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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에 뿌려진 제초제의 위력(?). |
운동장과 울타리 주변에 유독성 제초제를 뿌린 초등학교들이 학부모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제초제를 뿌릴 당시에는 학생들이 수업 중에 있었으며, 한 학교에서는 제초제를 뿌리던 학교관계자가 점심식사 시간에 제초제가 가득 담긴 통을 방치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문제에 대한 아산교육지원청의 미온적인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아산지회(지회장 김지선)는 지난 7월19일 아산교육지원청을 방문해 담당 장학사에게 해당학교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행정지도를 요구했으며, 더불어 각 학교에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는 공문발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7월22일 아산교육지원청이 각 학교로 보낸 공문에는 ‘학교내 유해물질 사용 자제(제초제 살포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만 명시했을 뿐 ‘제초제 사용 금지’는 공문 어디에도 없었고, 해당학교에 대한 진상조사와 행정지도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아산지회 김지선 지회장은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에 유독성 제초제를 버젓이 뿌린 학교관계자의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며 “제초제 살포를 방치한 학교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아산교육지원청에 있다. 민원이 발생하니까 유해물질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이 말이 되나. 공문에 ‘제초제 사용금지’라는 말만 넣었어도 이렇게 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 형식적인 공문만 보내는 장학사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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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가 뿌려진 운동장 흙을 중장비를 이용해 걷어내고 있다. |
직원은 제초제 뿌리고, 학교는 마지못해 땅 걷어내고
아산의 A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난 18일 근사미와 파라손골드를 섞은 제초제를 운동장 곳곳에 뿌렸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함인데 문제는 근사미와 파라손골드는 인체에 치명적인 약품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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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쓰여진 근사미와 파라손골드는 인체에 치명적인 약품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제초제를 살포하는 현장에서 교사가 직접 촬영한 장면. |
풀의 뿌리를 말라죽게 하는 근사미의 글라신 성분은 사람에게 의식장해, 호흡수 감소, 무호흡발작, 간대성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파라손골드 역시 주성분이 인체에 극심한 피해를 주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생산이 중단됐으며, 유통 중인 제품도 2012년 10월31일까지만 판매·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품이다(이후 전량 회수·폐기 규정). 특히 이 액체는 독성이 아주 강해 농업용도가 아닌 자살용으로 악용돼 음독사고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인체에 극심한 피해를 주는 제초제가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에 살포되자, 이를 목격한 교사가 다음날 학교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장비를 동원해 제조체가 뿌려진 흙을 걷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전교조 아산지회가 이문제로 아산교육지원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급기야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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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장 안의 식물도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제초제에 누렇게 죽어갔다. |
뿐만 아니다. B 초등학교에서는 제초제가 무차별 적으로 살포됐다.
해당학교의 학부모에 따르면 운동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제초제가 뿌려졌으며, 심지어 자연관찰장에 심어진 식물까지도 누렇게 죽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물이 죽은 자리에 들깨를 옮겨심기도 했으며, 학교 안에서는 불법 소각시설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특히 이 학부모는 제초제를 살포하던 학교관계자가 점심식사를 하러 가면서 제초제가 가득 담긴 살포통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방치해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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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꿈 아래 방치한 유독성 제초제 통. |
해당 학부모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데 학교에서는 제조체를 살포한다? 객관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어찌 학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특히 학교관계자가 방치한 제초제 통을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으면 어떤 일이 발생했겠는가. 행여나 아이들이 멋모르고 마시기라도 했으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라고 분개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아산지회는 아산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제초제 사용현황을 바탕으로 유독성 제초제 학교사용 금지 조례제정 및 행정조치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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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 무차별 살포로 문제가 된 학교에 설치된 불법 소각시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