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16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못지 않게 뜨겁게 달구어져야 할 연예계가 올해는 좀처럼 ‘선거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선거 캠프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중들을 선동하여 표몰이에 나서기에는 파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코앞에 둔 각 당으로서는 선거운동원 1만 명 몫을 해낸다는 특급스타의 지지 유세가 못내 아쉽기만 한 상황이다.
1. ‘대선 캠프’ 참가 연예인은 누구?
연예인 영입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다. 지난 11월10일 연예인과 체육인 등으로 구성된 ‘한사랑 자원봉사단’ 발대식에 참여한 이 후보는 연예계의 대선 지원을 호소하며 회원으로 가입한 연예인들을 일일이 격려하기도 했다. 현재 이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연예인으로는 KBS 인기프로 ‘개그콘서트’ 팀의 심현섭 이병진 박성호 강성범 등과 탤런트 박철 양택조, 가수 김수희 설운도 신성우 베이비복스, 코미디언 최병서 이용식 한무 등이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에는 유명 영화인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노문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인 영화감독 정지영 이창동 곽재용 류승완 김대승 등을 비롯해 영화배우 겸 제작자 명계남과 배우 문성근 최종원 권해효 방은진 등이 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 젊은 층 톱스타 불참 속사정은?
선거판에서의 ‘스타 마케팅’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한 명의 특급스타를 확보함으로써 그에 따른 유권자 수만 명의 표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데다, 스타의 참석만으로도 유세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각 후보진영에서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면서까지 톱스타 영입작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BS 인기드라마 ‘야인시대’의 ‘김두한’ 역으로 최고 전성기를 구가 중인 탤런트 안재모의 한나라당 영입설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 안재모는 이 후보측의 집요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 참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기가 높은 젊은 층 톱스타들은 이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한결같이 무관심한 반응이다. 대중스타로서의 이미지 관리를 중시하는 신세대다운 성향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높아진 연예인들의 위상을 절실히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한때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오! 필승코리아’의 주인공 인기가수 윤도현도 가수로서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식적인 정치 참여를 거절했다.
그런가 하면 소속사측에서 실리를 따져 사전에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스타들의 최대 수입원인 ‘CF 계약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광고주들은 자사 모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경우 혹시라도 제품 이미지와 판매에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하기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모델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톱스타 최진실이 국민통합 21 발기인으로 명단에 올랐다가 정정을 요구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눈치 빠른 일부 톱스타들은 만약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이라도 하게 되면 집권당의 눈밖에 벗어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정치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3. 특급스타 지원 유세 포기?
온갖 회유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는 특급스타들에 대해 각 후보진영에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노 후보측은 톱스타 영입작전에 일찌감치 손을 뗐다. 마지막까지 ‘대어급’ 스타 영입에 열을 올렸던 한나라당도 스타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의기소침해진 상태.
특히 올해는 대중들의 귀에 쏙쏙 들어올 만한 ‘캠페인송’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적당한 곡을 찾아도 해당 가수들이 이미지 관리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캠페인송 사용 승낙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997년 대선 때 가수 DJ.DOC의 히트곡 ‘DOC와 함께 춤을’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며 대중적 지지도를 얻어낸 사례는 아득한 전설처럼 느껴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