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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해서 아프지 않게 살고 싶어요”

풍찬노숙 피해 찾아든 ‘폐가’ 철거예정...지체장애, 심장질환, 우울‧불안, 청각장애, 기억력감퇴 심각

등록일 2020년06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겨울 병들고 지친 강윤식씨는 추위를 피해 온양여고길의 한 폐가를 찾아 들어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제 그만 떠돌고 정착해서 살고 싶어요.”

지난겨울 강윤식(56‧가명, 용화동)씨는 평소 온양여고길을 지나다 눈여겨 봐왔던 한 폐가를 찾았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자신의 한 몸 정도는 머물며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이 집에서 당장 추위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마저 들었다.

뒤엉킨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한 집 안을 살펴보니 곳곳에 각종 장례용품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한 겨울 강씨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찾은 이 폐가는 죽은 이들을 위한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강씨가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당장 잠 잘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 때 전기기술자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20여 년간 몸담았던 회사가 파산하면서 실직자가 됐다. 이후 일용직 노동자로 공사현장 등에서 일하다 2년 전부터 몸이 붓고, 심장 등 건강상태가 더욱 나빠져 생활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더 이상 돈 벌이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을 찾아 전전하며 근근이 생활해 왔다. 그러다 밀린 임대료가 점점 쌓이자 그는 결국 노숙자로 전락했다.

7남매 중 여섯째, 가족들과 멀어지다

강씨는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시골 농가에서 4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4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대신 어머니가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고생하며 길러냈다.

그가 살면서 가장 고통스럽게 기억되는 순간은 어린 시절이다. 마을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산과 들에서 뛰어놀고, 더우면 냇가에서 미역을 감았다. 강씨도 마찬가지로 냇가에서 수영을 즐기다 귀에 물이 들어가 염증이 생겼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악화됐다.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당시 상황에서 귀의 염증이 오랜 시간 방치되자 치료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때 이후로 강씨에게는 난청이 생겼고,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지금은 병원에서 조차 치료를 포기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오른쪽 다리를 독사에게 물렸다. 뱀에 물리자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검증도 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을 동원해 치료하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온 몸이 붓고,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이 역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수년간 거동에 불편을 겪었다. 독사에 물린 후유증은 강씨를 평생 괴롭혔고, 지금까지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면서 7남매는 각자의 삶을 찾아 각지로 흩어져 살았다. 강씨가 몸담았던 회사가 1995년 인천에서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아산시에서 25년째 살고 있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형제들과는 연락이 단절됐다.

강윤식씨가 살고 있는 폐가는 곧 철거될 예정이다.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내와 이별, 의지할 곳 없는 몸이 되다
 
강씨는 1993년 11월 결혼해 달콤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잉꼬부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았다. 둘은 사랑의 결실로 새 생명을 잉태하며 하루하루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내의 유산으로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더 이상 자녀를 갖지 못했다.

2017년 8월, 배우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강씨에게 불운은 연속적으로 밀려왔다.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마저 수술과 병원치료를 받게 되자 강씨의 몸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또 넉넉지 못한 살림에 부부가 동시에 투병생활을 하며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둘의 갈등이 시작됐다.

부부는 투병생활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돈 문제로 다툼이 시작됐다. 그러다 결국 둘은 결별을 선택했고, 합의이혼을 했다. 강씨는 결국 혼자가 됐다. 

폐가 곧 철거예정, 건강관리 주거안정 시급

한겨울 추위를 피해 찾은 폐가에 다행히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다. 강씨는 전기장판과 휴대용 가스렌지로 생활하며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월 토지 소유자가 찾아왔다. 그는 강씨에게 건축물을 철거할 예정이라며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강씨가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자 토지주는 ‘지금은 날씨가 추우니, 날이 풀리면 즉시 나가달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강씨가 머물고 있는 폐가는 수도와 가스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황이다. 게다가 곧 장마철이 다가온다. 겨울철 추위를 견뎌 냈지만 이제 무더위와 습한 환경, 해충들 때문에 여러가지 질병도 우려된다. 그 마저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현재 강씨는 지체장애, 허혈성 심장질환, 우울증 및 불안증, 청각장애, 기억력감퇴 등 심각한 건강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꾸준한 관리를 통한 건강회복과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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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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