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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세상을 위한 외침 “‘한 뼘’의 변화를…”

한뼘인권행동,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권리를 배워요”

등록일 2019년04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뼘인권행동은 한 뼘만큼의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뼘인권행동

“한 뼘은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한 뼘을 움직이는데 수많은 피땀눈물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렇게 한 뼘씩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도전해 나갈 것이다. 세상을 한 뼘만 움직여 보자. 그러면 한 뼘 만큼의 변화로 희망의 문이 조금 더 열릴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을 배우려 한다. 어떤 친구는 선천적으로 불편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또 다른 친구는 육상선수를 할 정도로 누구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태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불편한 몸이 되었다. 우리 눈에 세상은 온통 장애물 투성이다. 그 장애물을 하나씩 걷어내는 것도 우리의 당연하고 소중한 권리다.”

한뼘인권행동(대표 박문희, 이하 한뼘)에서 소수자의 인권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뼘은 천안지역에서 자생한 조직으로 중증장애인당사자 20여 명을 중심으로 이들을 금전적으로 후원하거나 재능기부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시민 등 130여 명으로 구성됐다. 또 8명의 운영위원단이 각종 정책결정에 대한 자문과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해준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운동은 지역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인권향상이다. 이 가운데 특히 지역의 중증장애당사자의 생존을 담보하는 활동은 물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까지 회원들의 의지에 기초한 다양한 활동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한뼘은 2012년 5월8일 중증장애인인권실천연대라는 모임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결성 당시에는 지역의 최중증장애당사자들이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많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후 중증장애인들의 보다 폭넓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2년이 지난 2014년에 ‘한뼘인권행동’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나의 자궁은 나의 것”

중증장애인들은 한뼘인권행동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결정권이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너 혼자 월경을 어떻게 처리하냐?”
“결혼도 못할 텐데 어떻게 살겠냐. 차라리 수술하자.”
“나의 자궁은 나의 것, 결정권을 침해하지 말라.”

한뼘에서 실시한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인권교육은 <페미니즘과 장애여성운동> <성과 재생산> 등 그동안 감추고 금기시해 왔던 무거운 주제를 여성장애인의 시각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 교육대상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거나 가혹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직면한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기도 했다. 중증장애여성의 입장에서 소수자의 관점을 제시하고, 비정상‧비주류‧차별받는 집단의 위치에서 연대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의 몸이 어떻게 비정상화 되는가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단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비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낡고 정형화된 젠더규범을 통해서 왜곡된 서사가 만들어짐을 예시하기도 했다. 장애여성의 성적 권리를 말하기 위해서 생식과 관련되지 않은 성, 전근대적인 사회적 규범으로 속박당하는 다양한 성적 문제들도 이야기했다.

장애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도 중요한 의제다.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형사소송절차에서 의사소통, 피해자 지원체계, 장애인대상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 발달장애 여성의 피해, 성폭력사건과 장애여성의 삶의 문제 등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장애여성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독립 과정에서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문제, 활동보조인에 대한 의존과 심리적 종속관계 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밖에도 여성장애인이 가족 안에서 살아갈 때 가족 구성원들의 보호와 통제논리 속에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 일도 흔하다.

한뼘은 이 모든 문제가 한 순간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한 뼘씩 한 뼘씩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소수자 인권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힐링을”

장애인에게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에게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이다.

