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가요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실력파 여성그룹 ‘빅마마’
‘가요계의 옥동자’ ‘뚱녀 그룹’ ‘못난이 그룹’…. 가요계에 인기돌풍을 몰고 온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를 가리켜 국내 언론들이 꼬리표를 내건 말들이다. 그러나 ‘빅마마’는 못생기지도 뚱뚱하지도 않다.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거부하고 오로지 ‘음악’으로만 승부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노래도 못하면서 얼굴만 반반한’ 일부 댄스 여가수들에 비해 그저 평범한 외모를 지녔을 뿐이다. 침체기 한국 가요계에 일대 반란을 일으킨 실력파 그룹 ‘빅마마’의 숨겨진 매력을 해부한다.
노래 잘하는 가수. 지극히 당연해야 할 이 말이 언제부턴가 국내 가요계에선 별스럽게 쓰이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데뷔 앨범 <Like the Bible>을 발표한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각종 순위 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여성그룹 ‘빅마마’는 그야말로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인기돌풍을 몰고 온 그룹이다.
‘빅마마’의 탄생기는 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하다. 약 2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제작자 양현석과 신인가수 휘성을 배출한 ‘M-BOAT’의 박경진 사장이 한 TV 쇼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우리나라에서 노래 제일 잘하는 여자 4명을 뽑아서 여성그룹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얼굴 하나 믿고 가수 한다고 쏟아져 나오는 저런 애들 때문에 대중들이 가수들을 우습게 보는 거라고….”
실력 있는 가수들이 외모 때문에 번번이 기획사들과 대중들한테 외면당하고 있는 가요계의 현실을 통탄한 이들은 결국 ‘기본에 충실한’ 오디션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빅마마’의 멤버 4명은 각기 다른 사연과 실력을 안고 하나의 팀으로서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우선 팀의 맏언니이자 리더인 신연아(30)는 1995년 강변가요제 은상 수상자로, 국내 최고의 코러스팀 ‘빈칸채우기’에서 활동하며 코러스계의 독보적인 보컬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둘째 이지영(24·동덕여대 실용음악과)은 국내 최정상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한상원밴드’의 보컬리스트 출신. 이영현(22·동아방송대 영상음악과)과 박민혜(21·동덕여대 실용음악과)도 이미 대학가에서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다. 멤버 각자가 가창력은 물론, 작사?작곡 실력을 골고루 갖춘 이들은 곡의 스타일에 따라 자유자재로 파트를 바꾸고 나머지 세 명이 화음을 맞추는 등 국내에선 보기 드문 정통 흑인음악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언뜻 ‘뚱뚱한 그룹’이란 오해를 살 만한 ‘빅마마’라는 이름도 국내 가요계에서 ‘엄마처럼 커다란 존재’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것. 처음엔 썩 기분 좋지 않던 멤버들도 이젠 “친숙하고 정감 있다”면서 만족해하고 있다.
장안의 화제가 된 이들의 R&B 타이틀곡 ‘브레이크 어웨이’의 뮤직비디오는 ‘빅마마’의 탄생 취지를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모델같이 예쁜 여자 4명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래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무대 뒤편에서 또 다른 4명의 여성이 그들을 대신해 땀흘리며 열창을 하고 있다. 립싱크를 그럴듯하게 마친 ‘예쁜 언니’들은 공연이 끝난 후 ‘수고하셨습니다’고 인사하는 빅마마 사이를 도도하게 지나쳐 간다. 여기서 멤버의 셋째인 이영현이 가소롭다는 듯 ‘어휴∼’ 하며 몸을 한 번 튕겨 주는 모습은 즉석에서 우러나온 애드리브. “연예인들의 거만 떠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다”는 게 그녀의 솔직한 주장이다.
“발성에 지장이 생길까 봐” “배가 고프면 노래가 안 나온다”며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최대의 적으로 선포한 그들은 신인그룹으로서 지난 3월 첫 라이브 공연시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우는 등 라이브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5월 중순엔 일본 진출을 위한 쇼 케이스를 현지에서 개최할 예정.
“음악이 감동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그들만의 순수한 음악관이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가요시장에 길들여지지 않고 오래도록 장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