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여배우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진실-채시라-김희애 등으로 대표되던 1960년대생 연기자들이 서서히 퇴보한 가운데, 김남주-김희선-김현주 등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1970년대생에 이어, 최근엔 아직 신인티가 물씬 풍기는 풋풋한 1980년 세대 연기자들이 대거 드라마 주연자리를 꿰차고 나서 드라마 물갈이를 단행 중이다.
지난 4월1일 막을 내린 MBC 미니시리즈 ‘러브레터’는 1980년생인 신인 탤런트 수애가 여자 주인공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차분한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러브레터’에 이어 4월6일부터 방송된 새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연출 한희)의 주인공도 81년생인 신세대 스타 소유진이다. 가치관이 다른 노총각 노처녀의 연애사를 재치 있게 그린 이 드라마에서 소유진은 20대에서 30대까지 10년에 걸친 연애사를 통해 콧대 높은 노처녀로 변신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선보일 예정.
극중 주인공과 비슷한 연배의 연기자들을 제치고 굳이 ‘앳된’ 얼굴의 소유진을 캐스팅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정작 소유진은 “연기자에게만 주어진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역할에 대해 나이를 초월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역배우 출신의 연기자 김민정은 ‘올인’ 후속으로 4월9일 첫 방송한 SBS 새 드라마 ‘술의 나라’(연출 이진석)를 통해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성년식을 치른 김민정은 이제 82년생. 전통주에 얽힌 젊은이들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김민정은 20대 중반의 밝고 희망적인 성격의 여주인공 ‘이선희’ 역을 맡아 김재원과 호흡을 맞춘다.
인기 여성그룹 ‘핑클’의 멤버에서 연기자로 전격변신한 성유리는 주말저녁 방송되는 SBS 특별기획극 ‘천년지애’(연출 이관희)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연기 데뷔 후 ‘나쁜 여자들’ ‘특집극-막상막하’에 이어 세번째 드라마 출연 만에 주연자리를 따낸 셈이다.
81년생으로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성유리는 ‘천년지애’에서 서울에 출현한 백제공주 ‘부여주’ 역을 맡아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판타지를 그려갈 예정. 특히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줄곧 ‘어색한 연기’가 지적되어 네티즌 사이에서 ‘자질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럴수록 드라마 시청률은 쑥쑥 올라가 현재 20%대의 높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가장 파격적인 캐스팅은 MBC 주말극 ‘죽도록 사랑해’(연출 소원영)의 야심만만한 여주인공 ‘설희’ 역의 장신영. 84년생으로 올해 열아홉 살인 ‘생짜 신인’이다. 전북 전주 출신의 장신영은 예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1년 ‘미스 춘향제’에서 ‘현’으로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출연작으로는 영화 ‘묻지마 패밀리’와 SBS 일일극 ‘해뜨는 집’이 전부. 그러나 ‘해뜨는 집’에서 미혼모 역을 맡아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눈물연기를 펼친 덕분에 오디션도 없이 주말극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행운을 차지했다.
이밖에 KBS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 언니(추상미)에 대한 적개심으로 반항적 행동을 일삼는 ‘선주’ 역을 맡아 안방극장 신고식을 치른 한가인도 이지적이고 청순한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82년생으로 경희대 호텔관광학부에 재학 중. ‘박카스’ CF 모델로 유명해진 한가인은 최근 청춘스타 조한선과 이동통신 ‘Na’의 새로운 모델로 캐스팅되는 등 안팎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으며, 방송가에서도 차세대 주연급 연기자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어둔 상태다.
신인다운 풋풋한 매력과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성실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당찬 신세대’ 연기자들, 이들의 무서운 질주가 새봄 안방극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