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한국영화들이 6주 연속 흥행 1위를 이어가며 선전하고 있다. (사진 ‘장화, 홍련’ ‘싱글즈’‘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치고 여름 흥행 ‘싹쓸이’
한국영화 흥행 돌풍이 올여름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성수시즌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대결을 펼쳐 이처럼 완승을 거두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한국영화계는 물론 할리우드 직배사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한국 여름시장을 점령해 오다 뒤통수를 크게 맞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스크린쿼터제 절대수호를 외치며 자국영화 보호에 똘똘 뭉쳐 있는 한국영화의 한판 대결이 올 여름 극장가에 최대 이슈로 부각, 갈수록 흥미를 더한다.
올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흥행 돌풍의 포문을 연 영화는 지난 6월13일 개봉된 김지운 감독의 공포영화 ‘장화, 홍련’(공동제작 영화사봄·마술피리)이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밀어내고 개봉 첫 주말 전국 76만명(서울관객 14만8천여명)을 동원하며 흥행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개봉 3주 만인 지난 7월6일 전국관객 3백만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지난해 ‘폰’이 기록한 한국 호러영화 최고기록 2백30만을 가뿐히 넘어선 한국 공포영화 사상 최대 관객 동원이다.
‘장화, 홍련’에 이어 6월 마지막주 흥행 1위는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로맨틱코믹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제작 팝콘필름)가 차지했다. TV드라마 ‘피아노’ ‘해피투게더’ 등을 연출한 오종록 감독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에서도 ‘대박’의 짜릿함을 경험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특히 ‘첫사랑…’은 개봉 첫 주말 한날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보다 약 25만명 정도 더 많은 7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완승을 거두었다. 또 개봉 2주차인 7월 첫 주말에는 이 안 감독의 블록버스터 ‘헐크’를 제치고 2주 연속 흥행선두를 지켰다.
7월 둘째주 ‘첫사랑…’을 정상에서 밀어낸 작품은 역시 한국영화 ‘싱글즈’(제작 싸이더스). 귀엽고 섹시한 여자 장진영 엄정화의 화끈한 ‘싱글 선언’이 20대 여성들 사이에 크게 어필하며 7월11일 개봉 이후 전국 65만 관객을 동원, 흥행 정상을 이어받았다.
‘싱글즈’는 드림웍스의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 ‘신밧드: 7대양의 전설’과 짐 케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를 제치고 7월 셋째주에도 흥행 1위를 고수, 6주 연속 한국영화 흥행왕좌를 굳게 지키는 데 일조했다.
한국영화 흥행의 절정은 정우성의 파격적 변신이 화제가 된 곽경택 감독의 코믹드라마 ‘똥개’와, 조재현 최민수가 맡붙은 무협서사극 ‘청풍명월’, 한국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이룬 ‘원더풀 데이즈’가 7월16일 동시 개봉된 7월 셋째주로 볼 수 있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싱글즈’는 개봉 이후 열흘간 1백43만여명의 전국 관객을 동원했다.
‘똥개’는 전국에서 약 65만명을 동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또 순제작비 80여억원을 투입한 무협 블록버스터 ‘청풍명월’도 남성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전국 3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원더풀 데이즈’는 전국 2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애니 역사상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녀삼총사’를 비롯, ‘헐크’ ‘니모를 찾아서’ ‘브루스 올마이티’ 등 북미지역 개봉당시 당당히 박스오피스를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 흥행작들이 한국에선 국내 영화에 일격을 당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는 것.
최근 2년간 여름시즌 흥행 추이를 살펴봤을 때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유물과 다름없었고, 한국영화로는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이 지난해 6월 개봉 당시 1주간 1위를 차지한 것이 유일했다. 이런 가운데 올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한국영화가 6주 연속 흥행 정상을 지켜냈다는 사실은 ‘이변’과도 같은 대사건이다.
연속 흥행 정상의 신화는 본격적인 중고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이 가장 큰 고비가 될 듯하다. 섹시하고 강력한 사이보그 ‘T-X’의 입소문에 예매 폭주가 밀려드는 ‘터미네이터 3: 기계들의 반란’이 7월25일 개봉되어 흥행 정상을 위협하는 것.
이밖에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라인업은 8월1일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을 비롯해, 박신양 전지현 주연의 공포물 ‘4인용 식탁’이 8월8일 개봉된다. 한편 지난 4월25일 개봉,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은 전국관객 5백만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