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부터 혼혈 논쟁에 시달려 온 탤런트 겸 MC 이유진(26)이 자신이 혼혈아임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진은 데뷔 이후 5년간 숨겨온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다음은 자세한 기자회견 내용이다.
-데뷔 초부터 혼혈이란 소문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해서 혼혈이 맞다. 아버지가 스페인계 미국인이다. 대학생 때 주한미군으로 파견왔다가 엄마와 만나서 1976년 결혼했다. 다음해 나를 낳고 세 살 때 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미국으로 간 지 1년 후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그 후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 미국으로 건너갈 때 엄마와 나를 데려가려 했으나 엄마가 생면부지 미국에서의 생활을 두려워해서 따라가지 않았다. 한때 엄마는 나를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내려 한 적도 있었다. 자라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러면 엄마가 속상해할 것 같아 참았다.
-혼혈이라서 힘들었던 적은.
▲어렸을 때 ‘튀기’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내가 뻥튀기도 아닌데 왜 튀기라고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혼혈아를 비하하는 말처럼 들려 속상했다.
-연예계 데뷔 후 혼혈임을 숨겼던 이유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무서웠다. 혼혈아는 마치 버려진 아이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부담스러웠고, 처음 사회 생활에 뛰어들면서 혼혈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이유진 자신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뒤늦게 고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계속 숨겨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기회가 되면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때라 생각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도 미안했고. 나와 가족들의 마음의 짐을 덜게 되어 기쁘다.
-현재 호적상으론 엄마와 자매로 되어 있는데.
▲외할아버지의 호적에 올려졌기 때문에 그렇다. 엄마가 나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늙어 가시는 게 속상하고 슬프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엄마에게 정말 미안하다.
-고백을 마친 현재의 심경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서 약간 걱정도 되지만 답답했던 속이 확 풀린 기분이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겪었을 불편함과 속상함이 이제 사라지게 되어 홀가분하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사고방식도 한국식이며, 언제나 한국 사람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혼혈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뀌었으며 좋겠다. 앞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 혼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
서울여대 생물학과 재학 중이던 1998년 슈퍼 엘리트 모델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이유진은 176㎝의 큰 키의 서구적 외모로 각종 CF에 출연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신화’ ‘태양속으로’ 등에 출연했으며, 평소 솔직하고 시원스런 성격 그대로 SBS 시트콤 ‘여고시절’의 여주인공을 소화해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SBS ‘도전 1000곡’의 MC로도 맹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