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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남매,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어요”

상처뿐이지만 아이들에게 만큼은 희망이고 싶은 그녀-희망2017 나정심(37·천안 두정동)

등록일 2017년02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나정심(37·천안 두정동) “평소 제가 아이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다음에’에요. 아이들이 ‘뭐가 하고 싶다, 갖고 싶다, 먹고 싶다’고 말하면 늘 하게 되는 대답이죠. 그게 가장 미안해요. 아이들이 먼저 움츠러들고 마음껏 제 뜻을 펴지 못할까 하는 점이요.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이라지만 마음만으로 누구보다 우리 삼남매 잘 키우고 싶어요. 진심이에요.”

칼바람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주 어느날. 두정동 나정심씨의 작은 집을 찾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삼남매는 놀란 사슴처럼 낯선 기자를 피해 각자의 공간에 숨어든다. 엄마의 마음을 미리 헤아린 건지 아이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제 37살인 젊은 엄마 나정심씨는 이번 겨울이 더욱 을씨년스럽기만하다. 밀린 월세와 관리비가 하루하루 마음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씨는 남편과 이혼을 합의하고 숙려기간을 거쳐 오는 4월26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이혼가정들처럼 양육비 지원은 기대하기조차 힘든 상황. 삼남매를 혼자 키우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누구보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지만 맞닥뜨린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외박과 폭력, 그리고 이혼

쉽게 털어놓기 힘든 아픈 사연을 긴 시간 어렵게 풀어놓던 나씨는 중간중간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부부가 결혼한 것은 2005년 11월이다. 당시 남편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생수배달, 슈퍼직원 등으로 불안정한 일자리를 이어갔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생산직 사원이던 나씨는 답답했지만 본인이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으로나마 그를 응원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무직상태에 있을 때조차 육아와 관련한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음주운전, 음주폭행 등으로 오히려 아내가 모아놓았던 돈을 쓰게 만들어 더 이상 큰 사고나 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시기다. 하지만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2014년 9월 나씨가 회사를 퇴직하게 되면서 가정은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사업을 하고 싶다며 아주버님 댁에서 빌린 돈 2000만원과 이것저것 수습해야 할 돈을 처리하고 나니 퇴직금은 남은 게 거의 없었다. 

평소 아내가 돈을 더 잘 벌어 자기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편은 이때부터 말이 더욱 거칠어지고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폭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했다. 또 이유가 뚜렷치 않던 외박은 더더욱 잦아졌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모텔에서 자고,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았어요. ‘집에 오기가 싫다,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요. 아이들이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하는게 아니라 ‘아빠, 또 오세요’할 정도였으니까요.” 나씨는 참았던 눈물을 떨구고 만다.

늦은 시간에 할 수 밖에 없는 아르바이트

무엇보다 남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외도였다. 그녀가 전하는 남편의 행적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무책임한 것이었다.
남편의 첫 외도는 첫 애의 출산을 앞둔 임신 막달이었다고 한다. 그 후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사례들까지 그녀가 아는 외도만 10여 회에 달한다고.

“그동안 속은 말할 것도 없이 상했죠. 둘째, 셋째가 태어날 때마다 ‘그래도 애들 아빠인데, 이제는 정신차리겠지, 돌아오겠지’하면서 견뎌냈어요. 하지만 손찌검이 늘어가는 애들 아빠를 보면서 모두 정리하고 마음을 비웠어요.”

이혼을 마음 먹은 이후, 엄마는 다시 온전히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나씨는 지금 초저녁에 아이들을 다 재우고 밤9시부터 새벽3시까지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번다. 엄마 없이 밤새 아이들끼리 자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주중에는 친구나 지인들이 소개해주는 간헐적인 아르바이트비를 살림에 보탠다.

현재 나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 근로능력이 있기에 선정이 되더라도 많은 도움을 받지는 못하지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주거문제에서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주거비만 줄어들어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 조금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삶이 팍팍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짜증도 더 많이 내게 되는 것 같아 요즘 더 미안해요.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꺼에요. 아이들에게는 저 밖에 없는 걸요.”

상처뿐인 엄마지만 아이들에게 만큼은 희망이고 싶은 그녀. 나씨는 그렇게 새 봄을 준비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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