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니시리즈 ‘리멤버’에 출연 중인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손태영(오른쪽에서 첫번째).
여자 주인공의 미숙한 연기력이 오히려 시청률을 높인다? 지난 9월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미니시리즈 ‘리멤버’가 여주인공 ‘신지은’ 역으로 출연 중인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손태영(22)의 연기력 부재 논란으로 오히려 드라마 인기가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www.imbc.com/ tv/drama/remember) 게시판에 쏟아진 손태영 비난일색의 게시물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드라마 시청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 그러나 최근 들어 미인대회 출신 연기자의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비전문 연기자에 대한 자질론을 두고 강한 비난이 일고 있다.
“도저히 계속 봐줄 수가 없군요. 채널 돌아갑니다‥.” “시청자들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그런 연기가 어떻게 나올 수 있나요.” “드라마 내용은 괜찮은데 여주인공이 다 망쳐놓는군요.”
MBC에서 ‘네 멋대로 해라’ 후속으로 내보낸 수목드라마 ‘리멤버’의 1, 2회 방영 직후 이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진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이다. 게시물의 90% 이상이 손태영의 ‘어설픈 연기’를 지적하는 비난의 목소리였고, 일부는 ‘여주인공 교체’와 제작진의 무성의한 캐스팅을 비난하는 등 방영 후 일주일 내내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드라마 초반 연기력이 떨어지는 출연자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이번 손태영의 경우처럼 칭찬이나 옹호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고 원색적인 비난으로 일관하기는 드문 경우라 드라마 제작진 사이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손태영은 ‘리멤버’에 캐스팅된 이후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평가받겠다’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은 처참함 그 자체. 드라마 시청 소감을 논해야 하는 게시판에는 손태영을 비난하는 의견으로 가득해 네티즌 사이에서조차 ‘여기가 안티손태영 게시판이냐’는 불만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주로 손태영의 미숙한 연기력을 꼬집은 네티즌들은 “얼굴로 승부하지 말고 연기로 승부하세요.” “대본이 국어책인 줄 아는지, 연기 공부 좀 더하고 나오시죠.” 등의 따끔한 일침을 가했으며, “무슨 인내심 실험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보다가 더 스트레스 받겠다. 무슨 대책을 세워 달라.” “완벽한 미스 캐스팅이다.” “손태영 하나로 드라마 자체가 보기 싫을 정도면 심각한 사태가 아닌가. 차라리 조기종영하라.” 등 제작진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있나. 좀더 지켜보자.”고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같은 의견도 곧바로 묻혀지기 일쑤. 아이디 ‘KASAYUN’의 네티즌은 “시간이 지나면 연기야 당연히 다 느는 것 아닌가. 시청자들이 무슨 테스트용인가? 연기 잘할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서 봐주다니”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아이디 ‘ELDJAKDLS’는 “아무리 신인이라도 주연을 맡았으면 그만큼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연기에 자신이 없다면 단역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연기를 해야 하지, 덜컥 주연부터 맡고 좀 봐달라니” 등의 비난을 가했다.
사실 이처럼 손태영에 대해 시청자들이 가혹하리만큼 비난을 퍼붓는 것은 낙하산 식의 데뷔과정과 이미 전작에서 한 차례 연기 혹평을 받은 전력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 미스코리아 미 출신인 손태영은 수상 이후 각종 오락프로에 출연하며 재치와 입담을 과시해 연예오락프로 MC로 활약하다가 지난해 9월 K2TV 미니시리즈 ‘순정’을 통해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어색한 표정연기와 미숙한 대사처리로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으며 ‘검증도 안된 신인이 미인대회 타이틀을 앞세워 캐스팅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올 초 연예계 핫이슈를 몰고 온 ‘신현준-손태영-주영훈’ 삼각관계 스캔들로 인해 대중적 이미지도 그리 썩 좋지만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손태영의 속내야 새까맣게 타들어 가겠지만 ‘리멤버’ 제작진으로서는 오히려 극 초반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는 듯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손태영이 얼마나 연기 못하나 한 번 보자”는 식으로 TV 앞에 모여든 짓궂은(?) 네티즌들이 3, 4회분을 시청한 이후로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며 드라마에 몰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한편 최근 들어 미인대회 출신이나 인기가수들의 연기자 데뷔가 유행처럼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미숙한 연기력이 한결같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자 방송사 내부에서도 ‘스타의 인기에 편승한 안일한 캐스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아역배우 출신의 조연급 연기자로 묵묵히 제몫을 다하던 탤런트 장서희가 연기력 하나로 MBC 일일극 ‘인어아가씨’ 주인공에 캐스팅되어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주도해 가고 있다는 것은 ‘굿 캐스팅’의 좋은 본보기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