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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축복의 소통

등록일 2018년11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입동도 지나고 초겨울 문턱이다. 모든 가을걷이도 끝나고 풍성한 소출을 준 하늘과 땅에 감사의 예를 올리는 추수감사 절기, 시제의 때다. 일력으로는 11월이나 월력으로는 시월이다. 논밭이 제철 내내 키워낸 자식들을 다 내어주고 빈 몸으로 월동을 준비하는 시기, 농경사회 시절 큰 명절인 시월상달이다. 각 가문마다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며 감사의 제를 올리는 시월은 조상과 후손이 만나는 뿌리 소통의 때이기도 하다. 근본 있는 가문, 사대부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도 혈족간 유대를 돈독히 하는 시기이다.

천지인 사상이 몸에 밴 우리 조상들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월에 하늘과 땅과 조상께 감사의 제를 올렸다 한 해 동안 일용할 양식을 장만하는 농사를 짓는데 비와 햇볕과 알맞은 바람으로 오곡백과가 풍성하도록 보살펴 준 하늘과 땅과 조상께 정성들여 장만한 제물을 올리며 고마움의 예를 표했다. 요컨대 ‘감사와 축복의 소통’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삶을 살았다.

감사와 축복은 한 축이다. 천지인의 소통이다. 인간이 하늘에 감사하면 하늘은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고 축복 받은 인간은 그 고마움을 예를 갖춰 하늘에 감사하는 오르내림의 축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진화하면서 생활문화도 많이 변했다. 산업사회를 지나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는 급속도로 변천했다. 집단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던 생활문화도 개인 중심적인 사회로 굳어졌다. 개성이 중시되고 사생활이 불가침의 성역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웃간 가족간 소통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 다각화 양상으로 급변하여 시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더욱이 글로벌 무한경쟁사회로 접어들면서 핵가족 독거 가구가 증가하는 가족해체 현상이 사회적 고민거리로 이슈화되는 지경에까지 왔다. 이렇다보니 나눔과 소통보다는 소유와 경쟁이 시류를 이끄는 세태가 만연되기에 이르렀다.

늦가을, 겨울 초입에 양로원 요양원 요양병원 등 복지시설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많은 노인들이 있다. 자의반 타의반 시설에 위탁된 노인들의 일상은 고독과 무기력 체념의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각종 단체들의 봉사활동이 있지만 취향과 처지가 다른 노인들 각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절실한 게 현실이다.

100세 시대, 준비되지 못한 노후대책으로 부득이 시설에 위탁되어 있다면, 자신을 위탁한 가족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 여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마음이 천국을 만들고 또 지옥을 만든다’고 한 실락원의 작가 밀턴의 말처럼 시설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불행하지만 국가와 가족에 의해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평화롭고 복된 나날이 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스스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지만, 가족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마음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천사가 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가볍게 할 줄 알기 때문이다’라고 한 G.K. 체스터튼의 말처럼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노후의 삶, ‘감사와 축복의 소통’을 마지막 행보로 담담히 떠나는 뒷모습이야말로 아름다운 여생이 아닐까.

이병석 충남시사 본지 논설위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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