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피해학부모), 내(담임교사)가 아무 일 없다고 했잖아. 앞으로 전화 하지마!”
일선고등학교의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문의하던 학부모에게 언성을 높여가며 막말을 쏟아내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학교는 익명의 학생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를 접수 받고도 피해학부모의 항의가 있기까지 한 달이 지나도록 해당사항을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산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는 지난 3월 짜증이 부쩍 늘어난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자 걱정이 앞섰다고 하는데, 급기야 4월 중순에는 아들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 학교폭력을 의심하게 됐고, 담임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상담전화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학부모에게 돌연 언성을 높이며 ‘아무 일도 없다는데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왜 묻는 것이냐. 아줌마, 내가 아무 일 없다고 했잖아. 앞으로 전화 하지마’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이 같은 막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분명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서 몰래 아들의 휴대전화를 엿보게 됐고,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학부모는 몇몇 친구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3월28일 익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의 상황을 상담사에게 접수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학부모는 다음날 담임교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한 달 전에 학교폭력이 신고 됐고, 학생부장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는데, 담임교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 책임 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이번에도 “내가 뭐가 무책임해.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이 양반이 조용히 이야기 하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 하지마!”라며 고성을 질렀다.
담임교사의 연이은 막말에 학부모는 “학교폭력이 발생해 학교에 신고까지 됐는데, 담임교사가 한 달이 지나도록 ‘몰랐다’고 둘러대는 것은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던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학생부장이 깜빡 잊어버렸다’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요즘 같이 민감한 시기에 학교폭력이 깜빡할 사안인가. 그 바람에 학교폭력이 접수되고서도 폭력은 계속 자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담임교사의 막말은 너무도 화가 치민다. 모르면 알아 볼 것이지, 대체 담임으로서 뭘 했다고 학부모에게 막말을 하며 윽박지른단 말인가”라며 “4월23일과 24일에 고함치며 막말하던 담임교사가 두 달이 지나서 교감과 함께 찾아왔는데, 그것도 언론에 관련기사가 나가는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온 것이다. 오기 싫은 걸음을 억지로 왔으니 사과 한마디 않고 면전에서 화만 내다 간 것 아니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담임교사의 잘못된 언행은 학부모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에게까지 피해를 줬다.
피해학생과 친한 A학생을 교무실로 불러놓고, 그 자리에 가해학생도 함께 참석하게 하는 등 교사, 가해학생, A학생이 삼자대면을 한 것이다. 이후 가해학생은 ‘익명의 신고자는 A학생’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며 A학생을 의도적으로 따돌리기까지 했다.
이에 A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자살을 해야겠다는 충동에 유서까지 썼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모두 사실, 백배 사죄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담임교사 업무수행능력 미숙 판단 교체 예정
학교관계자 모두 사실 인정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교감 및 학생부장, 담임교사 모두 사실을 인정했으며, 해당학교 교장은 이번 학교폭력에 대해 ‘백배사죄 한다’고 밝혔다.
교장에 따르면 지난 3월28일 익명의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이 접수됐다.
상담교사를 통해 접수된 신고내용에는 일진에 준하는 가해학생이 화장실과 교실, 복도에서 피해학생의 머리와 배, 다리, 엉덩이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학교폭력이 접수된 후에도 폭력이 행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폭력을 접수한 상담교사가 학생부장과 담임교사에게 관련된 사항을 알려야 했지만 학생부장에게만 연락하면서 일이 틀어졌고, 당시 학생부장은 사망사고와 관련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학교폭력 사실을 깜빡 잊어버렸다고 전했다.
학교폭력을 문의하던 학부모에게 담임교사가 막말을 쏟아낸 부분도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담임교사는 학부모의 상담전화를 받을 당시 학교폭력이 일어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사로서 학생들을 살펴보지 못한 부분과 학부모에게도 ‘알아보고 대처 하겠다’고 설명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학부모에게 본의 아니게 언성을 높인 부분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학생과 친한 A학생과 가해학생, 교사의 삼자대면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학생과 친한 학생을 가해학생으로부터 보호하지는 않고 도리어 제2의 학교폭력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교장은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자대면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담임교사의 명백한 잘못이기도 하지만 A학생을 ‘배신자, 신고자’로 오해하며 왕따를 시킨 학우들에게도 문제는 있다”며 “모든 것이 학생과 교사를 두루두루 살피지 못한 교장의 불찰이다.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행여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는 가해학생에 대해 피해학생 접촉 및 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5일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으나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처벌이 가볍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라며 “담임교사의 업무수행능력이 미숙한 것으로 판단돼 교체를 생각하고 있으나 충남도교육청 감사관의 결과를 바탕으로 담임교사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