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데뷔작 ‘천년호’에서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액션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된 신세대 여배우 김효진.
11월28일 개봉을 앞둔 무협 멜로영화 ‘천년호’(감독 이광훈·제작 한맥영화)를 통해 스크린 데뷔하는 신세대 스타 김효진(19). 과격한 와이어 액션에 에로틱한 정사신까지, 어디 하나 쉬운 장면 없이 살신성인적인 연기를 펼쳐야 했던 김효진은 영화 한 편을 찍는 동안 소녀에서 숙녀로 훌쩍 성장해버린 느낌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차세대 여배우감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둔 김효진을 ‘천년호’ 시사회장에서 만나보았다.
“효진이는 한사코 옷을 못벗겠다며 버티지… 그래서 내가 직접 효진이 어머님을 찾아가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다’고 설득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어요.”
‘천년호’에서 김효진과 연인으로 분해 사랑연기를 펼쳤던 남자 주인공 정준호가 밝힌 캐스팅 당시의 숨은 비화 한 토막이다.
무협 판타지멜로를 표방한 ‘천년호’는 지난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탤런트 김민정이 드라마 촬영중 당한 부상으로 스크린 도중하차가 불가피하자 김효진을 새로운 헤로인으로 낙점하고 캐스팅 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당시 열여덟살이던 김효진은 시나리오상에 나타난 두 차례의 정사신과 노출연기가 못내 부담스러워 출연을 망설였다. 이에 안달이 난 정준호가 김효진의 엄마까지 찾아가 직접 설득하며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찍은 두 사람의 정사신은 아쉽게도 실제 스크린상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상영시간 조절과 등급 심의를 위해 앞뒤 부분이 잘려나간 채 싱거운(?) 키스신으로만 남게 된 것.
김효진은 “자운비의 이중적인 캐릭터에 반했고 기존의 내 이미지와 다른 점이 마음에 끌렸다”면서 후회 없는 선택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준호 역시 “와이어 액션 등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놀랄 만큼 잘 해냈다”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훌륭한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김효진에 대해 애정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사스’의 위협 속에서도 중국 올로케를 강행하여 화제를 모았던 ‘천년호’는 천년의 한이 서려 있는 호수를 배경으로, 통일신라 말기 진성여왕(김혜리 분)과 여왕의 총애와 사랑을 받는 장군 비하랑, 그의 지고지순한 연인 자운비가 펼치는 비극적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자운비’ 역을 맡은 김효진은 자객들에 의해 쫓기다 천년호에 뛰어든 후 부족시대 저주의 봉인이 깨지면서 호수의 악령이 씌워 무자비한 복수를 펼친다.
이때부터 육체적인 고생길이 시작된다. 영하의 호수에 아무런 지지장비 없이 15m 절벽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영화 ‘영웅’의 세트로 유명한 중국 헝디엔의 진황궁 세트장 30m 성곽에서는 와이어 줄에 매달려 하루종일 날아다녔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정준호와 함께 호수로 또 한 번 떨어진 후 보호장비나 구조요원 없이 롱테이크로 수중 이별신을 촬영해야 했다. 김효진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찍었다”며 이 수중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이렇듯 김효진은 현장에서 ‘액션 신동’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운동신경으로 무술과 낙하연기를 척척 해내는 등 현지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늘씬한 신체조건과 쌍꺼풀 없이 큰 눈이 고전적인 신비함을 자아내는 김효진은 중학생 시절부터 CF모델로 각광받은 데 이어 TV 드라마 ‘골뱅이’ ‘우리집’ 등에 출연해 연기 경험을 쌓았다.
“첫 영화라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인다”면서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숨은 진주라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고 있는 충무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