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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2] 당신도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들 수 있다

비상구 없는 빈곤의 대물림…‘가난한 삶’ 벗어날 수 없나?

등록일 2018년04월2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돈이 없어서 밥을 굶어야 하는 상황, 돈이 없어서 내 자녀를 수학여행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서는 실제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모델로 ‘빈곤가상체험’을 실시했습니다. <충남시사>는 복지세상을 통해 이웃들의 가난한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우리 이웃들의 가난한 삶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편집자주>

‘빈곤 시뮬레이션(Poerty Simulation)’은 가난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상황을 꼼꼼하게 설계했다. 이들은 정해진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역할극에 몰입해 좌절과 절망을 체험하기도 했다.

‘가난’과 ‘빈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 부턴가 ‘부의 대물림’ 만큼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 되고 있다.

누군가는 ‘가난’ 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통을 느낀다. 반대로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난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체감하지 못한 사람은 가난이 얼마나 힘들고, 다양한 선택을 제한받고, 두려움과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 ‘가난’ 과 ‘빈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 체험한 254명의 시민들이 있다. 빈곤가상체험을 기획하고 설계한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을 찾았다.

복지세상은 지역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복지공동체를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1998년 6월 창립한 시민단체다. 이들은 주로 ‘복지정책생산’ ‘복지사각지대발굴’ ‘시민교육과 참여’ ‘연대사업’을 하고 있다. 복지세상은 ‘가상의 빈곤체험’을 통해 이 사회에 또 하나의 의제와 경고를 던졌다.

가난은 ‘죄’도 ‘운명’도 아니다

‘복지세상’은 2017년 한 해 동안 총8회에 걸쳐 다양한 계층의 시민 254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난’에 대한 가상체험을 실시했다.

가난은 죄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일부가 가난을 탈출한다 하더라도 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내몰린다.

‘복지세상’은 2017년 한 해 동안 총8회에 걸쳐 다양한 계층의 시민 254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난’에 대한 가상체험을 실시했다. 이들이 실시한 ‘빈곤 시뮬레이션(Poerty Simulation)’은 가난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상황을 꼼꼼하게 설계했다.

모의워크숍과 자문단 회의 등을 거쳐 체험을 위한 도구인 ‘빈곤가상체험’ 키트를 완성하고, 11월에 빈곤가상체험(이 과정에서 명칭이 빈곤 시뮬레이션으로 변경) 설명회 및 체험을 진행했다.

빈곤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삶의 질’을 논하는 자체가 ‘사치’인 저소득 가정의 구성원이 되었다. 이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1개월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다. 빈곤체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일종의 ‘역할극’이다.

빈곤체험을 기획한 복지세상 김진영 사무국장은 “실제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의 삶을 모델로 가상의 빈곤체험을 설계했다”며 “빈곤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편견을 깨고, 빈곤을 줄이는 활동에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빈곤체험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빈곤의 고착화 갈수록 심화

복지세상 김진영 사무구장은 “빈곤을 체험한 시민들은 오늘의 힘든 삶보다 내일도, 모레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더 크게 좌절하고 힘들어했다”며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일자리, 갑작스런 실직이나 해고 등 사회적 문제로 인해 경제적 취약계층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빈곤의 고착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빈곤현상을 제대로 알고 진단해야 그에 맞는 대책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2015년 기준 생계와 의료, 주거비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기초생활 수급자는 163만명이다. 이들 기초수급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부양의무자, 재산기준으로 생계와 의료 등 국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에 이른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마지막 사회안전망이라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지만 의무기준 등 까다로운 선정기준으로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을 여전히 개인의 노력부족이나 무능이라고 지적하며 개인문제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김진영 사무국장은 “이번 빈곤시뮬레이션을 통해 빈곤에 대한 오해와 인식을 변화시키고 한국의 사회안전망을 함께 점검했다”며 “빈곤의 악순환이 고착화되는 사회구조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등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확산 운동으로 ‘빈곤체험’을 택했다”고 말했다.

빈곤체험 어떻게 진행했나?

빈곤가상체험 역할극에서 하루하루 살기도 빠듯한 가난한 삶에 새롭게 해결해야 할 돌발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빈곤체험 참가자는 홀로 사는 어르신,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저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들이 이용하는 지역사회자원을 맡도록 역할을 분배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소요된 시간은 대략 3시간 이다. 참가자들에게 빈곤 시뮬레이션을 소개하고, 체험을 진행한 후 각자 소감을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체험 장소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체험에 필요한 가구와 지역사회자원을 최대한 긴장감 있게 배치했다. 또 빈곤 시뮬레이션에서 시간배정은 15분을 ‘1주일’로 전환해 총 72분(평일 15분×4회, 주말 3분×4회)동안 ‘1개월’을 사는 역할로 설정했다.

