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해외로 도피했던 개그맨 서세원이 10개월 만에 초췌한 모습으로 귀국, 연예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지명수배 되었던 개그맨 서세원(48)이 4월30일 오전 해외로 도피한 지 10개월 만에 초췌한 모습으로 귀국했다. 오랜 도피생활 동안 허리디스크 증세가 심각해진 서세원은 일반 입국 수속을 밟지 않고 구급차를 이용해 환자 수속으로 입국,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검찰은 서세원이 자진 귀국함에 따라 치료경과를 지켜본 후 증세가 호전되는 대로 소환,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 4월30일 오전 6시30분, 미국 뉴욕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부인 서정희와 함께 입국한 서세원은 심각한 허리디스크 증세로 들것에 실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1년 전까지 ‘연예가의 실세’로 군림하던 위풍당당한 모습은 오간 데 없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무방비 상태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피할 수밖에 없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재작년 영화 ‘조폭 마누라’에 투자하면서 영화 흥행과 함께 돈방석에 올라앉은 서세원은 지난해 대대적인 연예계 금품비리 사건이 터지자 이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연예기획사 ‘서세원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영화 홍보를 위해 방송사 PD 등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와 탈세 혐의 등이다.
그러나 서세원은 작년 7월 ‘사업상의 이유’를 들며 3박4일 일정으로 홍콩으로 출국한 후 그대로 잠적, 중국과 미국 등지를 돌며 장장 10개월간에 걸쳐 도피생활을 해왔다.
이번에 귀국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평소 허리디스크를 앓아오던 서세원이 오랜 도피생활로 인해 심신이 불안정한데다 최근 미국 애틀랜틱시티로 거처를 옮긴 뒤 디스크 증세가 악화되어 오른쪽 다리까지 마비되는 등 응급 수술이 시급했기 때문. 이미 지난 1월 인터폴을 통해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라선 상태라 현지에서의 치료도 여의치 않은데다, 연예 활동 중인 지난 1996년에도 한 차례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당시 수술을 집도한 한양대 오성훈 박사로부터 재수술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서세원은 입국 후 주치의가 있던 한양대병원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검찰이 지정한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옮겨져 일차적인 허리디스크 상태를 확인받은 후에야 한양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서세원의 신병상태가 상당히 위중하다는 고려대병원측의 진단결과가 나옴에 따라 당분간 체포영장 집행을 유보하겠다는 입장. 검찰측은 “치료결과를 지켜보면서 증세가 호전되면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월30일 서세원의 입국과정에서 취재진의 지나친 취재경쟁과 인천공항 보안요원들의 과잉보호로 마찰이 일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벽 5시부터 인천공항에서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들은 허리통증을 호소한 서세원이 이동침대에 실린 채 나왔음에도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며 밀고 당기는 등 과열경쟁을 펼쳐 ‘그래도 환자인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놀란 서세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입국시부터 병원으로 이동하기까지 서세원을 지나칠 정도로 엄중히 호위한 보안요원들은 취재 중이던 모 일간지 사진기자 2명을 폭행하는 ‘사고’를 일으켜 과잉대응 여부로 물의를 빚었다.
현재 응급수술을 마치고 한양대병원 21층에 입원한 서세원은 아내 서정희씨가 병실을 외로이 지킨 채 취재진 등 외부 방문을 차단하고 경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 그러나 시차 부적응에 오랜 비행으로 심신이 지친데다, 입국 첫날 응급수술을 받아 아직 허리 통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한양대병원측은 “허리상태가 심각해 정밀진단이 요구된다. 최소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검찰측에 건넸으며, 혈압과 당뇨 증세에 대한 치료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서세원은 주치의인 오 박사가 학회 세미나 참석차 미국으로 떠났다가 11일 귀국함에 따라 12일경 허리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검찰 조사도 12일 이후에 이뤄질 예정.
한편 서세원의 귀국과 함께 연예계 일각에서는 한동안 잠잠해진 연예계 비리 사건이 또다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예계 비리 종결수사에 개운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대중들도 “뭔가 있으니 10개월이 넘도록 도피생활을 한 것 아니냐”면서 혹시라도 양심에 가책을 느낀 서세원이 ‘폭탄 선언’을 하지 않을까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