장애인의 눈에 세상은 온통 장애물 투성이다. 그 장애물을 하나씩 걷어내는 것도 우리 모두의 당연하고 소중한 권리며 책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과 호흡하며 생활하기를 바란다. 또 필수적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살기를 희망하지만 전반적인 환경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 착인해 한뼘은 중증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텃밭 가꾸기, 친환경제품 만들기, 숲체험 등을 통해 도시환경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 힐링 할 수 있는 과정을 운영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뼘의 텃밭 가꾸기와 숲체험은 5월부터 10월까지 모두 8차 강좌로 이뤄졌다. 1차(5월24일)에서는 텃밭 상자를 비롯한 흙, 퇴비, 작물보조제에 대한 이론교육에 이어 배양토를 만들고 파종작물을 정했다. 2차(6월7일)는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 작물의 모종을 심었다. 3~4차(6월13일, 21일)는 순 지르기, 지주대 세우기, 거름주기, 물주기, 병충해 방제 등 모종을 가꾸고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5차(8월30일)는 텃밭상자를 정비하고 가을상추와 배추모종을 심었다. 6차(9월20일)는 가을공원을 산책하며 생태체험놀이를 했다. 7~8차(10월11일, 25일)는 고구마, 생강, 상추 등을 수확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또 아로마 천연제품 만들기는 5월부터 11월까지 6차 강좌로 진행했다. 천연제품만들기는 비누를 비롯해 기초화장품, 미백로션, 보습크림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천연모기퇴치제를 만들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모기 없는 여름나기에 도전했다. 수강생들은 이 과정에서 비누와 화장품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과 수질오염에 대해 이해하고 다양한 천연재료의 쓰임새도 공부했다.

한 뼘의 변화 멈추지 않는다

최재석 부대표는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둬버린 중증장애인을 밖으로 최대한 불러내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면 비장애인은 더 살기 좋다.”

한뼘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지난 2013부터 2014년까지 2년에 걸쳐 네트워크 활동으로 공원실태조사와 저상버스 확대 등을 진행하면서 지역에서 장애학 강좌를 열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 24시간 활동보조인지원사업 투쟁을 꾸준히 이어오던 중 올해 초부터 전국 최초로 천안에서 중증장애인의 24시간 활동지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충남평생교육진흥원의 소외계층지원사업에 선정돼 중증장애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옥상 텃밭 프로그램이나 아로마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회원들간 만남과 교류가 활발해 졌다.

그러나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한뼘을 탄생시킨 최중증장애당사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상시적인 참여와 공유의 시간을 마련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 전적으로 후원회원들의 도움에 의존하는 터라 후원자의 감소로 단체 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재정확보 방안도 고민이다.

한뼘에서 유일한 상근직원은 최재석 부대표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본인이 중증장애인 당사자면서 현재 폐암 투병중인 상황에서도 장애인인권과 청소년인권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월 100만원 안팎의 후원금으로 한뼘을 빠듯하게 운영하면서도 중증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이라고 말한다. 최재석 부대표는 “어떤 특별한 순간을 찾아내려고 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만을 기억하게 된다”며 “한뼘을 지키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묻자 최 부대표는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둬버린 중증장애인을 밖으로 불러내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며 “우리가 한뼘에 모여 있을 때 더 큰 목소리가 되고 집단 지성으로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최재석 부대표는 “사실 강좌를 열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애쓰는 이유도 프로그램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을 넘어서 사람들을 만나게 하려는 의도가 적지 않다”며 “적어도 내년에는 더 많은 만남의 장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뼘인권행동>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최재석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인권과 관련한 어떤 책에서 ‘인권의 역설’을 설명하는 내용에 공감했다. 지금 너도 나도 인권에 기대서 자신을 옹호하고 타인을 공격하고 우리를 더 선명한 지위에 올려놓으려 활용하고 우리도 감히 인권행동이라는 단체명을 사용하고는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권이라는 말이 사라지거나 또는 기억에 느낌으로만 남아서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인권의 의미가 담겨있고, 더할 나위없는 각자의 감수성으로 타인에 대해 공감하고 그 정서가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에 골고루 나누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더 이상 인권이 수단이면서 동시에 목적인 그 끝단에 서서 이제 상징으로만 남는 그 일상 속에서 장애당사자가 아닌, 그저 사람으로 살고 있어서 일상이 결코 도드라지지 않을 날들을 함께 살자고 말하고 싶다.”

☞ <충남시사신문>은 아름다운사회건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이나 단체를 찾아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소개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한 뼘의 작고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뼘인권행동>을 찾았습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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