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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은석산> 여인의 품 속 같은 '천안 은석산'

박문수 어사가 묻혀있는 곳...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등록일 2020년06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천안에서 여성스런 산으로는 뭐라 해도 '은석산(455m)'.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8일(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은석산을 타기로 했다.

회사업무로 자칫 못 쉴뻔한 오늘, 새벽부터 부산을 떤 후에야 9시쯤 되어 가까스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북면 은석산까지 가는 길, 달리는 차에서 듣는 팝송에 심취한다.

 

You can let go.(더이상 괴로워하지 마세요)~

오랫만의 일탈... 어제까지만 해도 차갑던 바람이 따스한 햇살속에 잦아든다. '와우..'

 

 

시내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북면 은지리(산2-1) 마을로 들어섰다. 은석산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린다.

마을까지의 길이 완벽한 S자를 그리고 있다.

 

은석산(銀石山)은 그 이름대로 은색의 아름다운 돌들이 있는 산이라고 하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恩(은혜 은)자를 쓰고 있다 해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진실이 어디에 있든 '은석'이란 이름이 이쁜 건 사실이다.

은석산의 정보는 높이에서도 잘못 제공되고 있었다. 포털사이트의 한 곳은 455m로 정확히 표시돼 있었지만, 또다른 곳은 겨우 452m로 나타내고 있다. 3미터의 차이? 아마 1만년 전 정보라도 되는가 싶다. 자랐거나 풍화됐겠지...ㅋ

 

 

1코스/ 북면 상동리 동곡입구-박어사생가-넓적바위-은석사-박문수묘소-은석산-개목고개-복지농도원입구(5.4㎞/ 2시간)

2코스/ 병천5리마을회관-바위산-약수터-상봉산-진등고개-은석사-은석산㎞ 1시간30분)

3코스/ 서원부락-은석사-은석산(1.3㎞ 1시간)

 

천안시가 알려주는 정보는 은석산이 세개의 노선을 갖고있다고 했다. 이들의 노선 길이를 모두 합치면 10.7㎞

내가 택한 길은 고령박씨종중재실에서 왼쪽능선을 타고 팔각정을 거쳐 은석산에 오른 후 박문수묘소-은석사를 거쳐 내려오는 타원형의 동선으로, 삶은 계란인지 알아내기 위해 팽이돌리기 할 때의 형태를 닮았다.

 

 

나는 은석산을 타는 시작이자 끝을 이곳 '고령박씨종중재실' 앞으로 삼았다.

박문수 어사의 후손이 살고있는 곳으로, 한때 어사와 관련된 유품 등이 보관돼 있었다.

에휴... 이야기하자면 길다.

예전 모 군수가 공약을 걸은 책임으로 종중재실 왼편에 유물관을 지었는데, 이것이 허당이었던 게다. 도둑이 들고, 관리도 안되고, 무엇보다 유물보관의 기본이 안돼있다 보니 고령박씨종중이 유품을 내줄 수가 없었던 것. 그렇게 20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가 유물관은 어느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더이상 전시행정의 표본이 돼줄 수 없다는 속내겠지.

종중재실 또한 두세번의 도둑을 맞다보니 정신이 번쩍. 몇년 전 천안박물관이 지어지자 고심끝에 500여점을 기증해버렸다. 그래선가, 몇년만에 다시 찾은 종중재실은 홀가분한 모습이다.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다.

 

(포토존1) 감추어진 속내. 거대한 몸집의 청개구리 한마리가 기지개를 켠다. 경칩이 지난지 이틀... 바야흐로 봄인가 보구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 배우는 한국어가 '빨리빨리'라고 했던가. 탄자니아에 온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스와힐리어는 아마도 '폴레폴레(천천히천천히)'일 것이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보채는 조짐이 보이면 탄자니아인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듯이 "폴레폴레"라고 이른다. 나는 앞으로 이곳에 머무는 동안 시계의 초침과 분침을 떼내고 시침만 남겨둬야 속이 편하겠구나 생각했다. -오소희의 '하쿠나마타타, 우리같이 춤출래?' 에서

 

올라온지 얼마 채 되지 않았지만 잠시만 쉬어가자. 이런 경치, 어디서 볼까... 낮잠이라도 '때리고' 가면 더 좋겠지만...

"폴레폴레"...

 

자연속의 마을.. 그림같은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지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지네.

 

산을 타다 보니 어느새 시인이 된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는 지금 이곳을 걸으며 흥얼거리는게 제일 좋다.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슬픈 상태였다면 그분의 '접동새'를 읊었을 테다.

