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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둔포면에서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이 옆으로 기울어지며 붕괴위험에 처한 이유는 건물을 지지하는 기초파일을 설계도면 보다 적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
아산시 둔포면에서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이 옆으로 기울어지며 붕괴위험에 처한 까닭은 건물을 지지하는 기초파일을 설계도면 보다 적게 사용하는 등 부실공사가 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5월31일 준공을 앞둔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 5월12일 오전 8시경 남쪽으로 20도 가량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경찰이 건축주와 설계·감리·시공업체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기초파일 시공 등 주요공정에 대한 현장감리를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계자들을 추가로 소환해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오피스텔은 기초공사에서 건물을 지탱해주는 14~15m짜리 기초파일을 설계도면 대로 69개를 시공했어야 하지만 공사현장에서는 이보다 10여 개 적게 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설계도에서는 콘크리트 기반을 1m로 명시했지만, 실제 시공에서는 60㎝ 정도 타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시공업체인 인석DNC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나 인석DNC 대표와 현장소장은 최초 진술 후 자취를 감춘 상태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해당 오피스텔의 감리를 맡은 두리건축사무소도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았으며, 건축주가 건축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초파일과 기반 콘크리트를 설계도 보다 적게 사용하라고 지시했는지를 밝힐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굴삭기 기사가 119에 신고를 하면서 외부로 알려졌으며, 해당 기사는 불과 몇 분 전까지 오피스텔 1층 주자장에서 작업을 진행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오피스텔은 지난해 8월 착공해 이번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으며, 1층은 주차장, 2·3층은 오피스텔, 4·5·6·7층은 고시원이 들어서는 복합건축물이다.
아산소방서와 시청, 경찰은 현재 해당 오피스텔 인근에 긴급구조통제단을 설치·운영하는 한편, 주민의 출입을 통제하는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또한 아산시는 구조안전진단을 바탕으로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며, 철거 후 건축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시는 해당 오피스텔이 철거될 때까지 5명의 공무원을 1개조로 편성해 2개조로 나눠 24시간 비상근무를 시행 중이며, 건물이 완전히 철거되는 시점은 약 한달 후로 예상했다.
인근주민 A씨는 “사고가 발생한 오피스텔은 저수지 역할을 하는 수렁논이 있던 곳인데, 지반이 약해 농기계를 못가지고 들어가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던 곳”이라며 “‘쿵’하는 소리 같은 것은 나지 않았고, 처음에는 조금 기울어지나 싶더니 차츰차츰 더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건축물 지탱하는 ‘기초파일’
이번에 문제가 된 기초파일은 건축물 상부의 하중을 지표면 아래의 견고한 지반으로 전달해 건축물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정높이 이상의 건물을 시공 할 때 일반적으로 흙 위에 짓게 되면 구조물이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에 흙 아래로 전봇대 같이 생긴 파일을 심어 그 위에 기초(방석)를 치고 건물을 올린다. 이를 무시했을 때에는 건물의 상부하중이 기초지반에서 지지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해 지반침하와 기초파괴 등 구조물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아산시 우리측량설계공사 차명호 과장에 따르면 기초파일 공사에는 지반에 천공(구멍)을 뚫고 그곳에 기성말뚝 콘크리트를 넣어 주는 방법과 천공에 철근망을 넣고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천공을 뚫지 않고 기성말뚝을 지반에 직접 박는 방법도 있으며, 기초공사가 끝난 후에는 기초파일과 연결된 철근을 건물의 기반이 되는 기초콘크리트 철근과 연결해 구조물의 기반을 완성하게 된다.
기초파일 공법은 현장여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시공사에서는 콘크리트 말뚝제조업체에서 제작한 기성 말뚝을 사용하는데, 이때 시공을 용이하게 하고자 말뚝의 길이를 일관되게 하면 하중을 지지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기초파일은 해당 지층의 암반지반을 면밀히 검토한 후 말뚝길이를 위치별로 선정하는 등 기반암의 심도를 확인하면서 말뚝 길이를 선정·시공해야 한다.
이어 차 과장은 연약지반의 경우 시공·완료된 기초파일이 상부구조물의 하중에 밀려 부마찰력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업체의 시공이 필요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말뚝이 좌굴되거나 건물이 한쪽으로 기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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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파일은 건축물 상부의 하중을 지표면 아래의 견고한 지반으로 전달해 건축물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아산시 우리측량설계공사 제공)은 기초파일 시공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