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마누라2’ ‘불어라 봄바람’ ‘오! 브라더스’ 정면 대결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극장가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영화 강세가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던 올해는 여름시장 흥행 석권에 이어 추석시즌에도 할리우드 외화를 밀쳐내고 한국영화 3편이 9월5일 나란히 개봉, ‘흥행왕좌’를 향한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신은경 주연의 ‘조폭 마누라2 돌아온 전설’(제작 현진시네마), 이정재 이범수 투톱체제의 ‘오! 브라더스’(제작 KM컬쳐), 코믹연기의 대가 김정은 김승우를 앞세운 ‘불어라 봄바람’(제작 시네마서비스) 등 한국영화계 최고의 빅스타들이 총출동하고 국내 3대 배급사들이 경쟁적으로 뒤를 탄탄히 받쳐주고 있는 화제작 3편을 만나본다.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
2001년 전국 5백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계에 ‘조폭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조폭 마누라’의 후속편. 작년 추석시즌 개봉되어 전국 5백만 관객을 불러모은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면 관객들이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개봉에 이르기까지 신은경의 눈부상으로 촬영이 여러 차례 중단되고, 전편의 공동제작사인 서세원프로덕션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개봉 이후 흥행 1순위에 점쳐질 만큼 강한 내공을 갖추고 있다.
2편에서는 상대 조직과 싸움 도중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가위파’ 두목 차은진이 중국집 슈슈에서 배달부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1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화려한 액션보다 드라마를 중시했다”고 정 감독이 밝혔지만 코믹과 액션, 멜로, 가족애까지 뒤범벅이 된 속편은 욕설이나 폭력이 줄어든 대신 고만고만한 해프닝을 연속적으로 묶어두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신과 중국스타 장쯔이의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엔딩신 등 시작과 마무리만큼은 강렬한 눈도장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더욱 완숙해진 신은경의 ‘형님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한 박준규의 ‘닭살 연기’가 묘한 대조를 이루어 흥미를 돋운다. 15세 관람가 등급이지만 박준규는 “12살인 아들과 보지 못해 아쉽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오! 브라더스
조로증(정상인보다 4배 가량 빨리 신체가 노화되어 가는 병)에 걸린 12살 동생과 철없는 파파라치 형이 2인조 해결사로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코미디물.
단편영화 ‘자반고등어’를 통해 기대주로 주목받은 김용화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신인답지 않은 매끄러운 연출력이 돋보인다.
마음은 천진난만이지만 얼굴은 ‘뒷골목 형님’인 열두 살 동생 이범수, 동생을 영입해 업계 1위를 노리는 흥신소 ‘불륜사진 전문찍사’ 이정재의 기상천외한 동거이야기가 기대 이상의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지난 1999년 ‘태양은 없다’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첫 만남을 가진 이정재 이범수는 4년 만에 한국영화계 ‘대표배우’로 해후, 든든한 투톱을 이루며 코믹연기의 진수를 펼쳐 보인다.
극중 공포영화 ‘처키 마니아’로 등장하는 이범수의 엽기적인 처키 분장이 압권. ‘달마야 놀자’ 이후 승복을 벗고 2년 만에 다시 뭉친 이원종 이문식 류승수의 멋진 트리플 감초연기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배급계 후발주자로 3파전을 예고한 동양제과 계열 쇼박스가 배급을 맡아 뒷심을 보탰다.
불어라 봄바람
지난해 ‘라이터를 켜라’를 흥행시키며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른 장항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지독하게 흥행운이 없다가 이 작품에서 망가진 연기를 펼친 후 흥행배우 대열에 오른 김승우가 역시 주연을 맡았다. 게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코믹퀸’ 김정은이 가세하여 작품성은 둘째치고 무조건 관객들을 웃기기로 작정한 듯 사정없이 온몸을 내던졌다.
영화는 다소 촌스런 제목처럼 ‘설탕 프림 다 들어간 달짝지근한 다방커피’ 같은 잔재미를 안겨준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인 쫌팽이 소설가 선국(김승우)이 물방초다방 영업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단순발랄 풍운녀 화정(김정은)을 어쩔 수 없이 세입자로 받아들이면서 스멀스멀 사랑의 봄바람이 찾아오는 과정을 그려냈다. 주연배우들이 코믹연기에 사활을 걸고 덤빈 나머지 멜로 라인이 다소 약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데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흠. 게이 커플의 등장도 다소 억지스럽다.
국내 최대 메이저급 배급사인 플레너스(주)시네마서비스가 투자와 제작 배급을 포괄한 ‘인하우스 시스템’ 1호 작품으로 내세운 만큼 추석흥행 선두를 선점하기 위한 초특급 물량작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