그러고보니 새소리를 듣지 못했네... '은석산엔 새가 없다?' 일부러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도 움켜잡았건만, 정말 새소리를 듣는게 쉽지 않다. 설마 천안이 요즘 조류독감으로 난리인데, 그래서 피난갔을까..

여하튼 산에서 새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숲이 숲답지 못한 이유야 많겠지만 분명 '사람'으로부터 전개됐을 게다. 우울모드가 지속되면 나직히 '접동새'나 읊조려야겠다.  

 

은근히 바위에 끌린다. 여느 바위보다 견고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산을 타던 중이었는데, 마주지나치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부부가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는데 그들이 없는 거예요. 등골이 오싹 했죠. 오후 늦게 집에 왔는데 함께 산행했던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 아까부터 얼굴이 밀가루 뒤집어쓴 것처럼 창백하다고요. 그런데 저말고도 그곳에서 귀신을 받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나중에야 이해가 되었죠. 그곳이 경기도 가평 귀목계곡이란 곳이었어요."  

산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얼마나 운치있는지... 낮인데도 '오싹'하다.

 

위를 쳐다보고, 심호흡 한번 하고 걸음을 하는데...

 

   반호흡 남기고 위에 섰다. 믿기 힘들다면 귀를 기우려 보라.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는지.....

 

(포토존2) 바늘이 여기 떨어져 있었구나. 낙타 바늘귀보단 작지만, 내가 본 것 중 제일 크다. 침침해 실을 꿰지 못할 엄살은 부릴 생각 말라.
 

2010년 은석산의 등산로가 화사하게 단장됐다.

북면 우정산악회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2009년부터 등산로 3㎞구간에 영산홍·주목·매실 등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목책과 나무계단도 만들어 더 이상의 훼손을 막았다. 정상 주변에는 정자와 체육시설을 갖추고 영산홍을 집중적으로 심었다.

이곳 등산로는 2001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 그 상처가 군데군데 남아있기도 하다.

 

작품명- 바지나무

 

작품명- 은석정원 또는 강건너 구경꾼들.

 

 

이쯤 와서 등산객(지인)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참나무가 (이)산에 왜 많이 나는지 아나요!". "글쎄요...?"

"그건 기억력이 좋지 못한 다람쥐 때문이에요. 다람쥐는 상수리를 주워다가 이곳저곳 땅에 묻어두는데... 나중에 찾아내는 것이 30%도 안된다네요. 나머지 상수리는 그냥 땅속에 있다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는 거지요." "아하..."

 

그래서인지 소나무는 얼마 보이지 않고, 은석산은 대부분 참나무나 활엽수들이 차지하고 있나 보다.

'그렇다면 이곳 은석산은 다람쥐들이 유독 많겠군.' 그런데 봉서산에서는 발에 밟힐 듯 많이 보이던 다람쥐가 이곳에선 도통 보질 못했다. 산행을 끝냈어도 다람쥐 발견 '제로'다.

 

신이 났는지 천안토박이답게 또다른 이야기를 푼다.

"천하대안(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동네)이지만 한가지 물이 없는 것은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세번 외치면 비가 온다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껏 큰 재앙을 맞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천안은 묘한 곳입니다."

"아.. 그렇군요."

 

작품명- 꺾었을까 꺾이었을까

 

팔각정을 보니 반갑다. 멀리서 보니 'UFO'인줄 착각할 만.

맑은 날, 하늘도 푸르러 비행접시로 본다 한들 정색하고 비판할 이도 드물 것이다.

 

(포토존3) 작품명- 하늘판 실크로드.
 

작품명-나무와삼


(포토존4) 작품명- 승천하는 미꾸리.
 

작품명- 전시태세

 

작품명- 아바타 촉수나무

 

"이 풍경이 당신의 현재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작품명- 폐허도시

 

은석사로 가야 할 사람들은 은석사로, 팔각정으로 갈 사람들은 팔각정으로...

갈림길이 거의 없어 산길을 헤맬 일 또한 없을 듯.

 

이른가 늦은가? 꽃몽우리 진 매화

실제는 복수초를 만나고 싶었다. 노오란 꽃이... 초초봄, 황금색 복수초를 보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런데 하필 장날이다. 보이지가 않는다. 어디에들 숨어 있을까..

 

산에 굳이, 구지 운동기구가 필요했을까. 산에서는 좀 더 오롯한 자연의 선물을 즐깁시다!

