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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집 “우리집엔 군식구가 수천”

성환 류덕희 선생댁… 평생 야생화와 함께 한 삶, 1일부터 ‘오픈하우스’

등록일 2018년04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꽃이라고 해서 언제나 화려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 선뜻 다가서기 힘든 꽃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식물이든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에 꽃이 있다.-

김풍기 작가의 ‘옛시에 매혹되다’에 있는 내용이다. 류덕희(68·성환읍)씨가 꽃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나이, 군인이던 남편을 따라 20여차례 이사를 다니다 보니 ‘정’ 붙이기도 힘들었다는 류씨는 “게다가 군대란 곳이 대부분 산간지역에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낯선 시선을 받으며 정을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단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야생화’에 꽂힐 줄이야….


지금이야 산에서 꽃을 캐는 것은 눈총받을 일이지만, 그 옛날 지천으로 피어대는 꽃무리중 하나 둘 집으로 캐다심는 거야 흉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도 군인아파트 주변 산에서 한포기씩 캐와 화분에 정성껏 옮겨심었다. 가녀린 꽃이 때론 우박과 천둥번개, 태풍 속에서도 견고하게 커가는 야생화에 위로가 됐던 걸까. 그녀의 짝사랑이 조용하게 시작됐다.

겨울의 추위를 땅속에서 견디며 봄을 기다리다 끝내 싹을 틔우는 야생화. 바위 틈이나 깎아지른 산비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사는 그들. 그러나 평생을 함께 살아가자는 기대도 잠시, 꽃들은 하나 둘 지쳐 죽어갔다. ‘나에겐 호강스런 사치인가.’ 절망 끝에 몇 년을 홀로 지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어요. 야생화는 사람과 같다는 걸요. 배고프면 밥을 먹고, 추울때는 옷을 껴입어야 해요. 저절로 자랄 것으로만 생각했지, 사실 방치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후부터는 꽃의 생태를 연구하고 관찰하고, 그래서 무엇을 잘 먹고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건강한지, 토양이나 거름은 알맞게 있는지를 살폈다. “사람들은 나보고 어찌 그리 잘 가꾸냐 하지만, 다 이유가 있지요.”

그녀는 꽃이 주는 혜택만 얻으려 말고, 대가로 줘야 한단다. ‘기브 앤 테이크’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너무 많은 야생화가 그녀의 집을 감쌌다. 옆집까지 사서 꽃들로 치장했다. 한번은 들꽃세상의 홍융표 선생이 수십개의 이름을 드리밀고 골르라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지금의 ‘꽃놀이야’다. 그녀의 놀이터엔 수천도 더 되는 야생화가 그녀와 더불어 살고 있다.

“5월1일부터 한달 정도 집을 오픈해요.(문의: 010-8837-3280) 누구나 찾아와서 꽃을 보고 차를 마실 수 있지요. 물론 무료예요.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죠. 사람들이 절 부러워해요. 저도 제 자신이 부럽죠.”

시인 김지하가 읊은 것처럼, ‘꽃시절이 없었’던 무화과 같은 삶이라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꽃피는 시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속으로 자신만을 향해 피웠을 뿐이다. 분명 그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었을지언정 꽃시절이 있었다.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시절을 견디며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 오늘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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