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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인생의 낙을 찾다’

화요데이트(58·솔인문학포럼 대표)/ 행정사·공인중개사, 삶 속에 깃든 독서모임의 즐거움

등록일 2017년01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이상화 시인이 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이다.

박종선(58)씨도 젊은 날 인내하며 ‘봄’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의 봄은 사법고시를 합격하는 일이었다. 남들처럼 놀지도 않고, 햇볕도 쬐지 못한 채 모진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 고통이었다. 어둠이었다. 모질게 버틴 끝에 4번의 1차합격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옛말에 ‘삼세판’이라 했는데,

그에겐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이었다. 외무고시 1차합격까지 따지면 더욱 비참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행정고시를 포기하고 난 인생이란 ‘죽음’과 같은 것. 주변시선부터 쌀쌀해 보이고, 스스로 무능하단 생각은 그의 삶을 결코 평탄한 길로 이끌지 못했다. 실패자 또는 낙오자의 사기를 아는가. 스스로의 능력에 낙인을 찍어놓았으니 무슨 일을 해도 모호할 수밖에….

그래도 주어진 삶이 있질 않은가.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부딪치고 헤쳐나갔다. 그러다 정착한 역은 ‘공인중개사’였다. 넉넉하다기 보단 ‘간간하다’는 말이 어울릴 듯. 요즘같이 불경기인 때는 저녁에 당직업무를 봐주는 일도 곁들인다.

그런 삶 속에서도 알토란 같이 반짝이는 것이 있었는데, 다양한 책을 읽으며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 그것.

정보를 얻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그것을 공유하는 일들은 멋진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썰고 포도주 한잔 마시는 것보다 즐거운 일임을 알게 됐다. 지금은 ‘솔인문학포럼’을 이끄는 회장으로 바쁘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책을 읽다 보니 열심히 살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고 삶을 이야기하고 하다 보니 ‘의욕’도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 그는 ‘행정사’에 합격했다. 변호사보다는 문턱이 낮지만, 행정민원을 처리해주는 일로 나름 자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일종의 ‘호민관(고대 로마에서 평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평민 중에서 뽑았던 관직)’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공인중개사에 보태 행정사 업무를 보게 되니 안정된 수입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2월경 쌍용동 광혜당 약국 뒤편에 사무실을 얻어 본격적인 행정사 일을 시작한다.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인생의 전환점, 기회가 찾아오는 지도 모른다. 솔인문학포럼을 좀 더 깊이있게 운영하고픈 생각도 있다.

특히 청소년 인문학포럼이나 시사적인 것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도 구상한다.

‘아름다운 서당’을 도입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는다. ‘아름다운 서당’이란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 강도 높은 특별교육을 하는 것으로 능력있는 시니어들의 지식과 경험을 청년세대에 물려주는 자원봉사교육기관이다.

아산에는 자그마한 그의 포도밭도 있는데, 인문학포럼과의 연계선상에 놓아두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포도밭을 사랑방처럼 활용하는 것, 일정 부분 재배도 함께 하면서 이득을 공유하는 것 등을 고민해보고 있다.

세상살이,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거다. 한때 이리저리 재보고 살아왔지만 스스로 족쇄를 다는 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앞이 환해졌다.

하고싶은 대로 살고, 다만 열심히 사는 생활로 만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1년 전부터는 색소폰에도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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