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이웃돕기 프로그램 가운데 기부 문화의 발전과 나눔의 정신을 확산시키는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사랑의 리퀘스트’(오른쪽)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YMCA, 방송3사 이웃돕기 프로그램 집중 분석
지상파 방송 3사의 이웃돕기 프로그램이 대상자의 어려움과 문제점에 초점을 두기보다 출연 연예인에 맞춰지거나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방송 3사 이웃돕기 프로그램 가운데 6월21일부터 7월6일까지 방송된 KBS ‘사랑의 리퀘스트’와 ‘체험 삶의 현장’, MBC ‘느낌표-박수홍 윤정수의 아시아 아시아!’ ‘일요일 일요일 밤에-박수홍의 러브하우스’, SBS ‘스타 도네이션 꿈은 이루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 등 6개 프로를 분석한 모니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각 프로그램들이 고정적인 시간대에 방송하여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소년소녀 가장, 희귀질환 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관심 대상을 폭넓게 선정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금 모금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특정 가수의 팬클럽들이 몰아서 기부를 한다거나, 노동 현장에 일꾼으로 참여하는 출연자들이 일하기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어 방송의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프로에서는 대상자의 어려움과 문제점에 초점을 두기보다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진행하는데다, 출연 연예인에 비중을 두어 간접 홍보의 성격을 띄거나 제작진의 어려움과 고충을 부각시키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기획 의도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랑의 리퀘스트’(6월22일 방송)는 마지막에 성금 기탁 리스트를 공개할 때 ‘2030성모사랑방’ ‘무지개너머’ ‘위드성모’ ‘소리꾼 조성모’ 등 기탁 기관 대부분이 가수 조성모의 팬클럽으로 고지되고 바로 조성모의 노래가 이어져 마치 조성모의 출연 때문에 팬클럽 회원들이 모금에 참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여 본말이 전도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체험 삶의 현장’(6월22일 방송)은 미스코리아들이 짧은 반바지나 끈만 달린 셔츠,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와 바지 등 일하기에 부적당한 옷차림을 하고 나왔으며, 일하는 중간에 옷이 젖었을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 등 미숙한 노동력에 볼거리 위주로 다루어 오히려 민폐만 끼쳤다는 지적이다.
‘스타 도네이션’은 6월21일 가수 옥주현에게 ‘서빙을 해본 적 있나?’ ‘옥주발이라는 별명에 대해’ ‘라디오 DJ의 매력’ 등을 질문했는데 이처럼 출연 스타들의 근황이나 활동, 또는 몸매 관리법 등을 묻는 식으로 스타에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목적 상실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출연 연예인들에게 무게를 두어 재미 위주의 내용을 다루거나, 단순한 사연 소개와 모금,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혜 대상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방송 이후로도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중간 점검이나 후속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움의 내용에 있어서도 수혜자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어 좀더 실질적인 배려가 필요하며, 또한 수혜자의 경우 자신의 어려움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방송에서 수혜 대상이 어린이인 경우 특히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동두천 뻥튀기 자매’ 편(6월29일, 7월6일 방송)의 경우, 러브하우스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가게가 딸린 2층집을 지어주었으나, 경제적으로 버거운 구조에 노인과 어린이들이 야외카페를 운영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랑의 리퀘스트’(7월5일 방송)는 한 어린이의 사연을 전하면서 어린이의 얼굴과 개인적인 치부라 할 수 있는 불행한 가정사를 그대로 소개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당할 우려와 정서적으로 위축되는 등 어린이 학교생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편성으로 기부 문화를 발전시키고 나눔의 정신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모금 프로그램인 ‘사랑의 리퀘스트’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체계적인 해결 방법 모색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개선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웃돕기 프로그램 가운데 모범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