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붓다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문바라문(生聞婆羅門)이 붓다에게 와서 안부를 묻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붓다에게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일체(一切)란 무엇을 말합니까?”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일체란 12처(處)이니,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촉감, 의식 기능과 의식 내용이다. 이것을 일체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것은 일체가 아니다. 나는 사문 구담이 말하는 일체를 버리고 다른 일체를 확립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말일 뿐, 알려고 해도 알지 못하고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雜阿含經 제13권 제16경>
12처(處)는 대상을 감각하거나 의식하는 안(眼) · 이(耳) · 비(鼻) · 설(舌) · 신(身) · 의(意)의 6근과 6근의 대상인 색(色) · 성(聲) · 향(香) · 미(味) · 촉(觸) · 법(法)을 말한다. 이 12처는 인식을 성립시키는 요소와 인식의 한계를 제시한 불교의 기본 관점이다. 따라서 불교는 12처를 벗어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떠한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12처에 대상을 식별하는 마음 작용, 즉 안식 · 이식 · 비식 · 설식 · 신식 · 의식의 6식을 더하여 ‘18계(界)’라고 한다.
아아... '일체'가 이런 뜻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