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는 노출증 환자, 유리는 국어책 읽는 초등학생?”
연말이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각종 가요·연기 시상식이 2003년에도 석연치 않은 뒷얘기를 남기며 하나 둘 막을 내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나눠먹기 수상’과 일부 수상자들의 참석거부로 구설수에 올랐는가 하면, ‘수상을 전제로 한 참석’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연히 수상 결과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매체와 네티즌들이 직접 선정한 각종 안티 시상식 결과가 사뭇 흥미롭게 받아들여진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우상의 ‘허점’을 사정없이 꼬집어 날카롭게 비판, 스타들의 허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만의 시상식’ 현장으로 가보자.
2003 최악의 딴따라 워스트 어워드
인터넷 매거진 ‘켐알에이넷’(www.kmra.net)은 12월1일부터 16일까지 네티즌 총 1만2천5백34명의 투표를 통해 ‘2003 최악의 딴따라 워스트 어워드’ 후보를 발표했다. 최종 투표 마감은 1월10일. 각 부문 수상자는 네티즌 투표 60%와 가요평론가(11명) 평가 40%를 합산하여 선정한다.
2003년으로 세 번째인 이번 시상식은 최악의 가수를 비롯해 노래, 앨범, 뮤직비디오, 립싱커 등 13개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가운데 ‘H.O.T’ 출신 문희준이 총 9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으며, 2003 최고 이슈 메이커 이효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수 데뷔 이후 누드집으로 관심을 끌었던 함소원은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켐알에이넷의 운영진은 “미디어 주입식 일변도의 각종 시상식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역사에 남게 될 ‘최고의 음악과 가수’가 진짜 음악이 아닌 ‘돈과 마케팅과 미디어로 점철돼 만들어진 결과’로 남겨지는 것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앞선다”고 최악의 뮤지션과 음반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을 가했다.
2003년 등장한 여자 가수들 특징에 대해서는 ‘육탄공격, 성형공화국’ ‘여자연예인 최후의 재활용센터-가수데뷔’ ‘소녀그룹 쇠퇴, 앵벌이전선으로 대거 이동’ 등 거침없는 평가가 이어진다. 가장 유력한 최악의 여자가수 후보 이효리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2003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음. 스포츠신문은 매일매일 그녀 기사를 쏟아내다 못해 토해내고 있으며, 정말 외우기 싫은데도 불구하고 전국민이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로 사방팔방 원숭이 반복학습을 시키고 있음.”
이밖에 유니(노력형 가수임에는 분명하나 너무 많은 동류(?)의 출현으로 인해 오히려 일찍 관심도에서 멀어진 케이스), 채연(카일리 미노그 카피 버전으로 출발, 현재도 같은 노래로 주구장창 섹시한 춤으로 관객을 압도하려 하나 압도당하지 않는 것이 문제임), 채소연(육탄돌격 여가수의 화룡점정. 이효리가 미디어를 평정했다면 채소연은 국방부 무대를 평정했음), 함소원(더 이상 벗을 수 없고 더 이상 상업적일 수 없음) 등이 눈에 띈다. 최악의 가수 남자 후보로는 문희준, 원투, S, 김경호, 스티브유(유승준), 파이브 등이 있다.
이밖에 2003년 최악의 노래로는 ‘G선상의 아리아’(문희준), ‘자 엉덩이’(원투), ‘10Minute’(이효리), ‘Best Love’(함소원) 등이 올랐다.
