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한 조은숙이 새 영화 ‘플라스틱 트리’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온다.
새영화 ‘플라스틱 트리’ 완성 일년만에 극장 개봉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통해 인상적으로 데뷔한 탤런트 겸 영화배우 조은숙(30)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나섰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K2TV 미니시리즈 ‘여름향기’(연출 윤석호)와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새 영화 ‘플라스틱 트리’(감독 어일선, 제작 RG프린스 필름스)에서 각각 상반된 캐릭터로 등장해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것. 특히 ‘플라스틱 트리’는 국내 영화 최초로 프랑스 영화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 순수 해외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다, 조은숙의 유럽진출에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1일 ‘플라스틱 트리’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시내 극장에서 여주인공 조은숙을 만나 개봉 소감을 들어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에 반듯한 이목구비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은숙은 실물이 훨씬 예쁜 배우에 속한다. 한때 TV 오락프로 토크쇼에 출연해 ‘2시간 반 동안 키스를 하고 났더니 입술에서 피가 나더라’는 솔직대담한 고백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그녀. 이 사건 이후로 ‘프리섹스주의자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는 그녀는 지금도 누드 촬영 제의가 끊임없이 들어올 만큼 섹스 어필한 연예인으로서 이슈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조은숙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는 걸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누구보다 연기 욕심이 많은 그녀가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영화가 바로 ‘플라스틱 트리’.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위태로운 동거를 그린 이 영화는 스릴러와 멜로가 혼합된 ‘핏빛 멜로’를 표방한 독특한 장르처럼 충격적인 반전과 유럽풍의 강렬한 색감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은숙이 맡은 캐릭터는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퀵서비스 배달원 ‘원영’이다.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수’(김인권 분)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어릴 적의 불우한 충격으로 성불구가 된 그와는 그저 ‘오럴 섹스’로 사랑을 나눌 뿐. 이때 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병호’(김정현 분)가 나타나면서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조은숙은 극중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보이시한 매력을 선보이다가 갑자기 찾아든 사랑에 본능적으로 빠져드는 백치처럼 순수한 여성스러움을,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멸시한 세상과 지독한 사랑에 미쳐버리는 광기 어린 모습을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사실 이 영화는 제작에서부터 작품이 완성된 이후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내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개봉을 앞둔 조은숙의 소감에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면서도 “영화 찍고 부족함을 느껴서 후회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한 애착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낸다.
우선 이 영화는 흥행성을 우려해 제작을 거부한 국내 영화사들과 달리, 우연한 기회에 시나리오를 접하고 호감을 보인 프랑스 RG프린스 필름스의 대표인 레지스 게젤바쉬에 의해 전액 투자를 받아내어 지난해 1월 부산 송정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은숙이 촬영 도중 오토바이신을 찍다가 인대가 3개나 끊어지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영화 초반에 다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 감정몰입을 하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조은숙은 도중하차의 위기가 있었지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역할”이라며 ‘깁스 투혼’을 발휘, 촬영을 끝까지 마치는 악바리 근성을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국내 배급사들이 외면한 통에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악재를 겪었다. 제작사는 해외로 눈을 돌렸고, 작품성을 인정한 해외영화제로부터 초청이 잇달았다. 특히 전주영화제에서의 큰 호응이 알려지면서 국내 배급사들도 서서히 움직임을 보였고 일년 만에 비로소 극장 간판에 내걸리는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영화가 유럽 20여 개국에 사전계약이 체결되면서 조은숙은 RG프린스 필름스와 향후 유럽 진출에 대한 매니지먼트 계약도 준비중이다. 그녀의 가능성을 높게 산 영화사로부터 전속계약을 제의받은 것.
그러나 조은숙은 무엇보다 국내 관객들에게 먼저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촬영도중 사고가 나면 영화가 대박이라면서요? 이 한 몸 희생해서 영화만 잘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