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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고 일시적인 기억상실, 혹시 치매?

등록일 2021년04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양영순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기억상실을 겪는 경우를 간혹 본다. 기억상실(Amnesia)이란 문자적으로는 건망증을 뜻한다.

단순 기억력 저하는 치매 아냐

기억상실은 과거 경험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정서적, 신체적 요인 혹은 양자의 결합요인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정상인에서도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이 오는 질환이 있다. 바로 일과성 전기억상실증(transient global amnesia; TGA)이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가 파괴되어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기억력이 떨어지고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능력처럼 다른 인지기능도 함께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이라면,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은 다른 인지기능 손상 없이 기억력만 떨어지게 된다.

‘저장 및 불러오기’ 기능장애기억상실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향적 기억상실과 후향적 기억상실이다. 전향적 기억상실은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만 이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후향적 기억상실은 반대로 사건 이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이후의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전향적 기억상실은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경우이고, 후향적 기억상실은 저장된 기억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다.

홍길동 같은 ‘일과성 전기억상실증’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의 일회성 장애를 보인다. 전향적 및 후향적 기억장애가 동반되는 증후군으로 사건 이전과 이후 모두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24시간 이내 증상 소실이 기준이다. 대부분의 증상 지속시간은 1~7시간 정도이고, 재발률은 15%미만이다. 확증된 병인은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기억상실기(amnestic phase)의 이환 부위가 내측 측두엽이라는 것에는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내측 측두엽 기능장애 시 기억의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기억상실기에서 회복된 직후에도 인지기능의 경미한 장애가 지속되며, 기억력 장애 외에도 전두엽 기능의 저하가 동반되는 소견을 보인다는 여러 보고들이 있다.

치매 아니지만 단순 기억장애도 아닌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치매 등에서 발생하는 기억장애는 서서히 발병하며, 만성적 경과를 보인다. 헤르페스 뇌염이나 전략적 뇌경색에 의한 기억장애도 갑자기 발병하지만 역시 만성적 경과를 보인다. 이에 비해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은 갑자기 발병하고 비교적 단기간 지속되다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의식은 정상이고 인지기능 장애가 기억장애에 국한된다.

하지만 외견상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에서 회복된 후에도 일부 기억장애가 지속되고, 전두엽 기능장애 등 인지기능 장애가 지속된다는 여러 보고가 있다. 이 사실은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이 단순한 기억장애가 아님을 암시한다. 기억장애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인지기능 장애 및 경미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광범위한 뇌 피질의 이환이 수반되는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 사례들

A씨의 MRI 영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병변이 보인다.

환자들이 경험한 일과성 전기억상실증 발생 사례는 ▲시험기간 중 스트레스를 받아 생긴 경우 ▲여행 중 많이 피곤해 생긴 경우 ▲샤워 하다가 갑자기 생긴 경우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생긴 경우 ▲머리를 가볍게 부딪친 후에 생긴 경우 등 매우 다양했다.

#A씨(50세, 여)는 2시간 전 발생한 기억장애를 주소로 내원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 딸에게 전화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증상은 약 2시간 후 소실됐다. 안정형 협심증으로 치료받던 것 외에는 특별한 과거력이 없었던 환자로 내원 당시 신경학적 진찰에서 뚜렷한 국소 신경학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뇌파는 정상이었으나, 증상 발생 13시간 만에 촬영한 확산강조영상MRI에서는 우측 해마 부위에서 고신호 강도가 확인됐다. Aspirin 100mg을 투여했고 증상 재발 없이 퇴원했다.

뇌전증, 뇌졸중 관련성 반드시 감별 필요

일과성 전기억상실증은 바로 병원에 내원해 병력 청취와 필요한 검사를 받고, 다른 질환으로 감별되지 않았다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는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하루 만에 증상은 호전되기 때문에 장기입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뇌전증이나 뇌졸중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여 MRI 촬영을 하고 정확하게 진단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양영순 교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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