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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쥐면 마법사가 되어요”

신안수필문학회 제8집… ‘치잣빛 소묘’ 출간

등록일 2015년11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내 손끝에서 탄생한 멋진 색상의 머플러가 만들어지면, 먼저 소중한 분께 고마운 마음을 얹어 선물하고 싶다. 자연의 눈빛이 살아있는 치자빛 머플러를 선율처럼 날리며, 가을을 연주하는 행복한 여인을 떠올려 본다.

-안옥순의 ‘치잣빛 소묘’ 중에서
 


신안수필문학회(회장 김순자)가 벌써 여덟번째 수필집을 냈다.

27명이 53점의 수필을 내면서, 책 제목은 안옥순씨의 ‘치잣빛 소묘’로 택했다. 파스텔톤의 가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재여서였을까. 덕분에 안씨는 유명세를 탔다.

신안수필문학회는 2002년 신안동 주민자치센터 수필반을 창단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10명이 참여했지만, 이후 한명 두명 빠져나가더니 너댓명만이 남기도 했다.

폐간까지 생각했던 한때.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오르막이 있다고 했던가. 어려운 때를 극복하니 다시 하나 둘 찾아오고, 지금은 32명에 이르는 대식구를 거느리게 됐다.
 

“우리 32명은 만나면 즐겁고, 배우면 행복해지는 ‘신안수필문학회’ 회원들이랍니다.”


글을 쓰다 보니 욕심이 찾아왔다. ‘우리가 책(수필집)을 내보면 어떨까’ 하고.

2007년 회비를 걷어 첫 수필집 ‘오방빛살 어우러진 뜨락’이란 이름의 책을 냈다. 책을 받아본 회원들의 집안 ‘보물1호’가 바뀌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배운다고 하듯, 수필집을 내기 위해 정성들인 글들은 더욱 빛났다.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 매년 수필집을 냅시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시비와 도비 지원금으로 매년 400부 이상 책을 내게 된 회원들. 문학회는 더욱 공고해졌다.

“문학회에 몸담는 이유는 다들 제각각이예요. 문학회를 통해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좋은 사람들과의 교제나 삶의 위로도 받을 수 있어 좋다고들 해요.”

어떤 이는 '글은 못써도 끝까지 있겠다'고도 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두시간씩 김용순 지도강사와 얼굴을 맞댄다. 한달에 한번은 백남일(고문) 작가의 교육도 받고, 회원들간 식사도 한다. 봄 가을로 떠나는 1박2일 문학기행은 또한 얼마나 즐거운가.

수필이 뭐가 그리 좋은지, 이미 콩깎지가 씌워진 사람들이다.

“자기고백, 자기체험이 가능한 성찰의 문학이잖아요. 사물의 본질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거대한 진리를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세상 사는 법도 있고,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즐거운 고민도 우리 몫입니다.”
 


고희를 넘은 김순자(72) 회장은 잠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대전에서 살다 천안에 오게 된 것은 발령지가 천안우체국(지금의 대흥동우체국)이었기 때문. 1964년 첫 발령지가 천안우체국이었고, 그녀의 나이 갓 23살이 되던 때였다.

자녀를 셋 뒀지만 남편은 서른여섯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몹시 야속했다.

그러나 살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 남겨진 슬픔을 뒤로 하고 자녀를 키우는데 온 힘을 쏟았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2000년. 35년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임자의 무대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고시절, 내 꿈은 문학소녀였던가.’

과거, 현재, 미래, 추억, 그리움 모두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2002년의 어느날, 신안수필문학회 창단때 그녀도 거기 서있었다. 열심히 배우다 보니 2003년 ‘천안문학’ 신인상을 받고, 2007년에는 ‘수필과 비평’에 신인상을 받아 등단할 수 있었다. 그녀처럼 등단한 회원도 몇 된다. 금명숙, 김다원, 호병준, 이옥희, 정조희, 선우혜숙이 그들.

“글을 쓸 수 있어, 이제는 삶이 즐겁습니다. 15년 배운 기체조도로도 노인대학이나, 새벽 태조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녀의 집나이 일흔 넷. 하지만 수필을 쓰고있을 때는 꼭 소녀(소녀감성)와 같다. 앞으로 30년은 거뜬히 글을 쓸 수 있을 듯….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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