2003 연이말 안티시상식
회원수 79만여 명을 보유한 인터넷 다음의 최대 안티카페인 ‘연예인, 이제 그들을 말한다’(cafe.daum.net/now wetalk)는 12월15일 자체 회원 투표를 통해 최악의 가수, 최악의 연기자를 선정했다. ‘2003 연이말 안티시상식’ 후보자는 2003년 한 해 동안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질이 부족한데 노력도 안하거나’ ‘많은 루머나 소문에 거론된 가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투표결과 가수부문 1위는 역시 이효리. 네티즌들은 이효리에 대해 ‘노출증 환자처럼 너무 벗으려고만 해서’ ‘언론플레이의 압박’ ‘안 벗는다면서 벗고 라이브 한다면서 립싱크를 했음’ ‘가수가 자기 노래를 부르고도 소화를 못 시킴’ ‘CF 찍느라 본업을 잊어서’ 등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이밖에 GOD와 장나라가 2, 3위를 차지했고 유니, 함소원, 보아, 슈가, 렉시, 박광현 신화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연기자로는 성유리가 1위에 올랐고 손예진, 박한별이 뒤를 이었다. 인기 여성그룹 ‘핑클’ 출신으로 연기자로 변신, SBS 드라마 ‘천년지애’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던 성유리는 ‘어이없는 연기가 오히려 이슈가 되고 유행이 되는 사태 발생’ ‘어설픈 대사처리와 어이없는 감정처리, 국어교과서를 방불케 하는 황당한 초등학생 연기’ 등이 지적됐다. 또한 손예진은 ‘가식의 극치’ ‘착한 척에 질림’을 이유로, 박한별은 ‘말도 안되는 얼짱’ ‘연기가 장난이다’ 등을 지적했다. 이밖에 임성언, 빈, 장나라, 서민정, 손태영, 류시원, 이진 등이 4∼10위에 올랐다.
딴지일보 선정 토룡영화제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가 처음으로 선정한 ‘2003 토룡영화제’는 지난 12월11일 개최된 ‘청룡영화상’를 패러디한 안티 영화상이다. 이번 시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특별 후보위원회를 구성한 딴지일보측은 자격미달·수준 이하 한국영화와 배우들을 총 8개 부문으로 나누어 12월 말까지 회원들 투표를 통해 수상자와 수상작을 선정했다.
부문별 시상 명칭도 딴지일보 특유의 촌철살인적인 비꼬기가 압권이다. 우선 ‘훈민정음상’(출중한 낭독연기를 선보여 훈민정음 가치를 널리 알린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 중의 상)은 ‘이중간첩’의 고소영,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 ‘블루’의 김영호, ‘거울속으로’의 유지태·김혜나, ‘여고괴담 3’의 박한별 등이 후보에 올랐다. 고소영과 박한별이 대접전.
또 ‘발기부전상’(나름대로 에로틱한 설정에도 불구, 관객을 자극하기는커녕 전혀 꼴리지 않는 묘사로 조루를 촉진하는 장면에 수여하는 상)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빗장걸이 정사신,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전미선이 펼친 여관신,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손예진 비키니신이 후보. 손예진의 수상이 유력하다. 요란한 포장으로 관객 기대치를 올려놓았다가 본편에서 실망하게 만든 영화 예고편에 주는 ‘불신지옥상’은 ‘내츄럴시티’ ‘낭만자객’ ‘거울속으로’ 등이 올랐다.
토룡영화제 대상격인 ‘종합우승상’은 잡스러움과 산만함, 지루함으로 관객들을 수면으로 몰아가고, 입장료에 대한 아집을 남기게 한 작품에 수여한다. ‘조폭마누라 2’와 ‘남남북녀’의 각축 속에 ‘낭만자객’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튜브’ ‘나비’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쇼쇼쇼’ ‘블루’ 등 9개 작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토룡영화제 사무국은 네티즌 투표에 앞서 영화언론매체 기자와 평론가 등 영화관계자 20여 명을 상대로 ‘종합우승상’ 후보에 오른 작품 가운데 각자 생각하는 ‘최악의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낭만자객’이 5표로 1위,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4표로 2위를 차지했다. ‘필름 2.0’ 김영진 편집위원은 “어떤 영화보다 더 가열차게 돈을 벌겠다는 욕망에 불타면서도 뭔가 의미 있는 발언을 하려는 척 ‘생쑈’를 하고 있으며 다른 영화에 미치는 타의 모범의 위력이 현저하게 드러난다”면서 ‘낭만자객’을 최악의 영화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딴지일보는 최악의 가수에게 주는 ‘2003 밥상가요대상’도 개최, 김건모 이효리 문희준 원투 박지윤 등을 후보로 선정했으며, 연말까지 진행된 네티즌 투표 결과는 1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