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align="left">얼마 전 ‘국회 월담 사건’의 주역으로 세간의 시선을 모았던 당차고 섹시한 여배우 예지원(29)이 문제의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감독 송경식, 제작 한맥영화)에서 과감한 누드 연기를 선보여 “역시 프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극중 윤락녀 출신의 국회의원 후보 ‘고은비’ 역을 맡아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누드 정치를 펼치겠다”며 화끈한 공약을 내세운 데 이어 실제 촬영에서도 ‘공사’를 거부한 채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으로 베드신을 연출해 놀라움을 안겨준 것. 에로배우로 데뷔해 연기파배우로 자리잡은 예지원은 이처럼 솔직하고 당당한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3월14일 전국 개봉에 앞서 3일(월) 서울극장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기자 시사가 열렸다. 촬영 막바지 사전 허가 없이 국회 촬영을 강행, 전대미문의 ‘월담 소동’으로 국회측의 심기를 잔뜩 건드린 이 영화에 매스컴의 관심이 모아진 것은 당연지사.
일단 이 영화는 현직(?) 윤락녀가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도 모자라, 우여곡절 끝에 당선까지 된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 구조가 기대와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탄탄한 시나리오와 현실감 있는 대사들이 ‘한번쯤 있음직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고은비’ 역을 맡은 예지원의 배우로서의 역량과 인간적인 매력이 영화에 몰입하는 데 크게 한몫을 거든다. 예지원은 ‘고은비’에 대해 “여전사와 같은 인물”이라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극중 ‘고은비’는 어릴 적 고아원에 버려져 자란 후 전국 사창가를 떠돌다 수락시 상업지구에 자리잡은 프로패셔널한 윤락녀. 친자매처럼 지내던 동료가 동네 불량배에게 윤간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가지만 경찰을 비롯해 주변에서는 ‘창녀가 무슨 강간이냐’며 사건 접수조차 미룬다. 억울하고 분통터진 고은비가 ‘창녀라고 못할 거 있냐’고 택한 것이 수락시 국회의원 출마 선언. 야당 국회의원이 킬러에 의해 복상사 당한 후 여야 동석이 된 상황에서 펼쳐진 보궐선거전이다.
예지원은 영화에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실제 전주시 사창가 ‘선미촌’에서 촬영한 윤락녀로서의 섹시한 이미지는 전통 침실 테크닉이라는 ‘빗장거리’를 연마하고, 야한 화장으로 호객행위에 나서는 등 리얼함 그 자체다. 한번은 촬영을 앞두고 한창 분장 중일 때 한 외국인이 예지원을 아가씨로 오해하고 지목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특히 영화 시사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예지원은 “극중 정사신을 찍으면서 ‘공사’(신체 은밀한 부분을 테이프 등으로 가리는 것)를 하지 않고 촬영했다”고 밝혀 깜짝 놀라게 했다. “공사한 부분이 카메라 앵글에 잡힐 것 같아서”가 그 이유.
섹시하고 화끈한 윤락녀 이미지는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후 세간의 눈총과 멸시를 이겨내고 기성 정치인에 당당히 도전하는 모습에서 ‘보통 국민’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예지원은 “장애인과 노숙자와 같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분들을 많이 담으려 했고, 촬영하면서 그분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촬영 도중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의 청량리 다일공동체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1일 배식에 참가하고, 영화에도 출연한 ‘국제 어린이 재활원’과 ‘기독교 영광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등 영화 안팎으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해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1996년 에로영화 ‘뽕’으로 데뷔한 후, 영화 ‘아나키스트’ ‘생활의 발견’ 등을 거치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힌 예지원은 미니스커트 정장 차림으로 국회 철문을 뛰어넘은 특유의 배짱과 소신으로 한국 영화계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