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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길… 아산 봉수산의 봄

아름드리 소나무와 한적한 산길, 기암바위와 솔바람 솔솔

등록일 2018년04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인이 아산에 좋은 산이 있다고 소개해준 곳은 송악면에 위치한 ‘봉수산’. 한 발은 예산군 대술면에, 다른 발은 공주시 유구읍에 걸쳐놓고 있는 산이다.
 

화창한 어느 토요일 아침 봉수산으로 향했다. 봉수산(鳳首山)은 한자 그대로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 봉황이 살았다는 천안의 봉서산과 이름이 비슷하다. 이른 아침 넓은 주차장엔 차량 두 대밖에 눈에 안 띈다. 이곳을 자주 등산한다는 사람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봉수산은 입구에서부터 사람을 당황스럽게 한다. 어느 정도 땀을 흘리며 고생한 끝에 정상이든 비경이든 찾아오는 것인데, 이곳은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른 바 ‘천년의 숲길’. 조선소나무, 이른바 적송의 향기가 도심의 때를 씻어간다.
 

천년의 숲길에는 역사의 흔적이 깊게 배어있다. 나무마다 브이(V)자 상처가 나있는데, 일제패망 전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마다 못된 짓을 해놨기 때문이다. 일제치하의 가슴아픈 역사를 나무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 표지판에는 ‘코닝의 봉수산’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산은 기업체와 1대1로 산을 연결해 보호하고 있는 중.
 

천년의 숲은 유명패션쇼에라도 온 듯하다. 등산로를 지나면서 양쪽으로 도열된 나무들의 멋진 자태. 명암이 드리워진 솔의 초록빛깔은 이 시기에 가장 또렷하면서도 파스텔톤의 친근함을 전해준다.
 

숲길을 벗어나니 그제서야 일반산행의 익숙한 세상과 만난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숲길이다.

산행을 하면서 두 가지에 마음이 빼앗겼다. 천년의 숲을 지나오며 인상깊었던 소나무, 그리고 곳곳에서 귀빈을 마중나온 듯한 바위들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언제나 변함없는 바위. 그러고 보니 둘 다 옛날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는 것들 아닌가.
 

그리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산을 30분여 오르니 어느덧 능선에 다다르고,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완만한 곡선이 흡사 시소(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베틀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 그를 기다리며 베틀을 짜는 아내. 남편을 만나지 못한 여인의 한이 바위로 변해 전해진다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바위. 그 옆에 커다란 공모양의 바위도 인상적이다. 앞모습만 공이지, 실제 생김새는 길쭉한 바위였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 길. 일행이 봉수산의 특별한 장점을 알려준다. “여기는 능선 양쪽이 다 틔워진 곳이에요. 전국에서도 이런 곳이 흔치 않아요. 왼쪽도 산아래, 오른쪽도 산아래 풍경이 보여 산행도 두배로 즐겁죠.” 
 

어느덧 정상이 가깝다. 가파른 나무데크. 쉼 없이 치고 올라가니 정상표석이 저만치 서있다. 옥에 티는 이런 것인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분명한 감점요인이다. 실망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토리 모양의 표석에는 봉수산의 키가 536미터임을 알려준다.  
 

오형제고개 쪽으로 빠져 걷다보니 군데군데 진달래와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열고, 가끔씩은 활짝 핀 진달래가 맞아주기도 한다.
 

임도쪽으로 빠져나오니 고갯길에 정자 하나가 눈에 띈다. 탁 트인 전망도 볼만 하거니와, 시원한 바람이 쌩쌩 불어 한기까지 느낄 정도다. 임도를 따라 천년의 숲길과 만날 때까지도 시원한 바람은 몸에서 다 떨궈져 나가지 못했다. 한동안 봉수산 하면 ‘시원한 바람’이 생각날 것 같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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