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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의 숨결이 머문 '천안 태조산'

도심에서 연결된 대자연의 통로... 깊은 산의 울림이 있는 곳

등록일 2020년06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태조산은 왕건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태조산의 매력은 무엇보다 도심을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산 자체는 생각보다 볼 거리가 적다. 그저 길게 늘어진 능선을 따라 성거산도 가고, 흑성산도 가고, 은석산도 갈 수 있는''' 도심으로부터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관문이라는 또다른 특색이라는 점 빼고는...

 

"천안 태조산 하면 말 다한 거 아닙니까. 도시에서 이만한 데가 어딨습니까."

등산로 초입. 사람들에겐 '청송사 입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태조' 하면 사람들은 '이성계'를 이야기할 지 모르지만, 이곳은 '고려 왕건'을 지칭하는 '태조'다.

 

5월10일 토요일 오전. 여유를 부리며 청송사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산행을 마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잠도 없으신가 봅니다." 내 기준으로 보면 그 정도의 생각을 내뱉게 된다.

코스는 볼 것도 없다. 청송사에서 출발해 태조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유일...

다음번엔 성거산도 가보자. 그 길도 유일하니.

 

입구에 있는 '청송사'는 태고종이라는 것만 밑줄 쫘악~

 

나무를 보라, 숲을 보라. 때때로 신은 빼어난 화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우리 앞에 전시한다.

겨울나무도 멋있고, 가을단풍도 화려하지만 초여름인 지금, 이 나무들을 보아라.

 

초입의 산은 대개가 갖가지 현수막이 나부낀다.

사람의 발길이 흔할수록, 경쟁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춤을 춘다.

 

태조산의 품은 은근히 깊고 포근하다.

누구라도 산의 넉넉함에 반하여 되돌아갈 생각을 못한다. 앞이 열려있으니 그저 내딛는 것이다.

 

벤취도 있고, 운동기구도 있고, 약수터도 있다. 어찌보면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 듯.

높은 지대 고산병을 이겨내기 위해 적응단계를 거치듯, 이곳 또한 산에 적응단계를 만들어놓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 솔바람길이군~

잠깐 소개하면,

2011년 11월, 천안시는 태조산에 ‘명품등산로’를 조성했다.

유량동에서 안서동을 잇는 태조산등산로 5.2㎞ 구간에 안내판과 조경시설물을 설치하고 조경수를 심었다. 이른바 ‘태조산 솔바람길’로 명명한 등산로 작업. 평의자도 곳곳 8군데에 설치했다. 청송사-제1팔각정-해맞이광장-구름다리-성불사-대머리바위-유왕골-각원사 구간을 잇는 쾌적한 코스다. 급경사지인 성불사 구간 30m에는 복재난간을 설치했고, 약수터와 솔바람쉼터 부근에는 각각 40m와 20m의 지압보도를 설치했다.

 

사람들은 더욱 더 쾌적하게,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운치 있는 의자 발견.. 저런 의자에는 누가 앉을까? 존재감 있는 높이에 선뜻 도전하기가 용이치 않겠군.

 

그런데, 솔바람길 설치한 천안시 여러분.

이 모습 좀 위태롭지 않소.

 

이것도 솔바람길의 작품중 하나군. 깜짝 놀랄만한...

이건 뭐, 아라리오의 '하늘까지 계단오르기' 같은 작품과 비슷하군. 자칫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것까지...

 

벌써 청송사로부터 1.3킬로미터를 걸었구먼. 그 다음 해맞이광장까지 370미터라..

가만 보니 내 어릴 적, 반야산 은진미륵 약수터까지 새벽운동삼아 뛰던 산악거리와 비슷하군.

 

쉬엄쉬엄 가다 역기도 한번 해보고...

 

이걸 완만하다고 해야 할까, 가파르다고 해야할까.

 

인공계단이 놓였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계단이 망가졌다는 뜻이겠지!

 

올라오다 보니 어느새 해맞이 장소까지...

새해 첫날인 1월1일 이른 아침 태조산에서는 항상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해맞이’ 행사를 연다. 여기에 대장격은 ‘천안시장’이다. 요즘은 업그레이드 돼 작은음악회, 길놀이, 신년메시지 낭독, 축시낭송, 소망풍선 날리기, 다함께 노래부르기, 덕담나누기 등 알찬내용을 담고있다.

