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연예가 총정리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한 2003년 연예계. 올 한해도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나날을 보낸 스타가 있는가 하면,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최면술을 이용해서라도 악몽 같은 기억들을 지우고 싶은 스타도 있다. 올 한해 연예계를 정리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낸 스타들과 최악의 한해를 보낸 스타들의 명암을 살펴봤다.
승승장구
★이효리
인기 여성그룹 ‘핑클’의 귀여운 맏언니에서 가요계 섹시 퀸으로 화려하게 변신. 연초에는 MC로서 공중파 오락프로그램을 장악하더니 하반기 무렵 솔로 데뷔곡 ‘10 minutes’를 발표, 가는 곳마다 ‘10분 안에 청중을 사로잡는’ 놀라운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가창력보다 과도한 노출패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슴성형’ 의혹에 시달리고 안티들에겐 ‘노출증 환자’ 취급을 당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초래. 그러나 50억원에 이르는 CF 부수입과 각종 설문조사 및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올 한 해 ‘이효리 신드롬’의 주역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제동
대구를 기반으로 한 이벤트 MC 출신인 김제동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입담과 애드리브로 지난해 12월 혜성같이 등장, 종횡무진 활약 속에 데뷔 1년 만에 방송 3사 오락프로를 장악했다. 특히 각종 행사나 방송을 통해 내뱉은 말들은 ‘김제동 어록’으로 기록될 만큼 인터넷을 떠돌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날 버린 여자는 지금 후회할 거예요. 씨에프 두개나 찍었어요.” “사랑은 택시와 같은 거죠. 함께 걸어온 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발한 재치와 감동으로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인 김제동 어록의 대표작이다.
★양현석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에서 힙합전문 음반기획사 양군기획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변신한 양현석은 최악의 불황으로 허덕인 올 한해 국내 가요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지누션, 원타임에 이어 올 한해 동안 실력파 여성그룹 ‘빅마마’와 여성 솔로가수 ‘렉시’, 거물급 신인 ‘세븐’을 데뷔시켜 각각 음반차트 1위에 입성시켰다. 또 얼마 전 발매한 ‘휘성’ 2집 앨범과 여성 신인가수 ‘거미’의 데뷔 앨범도 빅히트를 기록하고 세븐과 빅마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가요계 안팎에 ‘양현석 사단’의 파워를 과시했다.
대기만성
★이서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명대사의 주인공인 MBC 인기사극 ‘다모’의 황보종사관 나으리. 지난 9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첫눈 오는 날 데이트하고 싶은 연예인’ ‘함께 영화보고 싶은 연예인’ 일순위로 꼽히는 등 여성팬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 2000년 데뷔, 드라마 ‘그 여자의 집’ 영화 ‘아이 러브 유’ ‘공포 택시’ 등 출연작마다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올해 ‘다모’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현재 ‘애니콜’ CF를 비롯, 각종 드라마와 영화 러브콜이 쏟아져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
★양미경
하반기 안방극장을 장악한 MBC 인기드라마 ‘대장금’이 낳은 깜짝스타. 장금이의 요리사부 ‘한상궁’ 역을 맡아 당초 음모에 희생당해 극 초반 운명을 달리할 예정이었으나 타이틀롤 이영애보다 더 많은 화제를 모으며 두달 이상 목숨을 연장시키는 대반전(?)을 펼쳤다. 지난 15일(27회) 한상궁의 죽음이 방송된 이후에는 네티즌들의 애도 물결로 홈페이지 게시판이 마비됐을 정도. 양미경은 ‘한상궁 열풍’으로 무려 30여 개의 팬클럽이 창단되고 CF 섭외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등 데뷔 20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래원
신세대답지 않게 진지하고 다소 ‘느끼한’ 캐릭터로 1997년 데뷔 이후 줄곧 ‘조연급 주연배우’ 대접을 받아오던 그가 올 여름 방송된 MBC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로 기존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쿨 가이’ 변신에 성공했다. 신세대 패션 아이콘으로 새롭게 부각된 이후 각종 CF를 섭렵했으며, 오는 30일 열리는 MBC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 후보에 올라 까마득한 선배 손현주를 상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격세지감
★이수만·서세원
‘H.O.T’ ‘S.E.S’ ‘보아’ 등을 키워낸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과, 서세원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영화와 방송을 휘두르던 서세원은 한국 연예계의 ‘큰손’에서 ‘검은손’으로 전락, 그야말로 ‘치욕스런 한해’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해 연예계 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피해 잠적했다가 올 상반기에 자진 귀국하여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0월 각각 횡령 및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되었다. 특히 서세원은 허리디스크 악화로 간이침대에 실린 채 초라하게 입국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방송되는 수모도 겪었다. 한편 이수만은 구속 5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으며, 서세원은 최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종환
오랜 관록을 자랑하던 유명 DJ 이종환은 지난 7월 MBC 라디오 인기프로 ‘이종환의 음악살롱’ 진행도중 음주방송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오점을 남겼다. 당시 그는 전남 목포에서 생방송으로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취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공동진행을 맡았던 현지MC에게 “여자와 유달산 가봤냐” “목포 여자 예쁘냐” “월급은 한 5백만원 받냐? 그 정도도 못 받지?” 등 몰상식한 발언을 계속해 청취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종환은 3개월 후 SBS 라디오 가을개편에 맞춰 ‘이종환의 낭만시대’란 프로그램을 맡아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공익성과 자질을 문제삼은 여론과 내부 노조의 반발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악전고투
★윤다훈-김정균
술에는 장사가 없는 법. 지난 7월 심야 술자리에서 나이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폭행사건을 일으킨 두 사람은 결국 맞고소 사태로까지 비화, 상반된 진술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내년 1월 초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코뼈가 내려앉아 두 차례 수술을 받은 김정균은 “일방적인 폭행이었다”며 합의를 거부한 채 폭행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맞서 윤다훈은 “서로 주먹이 오갔다”며 명예훼손 혐의까지 추가한 상태.
★배인순-최원석
왕년의 인기듀오 ‘펄 시스터즈’ 출신으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배인순이 전남편의 외도를 폭로한 자서전 <30년만에 부르는 노래>를 출간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이니셜로 표기된 유명 여성 연예인들과의 엽기적인 애정행각은 진실여부를 두고 논란이 가중됐는데, 급기야 최 전회장이 이달 초 서울지법에 책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정면으로 비난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최 전회장은 최근 발간된 <신동아>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혼은 아내의 외도로 한 것” “연예계 복귀를 위해 거짓말로 조작, 상업적으로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해 또 한 차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최진실-조성민
지난해 12월18일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진실과의 파경을 공개적으로 밝힌 야구선수 조성민.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15일 이번엔 최진실이 기자들을 불러모아 심경을 밝혔다. 현재 조성민과 별거중인 최진실은 지난 3월 둘째 딸을 낳은 후 두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으며, 내년 3월경 연예계 컴백과 함께 “이혼은 안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연초부터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관련한 폭로전을 펼친데다, 최근 최진실이 ‘내연의 여자 심아무개와의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났다’면서 두 사람을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감정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져 재결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