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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꿈꾸는 인터넷 ‘얼짱’들

등록일 2003년12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03년을 강타한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인터넷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얼짱’이다. 당초 네티즌만의 ‘놀이문화’ 수준이던 얼짱은 올해 들어 여러 분야에서 온갖 ‘짱’을 탄생시키더니 이제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주류문화의 한 단면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연예계도 마찬가지. 웬만한 톱스타 부럽지 않은 팬클럽을 거느리며 온라인을 장악한 인터넷 얼짱들이 속속 연예계로 진출하면서 오프라인 스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얼짱이란 ‘얼굴이 잘생겼다’는 뜻의 ‘얼굴 짱’의 줄임말.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답게 네티즌이 인정한 ‘꽃미남’ ‘미소녀’만이 얼짱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얼짱은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 웹카메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탄생된 인터넷 문화의 일종이다. 이전부터 각 학교마다 예쁘고 잘생긴 아이들이 주변 학교에 알려지면서 얼짱 대접을 받았지만, 사이버시대의 얼짱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전국적인 스타로 유명세를 떨친다. 연예계에선 인터넷 얼짱 박한별이 스타로 발돋움했고, 농구선수 신혜인과 골프선수 안시현은 스포츠계의 얼짱으로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얼짱 열풍의 진원지는 회원수 20만여 명을 자랑하는 인터넷 다음의 ‘5대 얼짱’ 카페. 예쁘고 잘생긴 ‘일반인’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다음날 여기저기 사진이 옮겨지면서 이들은 하루아침에 ‘온라인 스타’가 된다. 대부분 친구들이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 얼짱카페에 올렸다가 본의 아니게 유명해진 케이스가 많다.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이들을 모아 ‘5대 얼짱’ ‘전국 얼짱들의 모임’ 등 팬클럽을 만들어 사진을 공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탄생된 얼짱들은 개인 팬클럽이 따로 개설될 정도로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터넷 얼짱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공인된 얼짱들에겐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따라붙어 연예계 진출을 종용하는데다, 얼짱 스스로 연예계 진출에 대한 강한 동경과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제2의 전지현으로 불리며 영화 ‘여고괴담3’, 드라마 ‘요조숙녀’로 인기를 모은 박한별(19)은 바로 ‘5대 얼짱’ 1기 출신. 박한별에 이어 연예계에 진출한 인터넷 얼짱으로는 구혜선 남상미 이주연 등이 있다. ‘삼보컴퓨터’ CF에서 김남일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구혜선(19)은 현재 케이블방송 m?net에서 VJ로 활동 중이며, 한양대 앞 ‘롯데리아 걸’로 유명세를 떨친 남상미(19)는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 출연 중이다.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얼짱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주연(16)은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연예 활동에 돌입했다. 또 최근 가요계에 데뷔한 신인 여성그룹 ‘더 얼짱’은 김푸른(19)과 이슬(17) 김하니(16) 등 인터넷 얼짱 출신들이 멤버를 이뤘다. 91년생인 ‘미니 얼짱’ 김윤혜(12)는 ‘제2의 보아’를 꿈꾸며 가수 수업에 한창이다. 남자로는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로 스크린 데뷔하는 김경록(19)과 영화 ‘돌려차기’의 주인공 현빈(21) 등이 대표적. 그러나 인터넷 얼짱이 연예계로 진출했다 해서 모두가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한 장으로 네티즌을 현혹시킬 순 있지만 천부적인 끼와 재능, 혹독한 트레이닝 없이는 냉혹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 최근 신인탤런트를 공개모집한 MBC의 경우, 기존 얼짱 사이트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얼짱 스타들이 대거 몰려들어 화제가 됐지만 이들은 모두 최종 선발에서 탈락했다. 얼짱 열풍이 과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10대들의 외모지상주의와 연예계에 대한 값싼 환상만 부추긴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아이러니한 것은 네티즌들 역시 얼짱의 연예계 진출에 대해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는 점. 자신들의 손으로 ‘민간인’ 스타를 얼짱으로 키워냈다는 은근한 자부심과 이들에 대한 친숙함이 상업주의로 포장된 연예기획사의 손을 거치면서 ‘스타와 팬’의 상하관계로 돌아선다는 것에 허탈감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스타지망생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얼짱 사이트로 몰려들어 얼짱을 자처하는 것도 영 못마땅하다. 네티즌들은 자격미달, 과대포장된 ‘얼짱’에 대해선 가차없는 비난과 조소를 퍼붓기도 한다. ‘얼짱’ 신드롬은 이제 인터넷상을 벗어나 노래짱, 몸짱, 주먹짱 등 여러 분야에서 아류를 낳으며 새로운 스타들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자기 PR시대에 사는 21세기 신데렐라는 백마 탄 왕자가 없어도 스스로 유리구두를 맞춰 신고 파트너를 찾아 나설 만큼 당당해졌다.
주간현대/정부경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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