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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싸우는 일봉산을 허물겠다고?

도심 숲 버리고 초고층아파트 건설…도시 허파에 무슨 일이

등록일 2019년04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일봉산지키기 시민캠페인 현장. 일봉산주민대책위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일봉산의 녹지를 등산나온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정화시켜 도시의 허파역할을 하는 천혜의 아름다운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이 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봉산(日峰山)으로 불리며, 구릉형태로 봉긋 솟아 있다. 그 독특한 모습은 조선지형도(朝鮮地形圖)에도 등장한다.

일봉산 기슭에는 우물을 마시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전설을 간직한 신비의 우물이 있다. 또 일봉산 해산골은 한 여인이 전란 때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훗날 장수가 됐다는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다.

일봉산은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돼 2억년의 까마득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도시의 균형을 조화롭게 잡아주며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67만 천안시민의 쉼터로 영원할 것 같았던 일봉산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바로 이곳에 10~32층 높이의 건물 34개동 2753세대의 대단위 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일봉산을 지키자며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심각한 미세먼지로 지역마다 앞 다퉈 도심 숲 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천안시는 천혜의 환경자원인 일봉산을 파괴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해묵은 논쟁이 아니라, 일봉산의 가치와 역할은 좀 더 고차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서상옥 국장을 통해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민들, 일봉산 지키기 운동을 시작하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 천안일봉산지키기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장기미집행도시공원 일몰제가 2020년 6월로 다가왔다. 시간이 촉박해 지자 개발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공원일몰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도시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한 뒤 20년간 공원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땅 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공원부지를 매입하고 부지의 30%를 비공원시설로 개발하는 대신 70%를 기부 채납하는 것을 말한다. 거대한 숲이나 공원에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특권을 민간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는 거대한 숲이나 공원을 낀 ‘숲세권’ 또는 ‘공세권’이라 불리는 유리한 조건의 아파트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천안은 노태공원, 백석공원, 일봉공원, 청룡공원, 청수공원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도시공원 해제를 막겠다며 마련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도심 속 녹지를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다. 예정대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되면 천안지역 도시공원의 12.1%가 사라진다. 천안에서 축구장 86개 면적의 도시 숲이 파괴되는 것이다.

특히 시민들은 천안시 일봉산을 주목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아름답게 우거진 나무숲을 자랑하던 일봉산이 한 순간에 콘크리트 사막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시 경쟁력은 초고층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누구의 편에서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 시민 모두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천안시 미분양주택 3195가구…그래도 더 짓겠다?

일봉산 배드맨트장에 걸린 현수막.

▶ 일봉산은 왜 지켜야 하는가.

-천안시는 개발정책으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일봉산의 70%를 보존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봉산의 30%를 허물어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한 명백한 개발사업이다.

천안시 녹지의 마지막 보루인 일봉산을 허물어 2700여 세대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파괴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일봉산 푸른 숲을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는 것이 어떻게 보존사업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천안시 1인당 공원면적은 5.1㎡로 도시공원법에서 요구하는 6㎡에도 미치지 못한다. 향후 인구 100만 명이 살아도 넉넉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천안시가 도시 숲을 없애는 개발은 결코 시민들을 위한 정책일 수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도시 숲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25.6%, 초미세먼지는 40.9% 가량 낮게 측정된다. 일봉산은 도심 한가운데서 67만 천안시민들에게 알게 모르게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허파역할을 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천안시 아파트 공급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다. 2018년 6월 현재 천안시 미분양주택은 3195가구에 달한다. 게다가 천안 원도심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초등학교까지 폐교를 고민할 만큼 인구감소가 뚜렷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봉산 푸른 숲을 파헤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거스르는 행위다.

일봉산 지키기 범 시민운동으로 확산

2018년 8월31일 일봉산지키기 주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봉산지키기운동에 시민들이 적극 반응하고 있다.

▶일봉산지키기운동에는 누가 참여하는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활동가를 중심으로 시작한 일봉산지키기운동에 일반 시민들이 하나 둘 참여하면서 범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일봉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일봉산 인근 주민들이 맑은 공기와 휴식 공간을 지키기 위해 가세했다. 이어 일봉산을 지켜내는 것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부터 쾌적한 환경의 천안시를 지키는 일이라며 인근 주민들에게 도미노처럼 번져갔다.

