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는요, 진짜 술이랍니다. 마시면 머리 아프고 건강 해치는 술과는 근본이 다르다고요. 술이 무슨 건강을 생각하냐고요? 모르는 소리 말아요. 먹어서 건강해지는 술이 왜 없겠습니까.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그렇제.”
지난 12월27일 천안시청 로비에 그야말로 ‘술 판’이 벌어졌다. 구본영 시장도 마셔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오가는 이들에게 술을 권한다. 술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없어서 못먹는게 술’ 아니겠는가. 물론 시음 수준이지만, 그래도 ‘술꾼’은 몰래 한두잔 더 얻어마신다.
이날은 천안전통주연구소(대표 김근웅)에서 빚은 전통주를 널리 알리고자 ‘넉넉히’ 시음주를 준비했다. 전통주를 그저 ‘탁주’ 정도로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정성, 재료, 시간이 충족돼야 비로소 소량의 전통주가 탄생한다.
김근웅 선생 밑에서 배우고 있다는 어느 주부는 남편을 비롯해 집안들이 모두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모이면 소주다 막걸리다 찾다 보니 숙취도 문제려니와 건강도 나빠지는 터. 그래서 아예 팔 걷고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직접 만든 전통주를 내갔더니 너무들 좋아하더라구요. 맛도 일품인 데다 숙취도 없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거기다 온갖 곡식들이 알차게 들어간 것이라 건강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어요.” 문제는 전통주를 만드는데 비싼 재료비와 허리가 뻐근할 정도의 정성, 거기다 몇 달 이상을 적정온도에서 숙성시켜야 하는 인내를 거쳐 소량의 전통주를 얻는데 그것도 모르고 막걸리 마시듯 쉽게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내심 섭섭함이 들더라는 주부는 그 다음부터 쉽게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우리쌀, 우리밀을 활용한 전통주 생산 기반을 다지고 우리 지역만의 전통주 맥을 잇고자 개최한 전통주시음회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갔다.
천안에서 수확 및 생산된 곡식, 누룩, 물 등으로 빚은 ‘도솔비주’를 비롯해 각종 전통주 120종이 전시됐다.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전통주로, 맛과 향으로 흥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술”이라고 소개한 김근웅 대표는 “동양 최고의 술이라고 불리는 동정춘 기법으로 빚어 향과 맛이 우수한 자연의 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016 KOREA 월드푸드 챔피언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전통주 부문 대상을 받아 명주로서의 진가를 입증한 김 대표는 이번 시음회를 계기로 천안 관내 전통주를 널리 알리고 천안만의 고유의 술을 개발해 보존·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