 

지금시각 12시4분. 쉬엄쉬엄 오니 산행출발 1시간45분이 걸렸다.

광덕산을 1시간 안쪽에 후다닥 걷는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는 느릿느릿 걷게 된다. 급한 성격의 버릇 개 못준다지만, 은석산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까지 휘어잡는다.

 

(포토죤 5) 이곳이 바로 455미터의 은석산 정상.

 

 

근데...

계목? 개목? "개목 아닌가요?" 눈 비비고 다시봐도 '계'목이다. 

‘병천 서원말~북면 매송리’ 고개를 '개목고개'라 한다. 은석산 정상에서 작성산으로 연결되는 길목인 개목고개의 전설은 이렇다.

옛날, 초봄의 ‘딱’ 이런 날씨였나 보다. 한 선비가 술에 취해 이 고개를 넘다 잠이 들었다. 그를 항상 따르던 개도 주인 곁에 앉았다. 마침 산불이 났는데 선비는 깨어날 줄을 몰랐다. 개는 가까운 도랑에서 물을 적시고 와 선비에게 다가드는 불을 껐다. 얼마나 반복됐는지 헤아릴 수 없게 됐고... 주인이 깨어났으나 개는 이미 죽어있었다. 선비는 후회하며, 의구비(義狗碑)를 세워 주었고 선비는 다시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여기서 난 '개목'이 맞다고 보았다. 여러 자료와 이야기를 살펴보니 간간이 '계목'이라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안향토자료에서도 '계목'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즉 계목은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김성열 천안시역사문화연구실장님도 "계목은 오자"라고 단정지었다. 며칠 지나 시 산림녹지과에 문의하니 담당자는 "전에 만든 것으로,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 바로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얼마나 빨리 바로잡힐까 기대된다.)  

개목고개의 이야기는 전북 임실 '오수의 개' 이야기와 판박이다. 그런데 오수는 교과서에도 실렸던 유명세를 타고 둔남면이 오수면으로 바뀌는 힘을 가졌다. 1994년에는 '의견상'이 건립되기도 했다. 이렇듯 같은 내용과 사건도 때를 얻고 못얻고에 따라 '전부'와 '전무'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천안에 사는 사람으로서 '전무'가 된 개목고개에 살짝 씁쓸함이 묻어난다. 개야 미안...

 

한편 천안 봉명동의 가장 북쪽의 자연마을도 '개목마을'이 있는데 여기서는 개미의 목, 또는 개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개미목, 개목이라 전하기도 한다. 북면 매송2리(은석산)의 개목과는 다르다.  

주사가 있거나 술을 끊겠다고 맹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개목'고개를 한번 타주길... 그래서 끊을 수 있다면 은석산과 좋은 인연이 되지 않겠나.

 

정상에서 후루룩 차 한잔 마실 시간, 박문수 어사 묘에 다다른다. 

박문수. 1691년~1756년 사람이다. 조선 영조때의 문신으로 병조판서, 호조판서를 거쳐 영의정에까지 올랐다. 

영조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로, 암행어사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곳곳을 떠돌며 탐관오리를 숙청하고 어려운 백성 구제에 힘썼다. 

묘신 앞에는 화강석으로 된 무신석 두개와 상석, 오른쪽 정면에 묘비가 있다. 

  

장군의 모습이 너무 인자해 보인다. 염화미소 같다. 그래서 더욱 위엄이 서려 보인다.

왜 그런 거... 강한 사람의 여유처럼, 이런 석상을 만드는 옛 사람들의 총기가 엿보인다.

 

(포토존6) 어사 박문수와 함께...

은석산엔 박문수 어사와 관련된 ‘불개미 이야기’가 전해온다. 

불개미가 은석산에만 집단서식하는데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송백(松柏)을 해치는 송충이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박문수가 구원해준 혼령이 불개미가 되어 박문수 묘소가 있는 산의 송백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은석산이 다른 곳보다 송백이 더 푸르른가 확인해볼 일이다. 
 

내려가는 길.. 천천히 가다보면 은석사가 나오겠지.

 

은석사는 천년사찰인가?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어떤 이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도 하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하는 은석사와 동일한 사찰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초석과 와편으로 보아 1530년 이전의 사찰로 추정하기도 한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옛모습이 퇴락해 흔적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사실.