 

아가씨는 걷는다. 아저씨는 쉰다. 이걸 차이라고까지 이야기할 건 없지만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들은 잘 쉬지를 않는다. 쉬엄쉬엄 가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 보기만 해도 아찔한 내리막 계단...

 

이리도 황폐할 수가...

사람들은 평평(형)사변형처럼 만날 수가 없다. 자연이 화가 났다.

이럴땐 사람도 꼼짝 못한다. 웃음을 잃고 함께 병든다.

 

맨발? 그래 맨발의 청춘이다.

그런데, 산을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병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의 치료목적으로 맨발산행을 한다.

태조산 정상을 향한 길에 남자맨발을 보고, 돌아나오는 길에는 여자맨발을 보았다.

 

자전거 족속이 있다니... 이리 험한 산길에 어찌... 하기사 산악자전거는 바로 이런 산을 타자는데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도보산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위험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번은 한 등산객이 태조산에 산악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을 목격했다.

그는 “산행중에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좁은 산행통로로 산악오토바이가 무섭게,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는 것이었다. 옆으로 피할려다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다. “그로인해 공포감이 나더군요.” 오토바이가 지나간 땅은 깊숙히 패였다.

그래, 자전거는 몰라도, 오토바이까지 맘놓고 다니기로는 좀 거시기하다.

 

이것 좀 보시라.. 땅이 얼마나 패인 것인가. 이 정도 패이기까지 시간은 과연 얼마나 흘렀을까...

 

누구길래 이름을 이리도 이쁘게 지었을까.

상상이 간다. 바위인데, 대머리를 닮았다는 것인데... 그래 현실과 상상이 얼마나 맞아 떨어질까 두고보자.

 

광덕산엔가 나무문어가 있더니만 얘는 나무낙쯤 되나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다는 건 나무가 신음하게 된다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산을 걸어가면서 신발바닥에 흙을 묻혀간다. 한명이 하나를, 또다른 이가 또다른 하나를... 그렇게 억만겁이 쌓이면 결국 나무는 본질을 드러내고, 오염으로부터 보호되지 못해 앙상한 뼈관절을 보이며 마디마디 신음하는 것이다.

사막과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는 나무들...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의 땅에서 나무는 자신들의 일생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여기는 정글... 저 멀리 산봉우리가 보인다.

 

태조산 산행에서 돌보기가 어렵다.

마침 커다란 돌이 '입석'으로 있으니, 그곳에다 내 흔적을 남겨볼까...

<자연에게 감사하라>

 

연인들이라면, 산 데이트가 너무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술집이나 찾고, 영화관 등을 찾는 것보다 산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은 '낭만'이다.

 

잠깐의 산행도 수십번의 감격과 감흥을 던져주고 있으니,

산으로부터 거져 받는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대가 없는 보상이 내 안에 자꾸만 쌓여간다.

 

태조산을 소개하는 간판에서 '왕자산'이 언급돼 있다. 여기서는 태조산 태조봉과 백석대와 각원사 뒷산 일대로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 단정짓기 어렵다는 말이 쓰여있다.

아직 행정의 애향심에 대한 의지가 박약하다.

 

완전 돌산... 희말라야보다 더 큰 산...

이건 착각인 게다. 미니어쳐 쯤으로 보자.

 

대머리바위, 대머리바위 해서 뭔가 기대를 했건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나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케이스란다.

 

 

포토존1.  경관이 '쥑'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도심을 바라보는 시간만큼 자신들의 얼굴을 담는다.

 

단면도를 보니, 단단히 보호되고 있는 속.

우리도 모두 엄마`아빠의 아들`딸로,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애인으로, 사회속의 구성원으로 단단히 보호되어지고 있다.

 

산행에 술이 빠지면 되나! 하는 분위기.... 음..... 패스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구름다리에서 온 만큼 더 가야 정상이라는 안내판. 그렇다면 4분지 삼에 도달한 셈인가?

 

시민들을 위해 뭔가는 해놨는데 이용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밤이 되면 도깨비들의 잔치가 시작되고, 그들에게 선사된 놀이프로그램은 아닐지?

 

아주 간간히 개가 등장한다.

천안시장  말이 기억난다. "개를 데려다니지 말래도 기여코... 위험스러워서가 아니라, 오줌`똥을 싸놓고, 주인은 치우지를 않는단 말야. 밀도 디럽게 안들어요." 뭐 그런식의 농담반 진담반이었던 것 같다. 애완견들이 고생이 많다.

 

목책이 보인다는 건, 기억상으로,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전력걸음... 정상이 코앞이다.

