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숙 소장
3월, 곧 입학시즌이 다가온다. 학교생활을 처음 접하거나 새 학기를 맞는 자녀의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자녀가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해서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바로 ‘대인관계’다. 친구들과 어떻게 잘 지내느냐가 학교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른(사회인)들도 그렇지 않은가. 어떤 모임이 있어, 나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고 싶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아동들의 대인관계는 크게 두 가지로 결정된다.
하나는 ‘부모와의 소통관계’에서 비롯된다. 집에서 부모와 소통하는 방법이 모델링되어 또래에게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와 어떤 의사소통을 하느냐가 아이의 대인관계를 결정한다.
또 하나는 ‘정서지능’이다. 정서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타인과의 교감도 정서지능을 통해 가능하며, 좌절과 실패를 낙관적으로 극복하는 힘도 정서지능에서 나온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가 대인관계도 좋다.
이런 정서지능은 원래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정서지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가지 예로, 아이가 어려움에 봉착했을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아동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보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줄까에 더 신경을 쓴다. 그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게 되면 오히려 자녀에게 화를 내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와 잔소리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문제를 부모에게 상의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을 ‘못난이’라 자책하며 혼자서 갈등하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생활하게 된다.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대인관계에서도 극단적인 행동양식을 갖게 되면서 결국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해결’ 자체가 아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부모가 마음을 알아주면 자녀는 상처를 견디는 힘이 생기면서 정서지능도 자란다. 그같은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의사소통을 행함으로써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친구관계가 좋으니 학교생활이 나쁠 리 없다.
어항숙 소장(교육상담학 박사)은 현재 천안 불당동에서 Green 부모-자녀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놀이치료, 모래놀이치료, 개인·가족상담, 언어치료, 부모교육 및 수퍼비전, 진로 및 각종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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