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1월12일(32회) 방영분까지 50%대를 넘나들며 연속 8주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야인시대’는 현재 MBC ‘허준’이 보유한 연속 18주 1위 기록에 도전 중이다.
이 같은 ‘야인시대’ 인기 돌풍의 핵심은 단연 ‘김두한’ 역을 맡은 안재모(23)의 열연이다. 안재모는 지난 2000년 K-1TV 대하사극 ‘왕과 비’에서 광기에 휩싸인 연산군을 맡아 가능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이번 ‘야인시대’를 통해 ‘차세대 국민배우’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두었다.
드라마 인기를 감안하면 내년 2월경 ‘장년 김두한’ 역의 김영철로 교체되기까지 ‘안재모 신드롬‘의 열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재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12월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대선캠프에 영입할 연예인 1순위로 ‘안재모’를 지목, 치열한 영입작전을 펼친 바 있다. 안재모는 가장 적극적으로 공을 들인 한나라당과 1차적 접촉을 갖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
그런가 하면 방송가에서도 각종 오락프로와 교양프로를 막론하고 게스트 초청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가을 개편이 단행되면서 제작진들 사이에서 ‘첫 방송 게스트로 안재모만한 스타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한동안 ‘섭외몸살’을 앓아야 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안재모를 놀라게 했던 것은 팬들의 쏟아지는 성원이다. 얼마 전 대구와 구미의 한 백화점에서 팬 사인회를 가졌던 그는 갑자기 몰려든 팬들 때문에 교통이 마비돼 경찰이 출동하는 진풍경까지 겪어야 했다. 특히 구미에서는 한꺼번에 1천명의 팬들이 몰려 행사진행이 마비되자 안재모가 긴급하게 피신하는 사태까지 벌여졌다. 그러나 정작 안재모는 이 같은 소동이 믿겨지지 않아 마냥 즐거웠다고. 당시 그의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 내가 정말 떴구나’.
굿머니와 1억8천만원에 CF계약 맺어
‘야인시대’ 출연 이후 안재모에게 달라진 점이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김두환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걸음걸이와 말투는 물론 평소 즐겨 입던 힙합 패션도 이젠 세미 정장 스타일로 바뀌었다. 극중 안재모가 쓰고 나오는 중절모자도 남성들 사이에서 일대 유행이다. 재밌는 것은 버젓이 유명업체 협찬사가 있음에도 안재모 모자가 ‘동대문 상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화점보다 동대문에서 더욱 잘 팔리고 있다고.
인기의 척도인 ‘CF 섭외’도 줄을 잇고 있다. 안재모는 최근 인터넷 대출 중개업체인 ‘굿머니 크레디트’와 1억8천만원에 1년 전속모델 계약을 맺어 치솟는 몸값을 확인했다.
평소 선배들에게 깍듯하고 겸손한 연예인으로 소문난 그지만 연기에 대한 자존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평생 연기가 꿈”이라는 목표답게 현재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확실한 자기관리와 철저한 연습으로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선지 억지웃음을 유발하며 망가지기를 요구하는 오락프로 출연은 앞으로도 사절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유아독존’에 출연했다가 흥행참패로 ‘괜히 스타일만 구겨버린(?)’ 안재모는 당분간 ‘야인시대’ 촬영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내년 초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면 빼어난 노래실력을 발판으로 가수로도 데뷔, 연기자와 가수활동을 병행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또 한번 ‘깜짝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계획. 그러나 그의 최종목표는 언제나 ‘모든 이에게 인정받는 국민배우로 남는 것’이다.
안재모는 김두한에 대해 “거칠지만 인간적인 순수를 지녔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캐스팅 초기 세간에는 안재모와 김두한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사실 김두한이라는 실존 인물을 따라한다는 건 저에게 안 어울리는 일이에요. 김두한을 흉내내기보다 ‘어떤 김두한으로 만들어 낼까’에 더욱 많은 고민을 했죠.” 나이답지 않게 그는 연기가 무엇인 줄 제대로 아는 연기자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