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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라도 아픔 없이 살고 싶어요”

두 번의 결혼실패와 경제적 몰락 그리고 찾아온 난치병

등록일 2019년05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60cm의 키에 30kg의 깡마른 몸에 움푹 패인 얼굴이 더욱 고통스러워 보인다. 치아는 모두 빠지고 닳아 없어져 위 아래 2개씩 겨우 4개만 남아 있다. 이은자씨는 “단 하루라도 고통을 잊고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저는 매일 기도드립니다. 이 늙고 병든 몸을 빨리 데려가 달라고. 그리고 이 고통 속에서 영원히 해방시켜 달라고….”

단칸방에 꼼짝없이 누워 있는 이은자(71·가명, 아산시 온화로)씨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자신이 올해 일흔 한 살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상처투성이인 이 세상과 질긴 인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 마저 쉽지 않다.

육신의 고통을 참으며 견뎌 내기에는 하루해가 너무 길다. 그리고 찾아온 밤도 너무 길다. 산목숨 어쩌지 못해 오늘도 간신히 밥 한 술 떠넘긴다. 까끌까끌 하게만 느껴지는 밥을 입천장에 자꾸만 들러붙는 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영양 보충의 전부다.

얼마 전 방 한 켠에 있던 냉장고가 고장 났다. 출장수리를 불렀지만 냉장고를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15년도 더 지난 냉장고다. 고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오래됐다. 이웃과 시민단체 등에서 가끔 방문해서 나눠주던 김치나 반찬들을 넣어 둘 곳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그의 밥상에 올릴 수 있는 반찬은 김과 간장이 전부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워 설거지를 하려다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모른다. 올해는 여름이 빨리도 찾아오려나 보다. 5월 중순도 되기 전부터 한 낮에는 여름날씨와 다를 바 없이 후텁지근하다. 게다가 이제 냉장고까지 망가져 시원한 냉수 한 사발 마실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서글프다. 이은자씨는 어쩌다 쪽방에 갇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게 됐을까.

조카를 등에 없고 다닌 초등학교, 지긋지긋한 가난

이은자씨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가난한 농가에서 1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끔찍하게 가난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기 땅 한 평 없이 남의 농사일을 거들며 허드렛일로 가족을 부양했다.

입을 덜기 위해 일찍 타지로 나갔던 큰 언니가 어느 날 덜컥 젖먹이 아이를 데려왔다. 그리고 아이만 맡긴 채 곧 다시 떠나 버렸다. 그 아기는 고스란히 은자씨에게 맡겨졌다. 이때 은자씨 나이는 16살,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집안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은자씨는 초등학교 진학이 늦어졌다. 게다가 조카의 양육까지 떠맡게 되자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은자씨는 결국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채 학업을 중단했다. 은자씨는 초등학교때 공부를 잘 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집안 형편상 중학교 진학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업포기도 빨랐던 것 같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집안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은자씨는 더 이상 집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해 지인의 소개로 18살 때부터 삽교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여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주인집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 한 푼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은자씨는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젊은 시절 서울-경주-아산 등 오랜 객지생활을 하는 동안 은자씨는 한 남성을 만났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두 번째 남성을 만나 살림을 시작했지만 남편의 전처와 그 자식들과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더 이상 가족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결국 그들을 떠나 혼자가 됐다.

조카의 사업실패로 동반몰락

이은자씨는 두 번의 결혼생활을 했으나 슬하에 자녀가 없다. 반면 한 때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조카가 신용불량 상태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조카는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사업자금을 비롯한 무리한 대출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 못가 사업이 실패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은자씨에게 떠맡겨 졌다. 조카의 사업실패로 이은자씨는 통장을 압류당하고 최소한의 경제생활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은자씨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조카는 이후 더 이상 이모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이모를 짐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 상황마저도 오히려 피해자인 이은자씨가 정리했다. 이은자씨는 조카와 언니에게 “더 이상 나로 인해 부담 갖지 말고, 찾지도 말라”며 스스로 그들과 인연을 끊었다.

갑자기 이유 없이 찾아온 난치병
 
어느 날 아무런 사고도 없었는데 이은자씨는 자신의 다리가 심하게 떨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타구니 쪽으로 당기는 증상과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신경외과를 찾아 CT촬영을 했으나 역시 원인을 찾지 못하고 허리주사만 수차례 맞았다.

은자씨는 갈수록 다리 떨림과 고통이 커지자 천안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도 역시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MRI촬영을 권했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서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은자씨는 현재 가만히 서 있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또 다리 떨림 현상이 너무 심해 집 안에서 화장실 갈 때도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자주 넘어진다. 떨림 현상이 너무 심해 대화를 하는 중에도 목소리까지 함께 떨려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이은자씨는 조카의 사업실패 이후 자신의 모든 상황을 정리해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의 원룸을 간신히 얻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진료를 받으며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지출하고 말았다. 그로인해 매월 임대료 30만원을 지급하지 못해 보증금이 모두 차감된 상황이다. 게다가 5개월 치 임대료가 밀려있어 빚이 150만원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시간이 갈수록 월 임대료가 빚으로 전환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단 하루 만이라도 고통 없이 살 수 만 있다면

이은자씨는 현재 수급생계비와 기초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월 임대료 30만원과 가스요금 8만원, 전기요금, 전화요금, TV수신료, 병원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매월 적자다. 특히 요즘은 병원비 지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으며, 월 임대료가 밀려 빚으로 쌓이고 있다.

은자씨가 가장 답답한 것은 병의 원인도 모른 채 병원비와 약값만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도 증세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고싶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은자씨는 지금 당장 병원의 정밀진단과 치료가 절실하다.

이은자씨는 오늘도 고장난 냉장고 밖에 없는 쪽방에 갇혀서 고통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아픔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보내는 하루해는 너무 길다. 그렇게 긴 하루해를 보내고 맞은 밤은 더욱 길고 고통스럽다.

☞<충남시사><교차로>는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린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희망나눔 1004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1인1구좌(1004원) 기부운동에 시민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후원문의:041-555-5555)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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