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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극 신드롬의허와 실/사극에서도 ‘강한 여성’ 득세한다!

등록일 2003년10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MBC 드라마 ‘다모’와 ‘대장금’은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세우며 여성 사극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여성들의 활약을 그린 사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종영된 드라마 ‘여인천하’(SBS TV) 와 ‘명성황후’(KBS 2TV)에 이어 올해는 조선시대 포도청 여수사관의 이야기를 담은 ‘다모’(MBC TV)가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모’ 후속작인 ‘대장금’이 방송 한달만에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SBS TV ‘야인시대’에 이어 방영되는 ‘왕의 여자’도 조선 선조와 광해군에 걸쳐 사랑을 받은 ‘개시’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해 시선을 끌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뮤지컬 ‘명성황후’에 이어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여성 사극 열풍은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 ‘다모’에서 주인공 채옥(하지원 분)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여성의 싸움이 왕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암투를 벌이거나 시기와 질투를 무기로 다른 여성과의 싸움이었다면, ‘다모’의 채옥은 그와 달랐다. 칼 한 자루를 들고 대나무 숲을 훠이훠이 날아다니며 남자 무술고수들과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위조엽전 수사를 위해 도적소굴에 단신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극의 초중반까지 자신의 처지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결국 채옥은 모든 오해와 불신 반란과 역모의 이야기를 안고 스스로 화살을 심장에 꽂고 극을 마무리지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몸치장이나 신경 쓰고 암투나 벌이던 이전의 사극 속 여성들에 비한다면, 채옥은 한 여자의 사랑은 물론 한 시대의 역사의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한 것이다. 사극 속 여성 캐릭터의 혁명적인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모’의 인기를 이어받은 ‘대장금’은 조선 중종 때의 실존인물인 장금(長今)(이영애 분)이라는 여성의 성공담이 주된 줄거리다. 드라마는 하층민 출신인 장금이 어린 시절 나인으로 궐 안에 들어가 연산군에서 중종에 이르는 조선시대 최대의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실력을 쌓아 최고의 궁중요리사가 되고 나아가 의술까지 배워 왕을 직접 치료하는 주치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장금 역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간다. 이같은 여성 사극의 변화는 ‘여인천하’에서부터 조짐을 보여왔다. 이전의 사극들이 왕권을 둘러싼 싸움이나 세력다툼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 속의 여성은 큰 뜻을 세운 남성을 조용히 내조하거나, 평생 남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그러다가 정조에 위기가 닥치면 은장도를 빼어들거나 혀를 깨무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여인천하’의 정난정(강수연 분)과 중전(전인화 분)은 정치적 혼란기를 정리하고 시대를 이끌고 나가는 주체적 인물로 그려졌다. 드라마와 뮤지컬로 제작된 ‘명성황후’ 역시 을미사변의 희생자로만 기억되던 명성황후를 일본의 침략을 온몸으로 막으려 했던 큰 인물로 그렸다. 사극, 미래의 여성상 그려야 물론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다분히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역사서에 기록된 ‘다모’의 원래 지위는 관아에 소속되어 차를 끓이는 일이 주업무인 매우 신분 낮은 관노비이다. 남녀유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 불가피하게 가정집의 안채를 수색하거나 여성용의자나 죄수를 다뤄야 할 때 다모나 관아에 소속된 의녀를 활용했다. 때로는 ‘성적노리개’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다모의 모습은 실제 역사 속의 다모와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또 ‘여인천하’ 역시 실제 역사와 상충되는 부분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 사극의 전면적인 등장과 함께 드라마를 통해 과거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의 여성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변화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극에서 원하는 여성상이 주체적이고 힘있는 삶을 사는 여성이듯 현실에서도 강한 여성을 원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10개 분야 여론주도층 1천40명을 대상으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연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중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강금실 법무장관을 49%라는 압도적 표로 1위로 꼽았다는 것. 전통적으로 비슷한 조사에서 수위를 지켰던 퍼스트레이디 권양숙 여사는 5.4%로 선두그룹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근의 여성 사극 신드롬 역시 강한 여성, 주체적인 여성을 기다리는 시청자의 바람이자 현실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 사극 신드롬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반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소수자에 불과하고 소외받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사극을 통해 남성의 능력을 뛰어넘는 과거 여인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측면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극들은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에 근거한 궁중비화가 주를 이뤄왔다. 남성의 손에 의해 쓰여진 남성중심의 역사가 드라마로 변화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시도되는 일련의 여성 사극은 정사가 아닌 야사에 그 뿌리를 두고 제작되고 있다. 물론 야사 역시 남성의 손과 입으로 전해진 것이겠지만 여성을 보는 시각은 엄연히 다를 것이다. 사실 16세기까지 조선의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었으며 남성과 동등한 지위에서 제사를 주관하고 재산을 상속받았다. 한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흔들 정도로 당시 여성의 힘은 막강했다. 다만 정사가 기록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다모’의 채옥이 다모로 성장하기까지는 황보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울고 보채던 채옥을 보듬은 것도 황보윤이오, 무술을 가르치고 다모로 키운 것도 황보윤이었다. 방영 중인 ‘대장금’ 역시 장금의 성공신화에 사랑을 빙자한 남성의 도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여성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성이기 때문에 성공한다”는 성공신화는 적어도 사극에서는 아직 요원한 모양이다. 여성은 이제 사극의 중심소재로 부상했다.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의 구성이 아닌 역사극을 통한 현실, 혹은 미래의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드라마에 역사적 책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적인 역사 속의 여성을 원하고 있다.
주간현대/정부경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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