저소득 가구의 구성원 역할을 맡은 참여자는 실직이나 해고, 질병 등 가구별 상황이 적힌 자신의 프로필을 배정 받았다. 이렇게 구성된 가정은 1인부터 4인까지 가구를 이루게 된다. 참여자는 또 아버지, 어머니, 자녀 등 본인이 맡은 역할에 따라 행동하고, 가구별 프로필에 적힌 월 수입으로 한 달간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들은 실생활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로 음식을 구입하고 공과금을 납부하며, 직장이나 학교에 가야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사회자원은 농협은행, 대부업체, 병원, 마트, 전기·수도·가스·통신, 집주인, 사회복지관, 주민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회사, 학교, 학원, 어린이집, 극장, 서점 등 생활에 꼭 필요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했다.

김진영 사무국장은 “빈곤체험이 진행되는 동안 지역사회의 각종 시설과 자원들은 가난한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턱없이 높은 벽임을 실감케 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과 자원조차 가난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체험자들은 가상의 역할극임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고 분노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악순환…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

각각 80세, 75세 노인역할을 맡은 빈곤체험자가 사회복지관 문을 두드렸으나 현실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실망하고 있다.

“나는 5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입니다. 40대 후반에 퇴직해 모든 자산과 대출을 끌어 모아 식당을 차렸지만 1년도 못 버티고 폐업했습니다. 재취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암담하기만 합니다.”-빈곤체험자1

“나는 혼자 사는 80대 노인입니다. 43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합니다. 임대료, 공공요금, 보험료, 식료품 구매 등 돈을 쪼개고 쪼개도 늘 부족합니다. 요즘 치아까지 말썽을 부려 병원을 찾았는데 30만원을 내야 한답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알아 봤는데 나이가 많다고 아무도 써주지 않습니다. 앞으로 병원갈 일은 많아지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빈곤체험자2

“저는 휴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매달 수입과 지출을 억지로 맞추고 사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암담하기만 합니다. 결국 소액이지만 대출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빚이 점점 쌓이고 있는데 덜컥 겁이 납니다. 제가 졸업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빈곤체험자3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친구들은 다음 달 수학여행 간다고 새 옷을 사고, 여행계획도 세우며 들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저는 어울리지 못하고 늘 소외감을 느낍니다. 당장 여행경비를 내야 하는데 집에는 말도 꺼내지 못했어요.”-빈곤체험자4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을 하다 다쳐서 누워있습니다. 어머니 혼자 식당주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어 하십니다. 저와 중학생인 제 동생은 이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 절망감이 듭니다.”-빈곤체험자5

빈곤체험 후유증, “오랫동안 가상현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상빈곤체험 역할극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을 찾아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9월11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향설의학관 1층에서 빈곤가상체험 모의워크숍이 진행됐다. 모의워크숍은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19명이 가구원으로 참여하고, 자원봉사자와 빈곤가상체험 자문단 등 7명이 지역사회 자원으로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갑작스런 실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족, 가족과 연락조차 닿지 않는 혼자 사는 어르신,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치료를 미루는 가족 등 다양한 가구의 구성원으로 살아보며 빈곤을 지속시키는 원인과 이에 대한 해소방안을 고민했다.

지역사회 자원을 맡은 자문단과 자원봉사자들은 “빈곤은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혼자 사는 노인역할을 맡은 한 체험자는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자리를 찾는데 나이 때문에 모든 곳에서 거절당했다. 궁여지책으로 사회복지관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찾아 갔는데 그들 역시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가난한 현실과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는 높은 벽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역학을 맡은 또 다른 체험자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만 가정형편상 그럴 수 없어 슬펐다. 열악한 가정형편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나머지 가족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험자는 “빈곤의 늪에 완전히 빠지기 전에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라는 이유로, 또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받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빈곤체험 참여자들은 빈곤가구의 실제 삶을 기반으로 만든 가상의 삶을 체험하고 각자 역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역할과 상황에 대한 몰입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대부분 빈곤체험자들은 상황과 역할이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가상현실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복지세상 김진영 사무구장은 “빈곤을 체험한 시민들은 오늘의 힘든 삶보다 내일도, 모레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더 크게 좌절하고 힘들어했다”며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빈곤가상체험 역할극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1개월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던 참가자가 꼭 필요한 식료품을 먼저 구입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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