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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전통주 ‘천흥춘’이 국주를 꿈꾼다

김근웅(60·산사람농원쉼터 대표)/ 천안 광덕산 자락에 둥지 튼 전통주 제작가의 뜨거운 열정

등록일 2016년11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16코리아 월드푸드챔피언십’이 열린 10월 21일부터 23일. 양재동 AT센터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에는 천안출신 김근웅씨도 참여했다.

처음 출전해본 대회라 잔뜩 긴장했던 김씨. 전시경연부문 금상에 전통주 시음부문 대상을 거머쥐면서 막연히 기대했던 결과에 만족한 웃음을 띄웠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터. 그 많은 경쟁자들을 실력으로 물리치며, ‘최고의 전통주’라는 자부심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입증시켰다.
 


“전통주는 누룩이 관건이죠”

중앙부처에서 40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그. 시내에 있던 땅을 팔아 광덕산 자락 30만㎡를 사고, 팬션과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적 취미라 할 수 있는 그의 관심사는 두가지. 산행과 전통주 담기였다.

전통주를 끄집어내기 전에, 먼저 ‘산’을 이야기하자면 그의 산사랑은 끝이 없다. 넓은 서재의 처음부터 끝까지 산과 관련한 서책들로 빼곡하다. 백두대간을 타며 100미터 간격으로 사진을 찍고 산의 형편을 적어놓은 기록은 앨범 5권 분량으로 압축돼 있다.

다리와 허리를 다치면서 산행도 그만 뒀지만, ‘산사람농원쉼터’라는 이름과 산을 예찬하는 컬러링을 해놓은 휴대폰에서 알 수 있듯 산을 좋아하는 심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산 마니아가 유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 관심사는 ‘전통주’다.

“흔히들 막거리를 우리 술이라 하는데, 근대시대 양조장을 거쳐나온 막거리는 엄밀히 말해 우리술이 아니에요. 우리 술(전통주)는 효소와 효모가 다양한데, 양조장막걸리는 극소수가 들어있을 뿐이죠.”

김근웅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비법을 연구했다. 오랜 시간 고지식하게 매달려 얻어낸 전통주는 점점 술맛이 깊어가고 맛을 본 사람들의 평판이 좋아졌다. 상업적인 술, 즉 비용 대비 퀄리티를 먼저 생각하지 않은 것이 좋은 술 만들기의 비결.    
 

최고의 재료와 열정이 빚은 ‘천흥춘’

그가 빚은 대표적 전통주는 4가지. 각각의 이름도 거창하다.

천안을 상징하는 술은 ‘도솔비주’와 ‘횃불낭자주’다. 예전 천안을 동도솔과 서도솔로 나눠불렀다 해서 도솔비주, 유관순 열사가 태어나 3·1만세운동을 한 고장을 나타내는 횃불낭자주. 여기에 그의 농원쉼터 이름을 딴 ‘산사람비주’가 있다. 이들 3가지 술은 웬만한 손님들에게 맛보여주길 주저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가 있질 않습니까? 4가지중 한가지가 빠졌군요.”

어떤 사람들은 나머지 술도 맛보길 원하나, 그 술이야말로 ‘귀빈’도 마시기 어렵다는 ‘천흥춘(天興春)’이다. 이름을 풀이하면 ‘천하를 흥하게 하는 전통주’로, 그 유래는 이렇다.

고려 태조 왕건은 930년 천하를 평안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천안부를 설치했다. 그 후인 936년 후삼국을 통일하고, 천하를 흥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천흥사를 개창했다. 전통주 이름은 이에서 딴 것이다.

천흥춘은 13도의 청주로써, 찹쌀과 함께 백수환동주국과 내부비전국이란 누룩이 들어간다. 물은 광덕산 암반수를 사용하며, 동양 최고의 술이라 불리는 ‘동정춘’ 기법으로 빚는다. 쌀과 물이 들어가는 비율에 따라 만들어지는 술이 다른데, 동정춘 기법은 쌀 대비 물 10%가 들어가는 고급비법이다. 술이 마치 젤리처럼 흘러내리고, 그 빛깔이 고우며 향과 함께 목에 넘기는 술이 무척 부드럽다.

“국순당의 최고급 술이 50만원 하는데, 천흥춘은 그보다 더욱 고급져 훨씬 상종가를 칩니다. 전통주로써 최고급 반열에 오른 술이죠.”

아직 완벽하다고 보진 않지만, 김근웅씨는 천흥춘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주로 불리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다. 청와대에서 아직 외국의 국빈들에게 내세울 전통주가 없다는 그.

“천흥주야말로 가장 근접해 있는 전통주라 자부합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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