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나비’에서 코믹연기 탈피, 비련의 여주인공 변신
스크린 데뷔작 ‘재밌는 영화’와 ‘가문의 영광’의 연속 히트로 당대 최고의 ‘코믹전문 여배우’로 등극한 톱스타 김정은(27)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4월30일 개봉된 멜로영화 ‘나비’(감독 김현성,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한 남자에 대한 순애보적 사랑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 스스로도 “내 평생 멜로 연기는 운이 안 따를 줄 알았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감개무량이다. 김정은의 연기 변신, 과연 성공할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4월22일 서울극장에서 ‘나비’ 첫 시사회가 열렸다. 김민종 김정은 주연의 이 영화는 암울했던 1980년대 초반 삼청교육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멜로물이다. ‘성공해서 폼나게 돌아오겠다’며 애인을 고향에 두고 상경한 후 삼류깡패와 제비로 뒷골목을 배회하는 남자, 그 애인을 찾으러 서울로 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군 고위간부의 정부가 된 한 여자의 엇갈린 사랑이 가슴 절절하게 펼쳐진다.
사실 이 영화는 유독 영화 흥행운이 따르지 않아 속앓이를 했던 김민종의 “또다시 실패하면 영화판 뜨겠다”는 사생결단 발언과, 찍는 영화마다 대박이 터진 김정은의 ‘흥행 안목’에 대한 재검증으로 개봉 이후 흥행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져 있다.
김정은은 외형상 극 초반 착하고 순수했던 시골소녀 ‘은지’에서,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이아 목걸이를 찬 대령의 애첩 ‘혜미’로 화려한 변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내면은 연인에 대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목숨까지 내던질 만큼 순애보적이다. 코믹 이미지로 굳어가던 중에 ‘꿈에 그리던’ 전형적인 멜로 연기를 보여준 셈.
‘나비’는 시사 이후 다소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생뚱맞은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감정 연기가 지적되어 평단에선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관객 취향을 종잡을 수 없는 요즘 극장가 분위기상 흥행은 일단 ‘뚜껑을 열고’ 볼 일이다. 다음은 시사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나눈 김정은과의 일문일답.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촬영 후 역할에 몰입한 선배들의 격리 후유증이 이해가 안 갔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아픔이나 우울함이 전해져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비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뿌듯하다. 배우로서 소중한 경험이었고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웃음)
▶눈물 연기가 인상적인데.
-슬픈 연기는 처음 해보니까 집중하기가 좋았다. 캐릭터가 워낙 비극적이라 그런 상황들에 처할 때마다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나중엔 눈물을 남발하지 않도록 주의했을 정도였다. 아, 이건 잘 운다고 자랑하는 게 아닌데….(웃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대령(독고영재)한테 벨트로 맞는 신이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간다. 감독님이 오랫동안 맞아야 한다며 대역을 써준다는 것을 거절했다. 찍는 중엔 너무 아파서 괜히 했다 후회도 했지만(이때 옆자리에 있던 김민종이 ‘리얼한 연기가 아무래도 많이 맞아본 솜씨’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럴듯한 정사신도 기대를 했는데.
-모든 준비는 다 됐는데 정작 대본에는 없더라.(웃음) 사실 베드신이나 노출신은 연기가 부족해서 아직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슛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 못하겠다.
▶상대역인 김민종과의 호흡은.
-이번 영화 찍으면서 처음 만났는데 금방 친해졌다. 나중엔 사귀어야 하나, 밀월여행 가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할 정도로.(웃음) 10점 만점에 점수를 주자면 15점을 주고 싶은 배우다.
▶흥행에 대한 기대는.
-처음 도전한 멜로물이고 큰소리치면서 한 영화라 어떤 평가가 나올지 궁금하다. 개봉일까지 부지런히 영화 홍보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겠다.
세번째 작품 만에 멜로 변신의 꿈을 이룬 김정은의 차기작은 지난 3월19일 크랭크인한 휴먼 코미디 ‘불어라 봄바람’(감독 장항준)이다. 이기적인 구두쇠 시나리오 작가가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다방 여종업원을 세입자로 맞아 좌충우돌하며 개과천선한다는 내용. 상대역은 김승우가 맡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선 심은하 이영애 고소영 등 톱클래스 여배우들이 잠정 휴업에 들어간 이후 김정은의 몸값이 폭등해 여배우 최고액인 개런티 3억5천만원을 챙기는 ‘짭짤한 수확’도 거둬들였다.
“민종오빠 연기 최고예요. 연기하면서 너무 친해졌고… 스캔들 나도 상관없어요.” “차기작이요? 지금은 ‘나비’가 잘돼야 하니까 다른 영화 얘긴 안할래요. 호호.” 확실히 그녀는 언론의 습성과 흥행의 묘미를 즐길 줄 아는 ‘프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