보광전에는 충남 유형문화제 제179호인 '목조여래좌상'이 있어 조선후기 불교미술사에 귀한 연구자료가 되고있다. 천안 관내의 전통사찰은 모두 네 곳. 광덕사, 성불사, 만일사, 그리고 여기 은석사가 속해 있다. 옛날부터 시인, 묵객이 많이 찾아와서 시와 문장을 연마했던 사찰로도 전해온다.

 

350년된 팽나무...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이 팽나무엔 커다란 구멍이 패여있고, 거기에 커다란 금두꺼비가 살았다고 한다.

 

팽나무 높다란 가지 끝의 새둥지에서 연신 새울음소리가 나는데.. 어떤 새인지 알 수 없었다.

 

은석사의 약수터. 물맛이 시원하지만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도 이 맛난 물을 마셨을까. 

인조때 문장 백곡 김득신을 비롯해 월봉 이극태, 학촌 권현, 사정 류지림, 도원 김만중, 송정 김대년, 백은 김면, 전은 한빈, 만호 황곡림이 이곳에 와서 은산 시사를 두고 때론 문장을 강론했다 한다. 또한 영조때 국봉 남취흥, 만화 류진한, 무경 김중산, 류도천, 어은 류철한, 황성 유도행, 김양행, 김종후 등이 계속해서 시와 문학을 연마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한다. <천안의 땅이름 이야기- 천안문화원>

 

나무에 웬 홈이 이리 많은 걸까.... 딱따구리 녀석 짓일까?

 

목책길.. 잠시 대접받는 보행길이 이어진다.

 

모진 겨울을 견디려니 이리 딱딱한 외피가 필요했겠지.

사람도 그렇다. 모진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의 마음은 보통사람보다 몇갑절 단단하다.

 

역시 사람에겐 물이 있어야 편안하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고,

어진 사람은 의리에 밝고 신중하여 변하지 않아 산을 좋아한다.>

공자님의 말씀이다.

 

은석산은 은근히 깊고, 은근히 빼어나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보가 흘러다니지 않는 산은 사람의 발품새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석산만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같은 곳인가! 지금까지는 '그렇다'.

 

(포토존7) 아마존에서도 이만한 아나콘다는 없을 듯. 혀 날름거리는 저 이무기를 보아라!

 

우리는 이곳에서 사람의 성품을 논하였다.

바위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모르면 모를까, 인근 병천 가전리 잣밭은 김시민 장군(진주대첩)이 어릴 적 마을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이무기를 활로 쏴 죽인 곳이 있다. 그로인해 10일 넘도록 앞 냇가에 혈흔이 감돌았다 한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이무기쯤 되어보이는 것이 눈 앞에 떡 하니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집채만한 몸통은 낙엽 속에 묻고, 해갈하기 위해 물을 찾는 모습이... '요 녀석, 갈증이 나 물가로 내려왔구나.'

 

 

복귀정(伏龜亭)- 李 祥

 

큰 나무에는 옛 뜻이 서려있고

맑은 내가 흘러 멈추지 않네.

가을 해에 사각은 끝이 없고

홀로 복귀정에 오르네.

 

이곳 은석산 인근(북면 연춘리) 복귀정 옆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 글귀다.

이에 따르면 이곳은 수석이 매우 아름다워 영조때 문장 석북 신광수, 죽동 이인실, 만화 유전한, 구정 이세희 등이 모여서 시를 짓고 읊으며 지냈다고 한다.

천안사람 조창렬씨에 따르면 그후 큰 장마비로 없어진 것을 1964년에 강릉김씨 종중에서 다시 세웠다. 바위 옆면에 숙종때 학자 타우 이상의 시가 새겨져 있고, 우암 송시열도 시를 지어 현판했다.

이처럼 은석산과 주변은 아름다운 수석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담력코스로는 이런 '폐가'가 있어줘야 한다.(가는 결단코 아니겠지만...)

어스름한 저녁즈음, 진행자는 왜 폐가가 됐는지에 대해 조용하고도 분명하게 이야기해준다. 아주 슬픈 가족의 비극사를...

 

저 멀리 밭이 보이고 사람사는 집들이 보이면, 이제 다 내려왔구나 하고....

 

산행을 마치는 종점에 멋진 나무 한그루가 '구경 잘 하셨느냐' 묻는다.

 

은석산이 예쁘니 마을길도 안 예쁠리 없다.

I'LL BE BACK!

 

올라간지 3시간20분만에 출발점으로

나를 반겨준 건 앙코르바트(캄보디아)의 그곳 나무처럼, 인간계와 상생하고 있는 자연계의 나무였다.

 

                                                                          THE  END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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