이보다 공부는 잘했지만 훨씬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하지원은 ‘가위’ ‘폰’을 연속 히트시키며 ‘충무로 호러퀸’으로, ‘색즉시공’이 흥행하면서 ‘섹시퀸’으로 타이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브라운관에서도 승승장구하기는 마찬가지. ‘다모’에 이어 최근엔 SBS 특별기획극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돈 많은 남자 만나 신분상승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로 분해 선과 악이 모호한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내사랑 싸가지’는 하지원 스스로 “실제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라고 털어놓을 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젊은 스태프진과 신명나게 찍은 작품이다. 그러나 후배 김재원을 리드하며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갔기에 주연배우로서 흥행결과에 은근히 민감해진다.
‘코미디 여왕’으로 2004년 첫 포문을 연 하지원에게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