 

 

목적지에 다다른 자의 여유.. 어디서나 이성의 조화는 좋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봉이인지, 육봉이인지 헷갈려..

 

포토존2. 어찌 한 나무에서 여섯기둥이 자랐을까.

줄기라면야 그럴수도 있다지만, 이건 전문점에 메인메뉴가 6개인 모순과 무엇이 다른가!

 

흑백이 조화를 이룬 자연,

색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나무 스스로, 또다른 하나는 햇빛이다.

 

위대한 색의 승리...

이 시점에 초록색보다 더 좋은 색상이 있을까.

 

포토존3. 정상에 올라서 늦은 점심을 한 것도, 햇빛에 역으로 받은 나뭇잎의 투명한 초록비침도,

여기는 421미터의 정상. 잠시 머물다 반환점을 돈 마라톤 선수처럼 다시 열심히 뒤짚어 내려가 보자.

 

태조산에 올라 도심을 바라본다. 저렇게 작은 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

무어 그리 다툴일이 있다고 매일같이 사건사고에 얽매이는가.

겨우 이만큼만 떨어져 쳐다보아도 속좁은 이들의 치기일 뿐인데...

 

색의 순수를 읽으라. 나뭇잎의 순수를 덧입히라.

우리에게도 본질이 남아있다면, 좀 더 순수하게 살아가자.

 

오봉이들은 참 곱게도 잘 컸구나.

서로들 주장하지 않으니, 욕심내지 않으니, 오래토록 함께 할 수 있는 거다.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교훈)이다. 이를 보면서도, 다시 도심에 흘러들어가면 '하루' 속에 매몰된다.

 

나무를 보았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스로 그러지는 않았을 테다. 뿌리가 들리고, 존재감이 훼손된... 나무는 누구를 원망할까.

아님 스스로 더욱 견고하게 버티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희한한 나무를 보았다. 특별한 사람이 있듯이 특별한 나무가 있다.

특별하기 때문에 그들은 평범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흉내는 내서 뭘 하겠는가.

자기 삶에 만족하고, 두가지로 선택해 살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무는 스스로 의자를 만든다. 자신의 고달픔을 뒤로 하고, 지나는 산객의 쉼터를 위함이다.

 

자, 당신 인생에는 두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거짓말하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정직한 삶의 길입니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결국 당신은 죽음 앞으로 인도됩니다. 오른쪽에 그늘이 더 많은 것 같으니 아마도 '거짓말의 길'이겠죠.

 

산을 타다 보면 이렇듯 하늘이 뻥 열리는 때가 있다.

운이 좋은 거다.

 

나무들의 사열식. .

 

살다보면 아픔이 없을 수 있다. 그 아픔이 견디기 어렵게 클 수도 있다.

이 나무를 보라. 모두 세개의 기둥. 두개가 살았다면.. 하고 생각하지만, 두개가 사이좋게 죽었다면... 하는 생각에

오히려 위안이 된다. 우리의 생각하는 위치가 그 사람의 품격이다.

 

어마무시한 발 밑.. 높은 이에게 겸손이 필요한 이유다.

 

도로는 하나의 끈이다.

 

산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정상을 향할때 우리가 놓쳤던 팔각정자다.

한번 놓치고, 우린 한참을 방황했다. 쉴 곳을 놓친 자들이 감당해야 할 고생이다.

되돌아오는 삶에 팔각정자는 버젓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생각하는 파랑새도 필요할땐 오지 않고, 안와도 그만인 때에 은근슬쩍 나타난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기는 것은 이미 마음이 여유로와졌기 때문이다.

 

정장 입은 나무들, 포스가 대단하다.

 

낮은 데서의 도심전망은 밋밋한 편이다. 그만큼 내가 도심속에 가까와졌다는 것이다.

다만 그 도심이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면, 당신의 삶의 만족도가 그리 낮지는 않은 게다.
 

여기만 통과하면 땅의 세계다. 돌아왔구나 하는 순간이 저 앞에 놓여있다.

 

마지막으로 나무의 굳건한 의지와,

 

 나무의 순수한 마음을 이어받고 가자.   

 

청송사는 조용히, 인간계와 자연계를 이어주는 문지기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닥까지 내려오고서야, 산을 다녀왔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게 생긴다.

오를때와 내려왔을때의 내 마음은 확연히 다르다. 갖고 안 갖고의 차이, 해보고 안 해본 차이, 곧 깨달음의 차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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