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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자원봉사 체전 빛냈다

등록일 2003년05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최고령 자원봉사자 김진형 할아버지. 제2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빛낸 일등 공신은 자원봉사자. 지난 2001년 천안에서 열렸던 제82회 전국체육대회 선수단 규모가 선수 1만7252명에 임원 5천25명으로총 2만2277명이었다. 당시 배치된 자원봉사자수는 1천9백42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번 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선수단 규모가 전국체육대회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자원봉사자 수는 오히려 2천6백40명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종목도 전국체육대회는 40개 종목인데 비해 장애인체육대회는 14개 종목에 불과하다. 그러나 체전준비팀은 체전의 성격상 1:1봉사시스템으로 배치했다. 장애인체육대회는 자원봉사체전이라고 할 만큼 각 시도별 참가 선수단 이상으로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체전 전날부터 3박4일간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2천6백여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장과 선수 숙소 등 곳곳을 누비며 체전을 빛낸 일등공신 이었다. 이번대회 자원봉사자의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소재 대학생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천안대학교 4백67명, 단국대학교 3백24명 등 지역소재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특별히 개설한 수화교실에서 수화를 배워가며 자원봉사 수화통역에 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이 외에도 지역의 수많은 사회·봉사단체, 일반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줄을 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역행사를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전국체육대회, 소년체육대회에 이어 장애인체전의 가장 큰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발 성성해도 봉사하고 싶어” 장애인 체전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10대와 20대. 그런 가운데 백발이 성성한(?) 83세의 김진형(신당동) 할아버지가 노익장을 과시하고 나섰다. 자원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 “지난 전국체전에는 우리 아들(65)이 자원봉사 했어. 내가 나가려 하다 아들이 먼저 신청하는 바람에 그만 뒀지.” 둘이 다 참여해도 됐건만 옛 어른들의 사고는 달랐다. 김 할아버지가 맡은 일은 관람석 안내. 과연 안내 봉사에 문제점은 없을까 의심할 수 있지만 나이가 사람 만드는 것은 아닌 것. “난 아직도 3천평 농사 혼자 지어. 자식들이 한사코 만류해도 일해야 몸이 편한 걸. 아마 웬만한 사람과 시합하면 두세시간 동안은 날 못쫓아올 걸” 한다. 그의 과거 경력은 64년 양계장 사업부터 시작된다. 신당동 일대 양계장 붐을 일으켰고 85년 개방교도소가 들어와 그 자리를 철거했다. 지역개발에도 앞장, 각종 사업에 제 일인 양 나섰다. 김 할아버지의 봉사동기는 뚜렷하다. “내 고장 인심을 널리 알리고 장애인 편의를 도우려신청했다” 며 “나도 언제 장애인 될 지 모르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한다. “나이 많다고 봉사에 안 끼워줄까 걱정돼 잘 아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부탁했어. 꼭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야. 안 그랬음 못했을 거야. 자원봉사자 틈에 끼여 있으니까 다들 애들이야. 그래도 내 머리가 좀 검어서 그렇지 안 그랬음 표가 확 났을 거야” 하며 무용담처럼 들려준다. 그는 “아주 기분좋다”는 말과 함께 “체전이 끝나면 중앙도서관 책배달도 해볼 참”이라고. 오토바이 타고 시내 활보하는데 지장없는 만큼 남은 여생 봉사좀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제가 더 즐거워요!”-선수 도우미 김옥순씨 웃음꽃 만개 “처음엔 제가 장애인을 불편 없게 돕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 도우미 상대를 만나고 보니 저를 더 웃기고 재밌게 해주더라고요. 하루 종일 웃어요.” 김옥순(41·아산시 모종동)씨는 도우미 상대인 대구팀 최경석(43·탁구) 선수의 개그맨 뺨치는 유머와 재치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씨는 현재 아산시 모종여성자율방범대장직을 맡고 있다. 20명의 대원 중 바쁜 대원들을 빼고 13명이 탁구대회가 열리는 선문대학교에서 척추·시각장애인 선수 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우미로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냐고 묻자 “선수들이 밥 사먹게 하고 싶지 않아 도시락을 싸오는데 음식이 입에 맞을지 걱정이 됐다. 그리고 반찬 만드는데 약간 신경이 쓰이는 걸 빼고는…, 참 화장실 갈 때하고… 호호호!” “다른 지역도 다녀봤지만 여기 도우미들처럼 친절한 곳은 아직 못 봤다. 인상 좋고, 성격 좋고, 거부감 없는 느낌이 좋다. 친척을 오래간만에 만난 것처럼 어색함도 없고… 너무 친해져 헤어지기가 서운할 것 같다”는 최씨는 김씨를 쳐다보며 ‘당신 생각도 내 생각과 똑같지 않냐’는 무언의 질문을 눈빛으로 던진다. 이런 이들의 만남으로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대구팀은 이날(15일·목)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씨는 팀동료를 응원하러 가는 최씨의 뒷모습을 보며 “…강한 정신력도 그렇고…,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더 배울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저들은 비장애인보다 더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항상 배어 있어요.” 잠시 틈을 내 뒤돌아보는 최씨를 향해 김씨는 주먹을 쥐어 보이며 웃음과 함께 ‘파이팅’을 전한다. ▶“최선 다하는 모습에 감동” 역도경기가 열리는 병천면 아우내체육관. 극한의 중량을 가진 바벨을 들어 올리느라 장애인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온 힘을 집중하는 선수들의 마음과 달리 바벨은 조금씩 무게를 올릴수록 움직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경기가 지속될수록 힘은 소진되지만 선수들은 몇 번의 실패에도 좀체 포기를 하지 않는다. 관중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온다. 선수들이 바뀔 때마다 경기장을 분주하게 오가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날 병천고에는 3학년 학생 8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경기운영을 도왔다. 이종상(19)군도 그 가운데 한 명. 다른 경기보다 역도경기는 장비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자원봉사자들도 힘이 배로 들었다. 무거운 경기장비를 옮기고 선수들의 이동을 돕느라 종상군의 이마에는 바깥보다 시원한 실내지만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경기 시작전에 저도 바벨을 들어봤어요. 20㎏ 이상을 못 들었어요. 그런데 장애인 선수들은 자신의 몸무게 두배가 넘는 1백㎏을 거뜬히 들어올려요.” 이군이 장애인들과 만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장애인과 노인 생활시설인 ‘사랑의 집’을 방문, 자원봉사를 했다. 그때 접한 장애인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종상군은 말했다. 종상군 곁에 서 있던 김진영(19)군은 “의사소통이 힘들어 답답함도 느꼈지만 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장애인들에게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군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는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3이라는 부담에도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은 경기가 끝나는 16일(금) 오후까지 체육관을 지켰다.
특별취재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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