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교복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인 한국영화 가운데 10대들의 재기발랄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하이틴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 그러나 극중 고교생으로 분한 배우들을 가만 살펴보면, 조금 과장해서 눈가에 주름이 슬슬 잡히는 20대 중반의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쑥스러운 와중에도 오랜만에 교복 입고 신바람 내고 있는 ‘즐거운 배우’들, “마음만은 아직 우리도 10대”라고 외치는 듯하다.
최근 약 석달간의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인 하이틴 코믹물 ‘내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 공동제작 포이보스?제이웰엔터테인먼트)는 동명의 인터넷 히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TV드라마 ‘다모’를 통해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하지원과 ‘살인미소’라는 별명으로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까지 입지를 넓힌 청춘스타 김재원이 커플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독특한 제목처럼 내용도 톡톡 튄다.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엉뚱한 여고생 하영과 외모, 재력, 두뇌, 모든 것을 갖췄으나 오로지 싸가지만 없는 명문대생 형준이 ‘노비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무엇보다 1979년생으로 김재원보다 실제 2살 많은 하지원(24)이 극중에선 오히려 2살 어린데다 교복입고 천방지축 날뛰는 여고 3학년 ‘하영’으로 등장해 깜짝 변신을 선보인다. “나이 들기 전에 꼭 여고생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며 천연덕스럽게 코믹연기를 펼친 그녀는 “교복을 입으니 김재원보다 더 어려 보이는 것 같다”면서 흐뭇해하기도.
하지원보다 한 술 더 뜬 ‘늙은 고교생(?)’도 수두룩하다.
최근 촬영에 들어간 코믹멜로물 ‘그놈은 멋있었다’(감독 이환경, 공동제작 BM?LT픽쳐스)에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주가상승한 정다빈(23)과 미남배우 송승헌(27)이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
인터넷 스타 귀여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어리버리하고 평범한 여고생 한예원이 우연한 계기로 무대뽀 킹카 지은성을 사귀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연애담을 그리고 있다. 기성세대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각종 채팅용어와 이모티콘, 다소 유치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으로 폭발적 지지를 얻었던 원작답게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
이 때문에 ‘옥탑방…’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연기한 정다빈에 비해, 실제 나이보다 열 살 가량 아래인 고교생을 연기하는 송승헌의 경우 ‘너무 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도 성숙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송승헌은 10대 소녀팬보다 30대 이상의 아줌마팬이 많기로 소문난 편. 그러나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정도로 매력적인 역할”이라며 내심 욕심을 부렸고,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몸 만들기에 돌입하는 등 ‘완벽 고딩남’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송승헌과 동갑내기인 청춘스타 권상우(27) 역시 새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제작 싸이더스)에서 70년대 고등학생으로 분해 ‘회춘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말죽거리 정문고에 전학온 소심한 고교생 현수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학교짱인 우식, 이들에게 다가온 1살 연상의 여고생 은주 등 1978년을 배경으로 당시 고교생들의 학교와 성장, 첫사랑을 담을 예정이다.
전작인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이어 또다시 고교생 연기를 맡게 된 권상우는 기존의 껄렁한 이미지를 벗을 만한 외유내강형의 모범생 현수 역에 매료되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강행했다고. 권상우 외에도 ‘우식’ 역의 이정진(25)과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한가인(21) 역시 모처럼 학창시절로 돌아가 맘껏 교복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화 ‘장화, 홍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임수정(23)은 11월28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ing’(감독 이언희, 제작 드림맥스)에서 ‘옥탑방 고양이’ 김래원과 풋풋한 첫사랑을 나누게 된다. 자칭 킹카 대학생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와 연애를 부추기는 친구 같은 엄마(이미숙) 사이에서 주저하는 새침한 로맨티시스트 민아 역을 맡은 것. 임수정은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단발의 고3 스타일로 변신,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상큼한 매력을 발산했다.
인기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24)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영화 ‘돌려차기’(감독 남상국, 제작 씨네2000)는 ‘만세고 태권도부를 두들겨 팬 불량학생들이 도리어 태권도부가 되어 전국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의 고교 스포츠코미디.
드라마 ‘천국의 아이들’에서 연기호평을 받은 김동완이 만세고 주먹짱 ‘용객’ 역을 맡아 교복과 태권도복을 번갈아 입으며 종횡무진 활약 중. “극중 용객이 태권도를 통해 진정한 운동선수로 변해가듯 나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겠다”며 야무진 각오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