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광고 ‘June(준)-영화를 보여줘요’ 편에서 “뭐 재미있는 것 좀 없나?”면서 시종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 빡빡머리 청년이 있다. 이 인상적인 CF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화제의 인물은 놀랍게도 일반 모델이 아닌 이제 막 스크린 데뷔를 앞둔 신인감독이다. 배두나, 김남진 주연의 로맨틱 멜로물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제작 이손필름)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용이(29) 감독은 요즘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배우보다 더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주인공 또 백마 탄 왕자 만났대니. 어휴, 재주도 좋아. 또 우연히 만났지, 그럼.” 소파에 누워 TV드라마를 보며 연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청년이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눌러보다 ‘심봤다’를 외치듯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한 표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정체불명의 이 청년이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용이 감독은 요즘 웬만한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 몸살을 앓고 있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촬영장은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배두나 김남진 윤종신 등 출연배우보다 용이 감독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 방문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에게 사인 요청을 하는 팬들로 아우성이다.
올해 스물아홉 살인 용이 감독은 CF에서 보여준 탁월한 ‘끼’만큼이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한다. 일찌감치 대학교 2학년 때 CF계에 입문하여 지난 1998년 최연소 CF감독으로 데뷔했으며, ‘메가패스’ ‘하나포스’ ‘UTO’ 등 굵직한 히트작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번 CF 출연은 평소 친분이 있던 CF 관계자들이 실생활에서 보여주던 용이 감독의 다양한 표정연기를 떠올려 만장일치로 추천하는 통에 이뤄진 것. 수년 전 박중훈의 ‘랄라라’ 춤으로 유명한 ‘OB라거’ CF에서 용이 감독은 안무와 백댄서로 활약하기도 했다. 연기자로서의 끼는 자신의 영화에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며 살짝 맛보기로 보여줄 예정.
영화계 데뷔는 ‘마리이야기’ ‘두사부일체’의 예고편을 작업하며 워밍업을 마친 후 지난해 말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를 통해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알렸다. 당초 ‘밑줄 긋는 남자’에서 제목이 변경된 이 작품은 도서관 화집에 메모를 적어 사랑을 고백하는 미지의 남자와 그를 찾아 나선 한 여자의 이색적인 사랑을 그린 깜찍한 추리멜로. 용이 감독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실제 연애담이 영화 속에 그대로 녹아난데다, 멜로영화 처음으로 후반작업에서 디지털 색보정을 시도해 한결 예쁜 색감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사를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배우들을 치켜세우기 바쁜 용이 감독은 “개성파 배우로 알려진 배두나가 실상은 얼마나 예쁘고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는지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용이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오는 5월경 관객들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