다가신성, 동일하이빌1차, 동일하이빌2차, 동일하이빌4차, 두레1차, 두레2차, 성지새말2단지, 쌍용극동, 이화, 현대1차, 현대2차, 용곡더쉴, 용곡삼성쉐르빌, 우림필유, 한라동백, 향촌현대 등 아파트 주민들과 일봉산 등산로에서 만난 시민 5500여 명이 뜻을 함께 했고, 일봉산지키기운동 참여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낸 성과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 천안시장의 도시공원 일몰제 관련 간담회 당일 사전예고도 없이 구본영 천안시장은 불참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으며, 이룬 성과가 있다면.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한 해 수많은 활동을 해왔다. 천안시, 천안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등을 찾아다니며 정책을 제안하고, 행정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와 집회, 홍보캠페인을 진행하며 일봉산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

위기에 처한 일봉산을 지키자며 언론사 기자회견을 비롯한 각종 성명서도 수차례 발표했다. 또 각종 SNS 채널을 활용하고, 영업택시를 활용한 홍보, 길거리 서명운동, 스티커 제작 배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봉산 개발반대 여론을 확산시켰다. 이처럼 주민여론 수렴과 도시공원 보전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천안시와 천안시의회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안에 각계에서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일봉산 지키기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고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일봉산 보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단호하고, 절박했다. 일봉산주민대책위는 천안 일봉산을 시작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연대하고 보다 촘촘히 활동할 계획이다.

2018.8.16-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개최된 일봉산 아파트 건설 반대와 녹지 보전을 위한 기자회견(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 출범식 병행)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의견은 다양하다. 개발을 원하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

- 어려운 문제다. 장기 미집행도시공원 일몰제는 오랜 시간 부당하게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아왔던 토지 소유주들을 위해 마련됐다. 물론 토지 소유주의 재산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숲을 베어내고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토지 소유주 역시 자신이 살고, 이웃이 살아가는 이 도시가 잿빛의 콘크리트 사막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민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기를 바란다. 가까운 대전광역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봉산지킴이시민모임’ 참여민주주의 성공모델 될까

▶일봉산지키기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할 생각인가.

작년 11월 초 천안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이 난 상태로 사업자가 결정됐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절차가 남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입장을 전달할 창구가 열릴 것인지 주목된다. 

도시공원일몰제 시한은 앞으로 일 년 여 남아있다. 그동안 일봉산지키기 주민대책위는 일봉산 공원 보존을 위한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정책 검토를 위해 ‘일봉산 도시공원 보전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천안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협의체구성이 관철될 수 있도록 주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일봉산 보전을 염원하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다.

▶일봉산지키기운동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천안시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 지방채를 발행하고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하라.
둘, 도시공원 임차제도 등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라.
셋.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서라.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우려는 비단 환경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6월부터 천안 일봉산에서 ‘일봉공원 조성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일몰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었지만, 한 달 만에 무려 3772명이 서명했다. 더는 개발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는 “도시공원은 천안시민의 생존권가 행복권에 직결된 문제며 토지주들의 재산권을 위해서도 회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모두의 만남은 문제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천안시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나와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 

천안일봉산지키기운동 활동일지

일봉산 등산로에 게시한 호소문.

○ 6월25일 - ‘천안 일봉공원조성 반대’ 서명서 및 진정서 접수(천안시 녹지과)
○ 8월16일 -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 출범 ‘아파트건설 반대 및 도시공원 보존 촉구’
○ 8월28일 - 일봉근린공원 조성사업 추진중단 주민의견서 내용증명 접수
○ 8월30일 - 충남도의회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 의결
○ 9월11일 - 천안교육지원청 학교증축반대 시민탄원서 내용증명 발송, 충남도교육청 학교증축반대 시민탄원서 내용증명 발송
○ 10월24일 - 천안시장 면담(일봉산 보전 민관협의체구성에 합의했으나 천안시 불이행) 
○ 12월1일 - 일봉산 지키기 시민 공개토론(일봉산 탐방로, 연인원 1500명 참석)
○ 12월 - 천안시교육지원청 교육장 면담(쾌적한 학교환경 위해 교육청 반대입장 개진요청)
○ 12월27일 - 천안시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충남도당, 자유한국당충남도당 항의방문
○ 2019년 1월3일 - 천안시의회 ‘천안 일봉공원 보전을 위한 주민제안문’ 제출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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