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인어아가씨’은 ‘굿 캐스팅’으로 드라마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시청자 또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느냐 외면을 당하느냐는 시나리오나 연출력 못지 않게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리얼한 연기가 작품을 살리기도 하지만 기대 이하의 맥없는 연기에 대중들은 냉정하리 만큼 등을 돌리고 만다. 캐스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 작품 속 ‘굿 캐스팅’과 ‘미스 캐스팅’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다소 위험스럽고 범상치 않은 사랑이야기로 첫 방송부터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은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은 ‘굿 캐스팅’을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스페셜 ‘피아노’를 통해 일약 대중적 스타로 부각된 조재현의 농익은 연기와 개성파 신세대 스타 공효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드라마에 흡인력을 더하고 있는 것.
지난 1월22일부터 26일까지 iMBC 웹리서치에서 ‘눈사람’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회원 55%는 ‘조재현?공효진 등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를 가장 첫손에 꼽았다. 특히 조재현의 감정연기는 처제와의 범상치 않은 사랑도 당위성을 얻어내게 할 만큼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2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포함해 인기상 기자상 등 5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MBC 일일극 ‘인어아가씨’의 헤로인 장서희는 ‘굿 캐스팅’의 대표적인 사례.
스타 중심의 캐스팅 관행을 무시하고 ‘만년 조연’에 지나던 장서희를 주인공으로 낙점한 것은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캐스팅이었다. 드라마 초반 오로지 연기력 하나로 승부를 걸었던 장서희는 회를 거듭할수록 숨겨져 있던 매력을 하나씩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단숨에 ‘다재다능한’ 연기파 배우로 급부상했다. 그 결과 ‘인어아가씨’는 현재까지 시청률 1위에 빛나는 ‘MBC 효자프로’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장서희라는 ‘굿 캐스팅’이 드라마 성공에 크게 한몫을 했다.
지난해 12월12일 개봉돼 할리우드 대작 사이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굳건하게 지키며 극장가 흥행돌풍을 몰고 온 섹시코미디 ‘색즉시공’은 평범한 듯 비범한 두 주인공 임창정?하지원의 실감나는 커플 연기로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색즉시공’은 전국관객 400만명을 넘어서는 메가톤급 대박을 터트렸으며, 더불어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임창정?하지원의 몸값이 대거 폭등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반해 잘못된 캐스팅의 우를 범해 출연한 작품에서 저 혼자 빙빙 겉돌고 배우의 스타일만 잔뜩 구기게 한 ‘미스 캐스팅’의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석규?고소영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첩보영화 ‘이중간첩’은 1월23일 그 실체를 공개한 후 기대보다 실망의 목소리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관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불만 일순위는 극중 여주인공으로 고소영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한국 최고의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시종 단조로운 표정과 말투로 일관한 고소영은 남한 내 고정간첩으로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윤수미’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데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다. 관객들로서는 다소곳하고 얌전한 고소영보다 CF를 통해 익히 보여준 발랄하고 통통 튀는 고소영을 영화 속에서도 보고 싶은 바람이 크다.
KBS 특별기획 드라마 ‘장희빈’의 타이틀롤을 맡은 톱스타 김혜수도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하면서 ‘미스 캐스팅’에 대한 지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영화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포기하고 계약금까지 돌려주면서까지 ‘장희빈’ 역에 욕심을 내었던 김혜수로서는 시청률 부진에 대한 책임감과 브라운관으로 보기엔 여전히 부담스런 체격, 천편일률적인 연기가 장희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내심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