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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방 철거하면, 갈 곳이 없어요”

끼니해결 위해 12살부터 시작한 구두수선 올해로 46년째…하루 만원 벌이도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다

등록일 2020년06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박만철씨는 오늘도 자신의 구둣방에 딸린 방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철거를 앞둔 그의 구둣방은 오전 7시에 문이 열리고, 오후 6시에 문이 닫힌다.

박만철(58‧가명)씨는 오늘도 자신의 구둣방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술로 달랬다.

그의 일터이자 쉼터이기도 한 구둣방이 곧 철거될 예정이다. 아산시는 온양온천역 뒤편의 낙후되고 쇠퇴한 지역을 추억의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온양온천 너더리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너더리길 사업대상지에 박씨의 구둣방도 포함돼 있다.

박씨는 현재 건축물 소유자의 사용동의를 얻어 방이 딸린 구둣방을 지난 5월30일까지 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둣방을 비워주기로 한 약속 날짜가 보름 이상 지났다. 이제 건물이 헐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박씨는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서 구두수선 일을 하며 손님을 기다렸다.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업이 되건 말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이다.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0만원씩 내며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곳에서는 하루 만원 벌이도 힘들다. 그러나 자신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일 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나무장사로 7남매 키우시던 어머니

박만철씨가 구두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74년 12살 되던 해 부터다. 구온양의 가난한 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구두수선이다. 올해로 어느새 46년째다.

박씨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던 기억 밖에 없다. 땅 한 평 없었던 아버지는 하는 일도 일정치 않았다.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며 허드렛일로 품삯을 받아 가족을 부양했다. 어머니는 남자들도 힘겨워 하는 나무장사를 하며 가난한 살림살이를 거들었다.

그 어머니를 7남매가 제대로 호강 한번 시켜 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박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2002년까지 10여 년간 어머니를 모시며 돌봐드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박씨는 의지할 곳이 없어 술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박씨의 술 마시는 시간가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젊은 시절 어머니는 나뭇가지에 찔리고 할퀴어 피부가 거칠었다. 또 변변한 장갑 한 켤레 없이 땔감을 옮기느라 손에는 항상 딱딱한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돌아가시기 직전 늙고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잡아 드렸다. 고되고 힘겨웠던 삶을 뒤로 하고, 영원한 안식을 찾으시기를 바라며, 울고 또 울었다.  

형제들도 하나 둘 이별을 고하며 어머니 곁으로 떠나고 있다. 7남매 중 현재 박씨를 포함한 3남매만 이 세상에 남겨졌다.

협심증에 악성 식도염…근로능력 상실

병원을 찾았더니, 협심증과 식도염 등으로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의 판정과 달리 그의 근로의욕은 차고 넘친다.

그는 현재 구둣방 딸린 쪽방에서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며 살고 있다. 그의 소망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아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박만철씨도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58살이 됐다. 청장년 1인가구를 이루고 있는 그는 젊은 시절에도 여성을 진지하게 만난 적이 없다. 결혼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희어지던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지고, 얼굴 피부에 탄력이 사라져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음식물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몸도 예전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쓸 줄만 알았지 평생 관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몸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빨리 이상증상이 발생했다. 2~3년 전부터 그는 알 수 없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몇 차례 쓰러져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협심증과 식도염 등으로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의 판정과 달리 그의 근로의욕은 차고 넘친다.

그는 현재 구둣방 딸린 쪽방에서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며 살고 있다. 생활의 불편 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소망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아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그의 구둣방은 오전 7시에 문이 열리고, 오후 6시에 문이 닫힌다. 그의 이 소박한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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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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